세계사신문 1 - 문명의 여명에서 십자군전쟁까지 세계사 신문 1
세계사신문편찬위원회 엮음 / 사계절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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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꼬의 <바우돌리노>를 읽으면서, 그리고 그 밖의 다른 책들을 읽으면서 답답함을 느낄 때가 여러 번 있었다. 신성로마제국이 뭔지, 동로마는 뭐고 게르만 민족은 왜 이동했는지 통 모르겠는 거다. 생각해 보니 내가 세계사를 공부한 건 중2때 1년에 불과한데, 그런 얄팍한 지식으로 평생을 우려먹자니 내가 너무 뻔뻔스러운 게 아닌가 싶었다. 맘 먹고 세계사 공부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지만, 안그래도 지겨운 공부를 또 한다는 게 도무지 내키지가 않았다.

그러던 차에 발견한 게 바로 <세계사신문>이었다. <역사신문>으로 선풍을 일으킨 '사계절' 출판사의 작품인데, 딱딱한 역사를 신문으로 만들어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는 건 정말이지 빛나는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읽는 내내 내가 그간 너무나 무식했구나, 하는 걸 자각하는 동시에, 새로운 지식을 알게 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내용이 워낙 풍부해 한 페이지를 넘기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세권을 다 읽고 난 지금 이순간, 굉장히 뿌듯한 느낌이다.

이 책을 통해 일전에 아무 생각없이 밥을 먹었던 중국집 '만강홍'이 실은 송의 명장 악비가 쓴 시의 제목이라는 것, 돈 주앙이 실제 인물이 아니라 시인 바이런이 쓴 자전적 소설의 주인공이라는 것과, 통념과는 달리 이슬람은 타 종교에 너그러운 반면 기독교는 십자군 전쟁을 포함해서 이슬람에게 온갖 잔인한 짓거리를 했다는 것, 사하라 사막이 중동이 아닌, 아프리카에 있다는 것 등을 알게 되었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제국이란 게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대부분의 혁명가가 백성들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이전 왕조를 무너뜨리지만, 이내 부패와 향락에 빠져 민중을 외면하게 되고, 민중들, 혹은 다른 세력에 의해 타도되는 전철을 밟는다는 것. 천년을 버틴 로마는 예외로 치고 대충 평균을 내보니, 제국의 수명은 500년이 못된다. 그렇게 따져 본다면 영원히 세계의 패자로 남을 것같은 미국도 벌써 절반을 지난 셈이다. 200년만 더 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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