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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신, 우리 괴물 1 - 신과 인간의 이야기, 신화 ㅣ 우리 신, 우리 괴물 1
김혜정 지음 / 페이퍼타이거 / 2025년 9월
평점 :
우리 신, 우리 괴물 1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읽기 전에 들었던 생각
그리스 신화, 북구 신화, 인도 신화에는 관심이 많이 가졌지만 정작 우리 신화에는 관심없었던 나의 시야를 넓힐 아주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우리 신화는 다른 신화와 어떤 차원에서 같으며 다른지 공부할 아주 좋은 책이라 생각된다.
먼저 이 부분부터 읽고 시작하자.
우리 신화도 분명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저 단군 신화 정도만 알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면 우리 신화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저자는 이에 대해 네 단계의 접근법을 마련해 놓았다.
이 책의 뒷부분에 실린 <칼럼 5 한국 신화, 어디서부터 공부해야 할까요?>이다.
첫째, 개념부터 잡고 시작하자.
둘째, 용어를 알아야 서사가 보인다.
셋째, 디테일은 원전에서 나온다.
넷째, 해석은 하나가 아니다.
그런 4단계를 숙지하면서 이 책을 읽어가면, 막연하기만 한 우리 신화의 얼개를 잡아볼 수 있다.
우리 신화, 비단 단군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다.
창조신, 건국신, 시조신, 자연신, 가신, 마을신
일단 이렇게 신들은 분류할 수 있다.
이 책은 서술하는 순서를 천지신명과 자연신부터 시작하고 있지만, 서양 신화 체계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위의 순서로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예컨대 창조신은 세상을 빚고 질서를 세우는 신인데, 마고할미, 설문대할망이 있다.
그러고 보면 단군은 창조신과는 거리가 있다.
또 건국신과 시조신도 한 나라의 권력과 혈통의 뿌리가 되는 신이다. 주몽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리스 신화와 몇 가지 닮은 이야기들
그리스 신화를 먼저 알고 있는 탓인지, 우리 신화를 읽으면서도 그리스 신화가 연상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신화를 공부하는 가운데 몇 가지 그리스 신화에서 등장하는 것들이 등장하는 것이 있다.
외눈박이 거인이 등장한다. (51쪽)
외눈박이는 그리스 신화의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괴물이다.
어부들은 방심한 순간 배가 외눈박이섬으로 빨려 들어간다. 영등할망이 탈출을 도운 덕분에 어부들을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신들의 흥망성쇠 부분도 유사하다,
제우스가 신중의 왕으로 올라가기 전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다.
그런 그리스 신들의 흥망을 이 책의 다음 부분을 읽어보면, 확실하게 이해가 된다.
’영원한 권력은 없다‘는 말은 신에게도 적용됩니다. 사람들의 생활환경이 바뀌고 원하는 바가 달라지면 자연스레 다른 신을 찾게 되죠. 숭고하게 여겼던 옛 신은 어느새 관심 밖의 존재, 심하게는 퇴출해야 할 대상으로 치부되기도 합니다. 이는 새로운 신과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영역을 차지하며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동시에 뜰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55쪽)
다나에도 등장한다. (95쪽)
동해용왕따님애기가 나오는데, 그녀는 불효를 일삼다가 결국은 쫓겨나게 된다.
그녀는 무쇠 석갑에 갇혀 바다에 던져진다.
그런데 자식이 없던 임박사가 그녀가 들어있는 석갑을 발견해 구해준다.
이 부분이 그리스 신화의 다나에와 유사하다.
이 지역에서 만나는 마고
창조신으로 분류되는 마고할미는 전국에 이야기가 퍼져있다. 이런 것을 보면 마고할미가 어느 한 지역에 국한된 게 아니라, 전국적인 인물이라는 점이 분명하다.
사실 마고(麻姑)라는 이름에는 그녀의 능력을 유추할 수 있는 힌트가 담겨 있습니다. 마(麻)는 삼베를 뜻하는 글자이지만 여러 문헌에서 홍역이라는 뜻으로 혼용되기도 했는데요. 정약용(1762-1836)이 편찬한 『마과회통』에서는 홍역을 마진(痲疹)으로, 이 질병을 앓고 난 후 얼굴이 얽은 사람을 마자(麻子)로 지칭합니다. (130쪽)
그 사례로, 인근에 있는 전주 모악산에 가보면 마고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전주 모악산 도립 미술관 뒤편에 마고암이 있다.
명칭의 유래를 살펴보니 원래는 마고암이 아니었는데 후에 이름을 바꿔 마고암이 되었다
1950년대 복호사 창건(현 마고암) , 복호사를 문수사로 개칭(조광레 스님)
2010년 문수암을 마고암으로 개칭(이승헌 대선사)
더 자세한 내용은 나와 있지 않지만, 아마도 마고할미의 전설이 절이름을 바꾸는데 일조하지 않았을까.
다시, 이 책은?
우리나라 신화는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까, 생각해보니 떠오르는 것은 단군신화만 생각난다.
호랑이와 곰이 마늘 먹고, 하는 이야기말이다.
그런 신화가 북방에서 내려온 외래 민족이 그 지역에 살고 있던 토착민들과 융합하는 과정에서 호랑이와 곰을 토템으로 삼고 있는 민족과의 충돌 내지 융화를 상징하는 것이라 알고 있었다.
그럼, 과연 다른 신화는 없는 것일까?
이 책은 그런 의문에 답하여. 우리 신화를 종합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창조신, 건국신, 시조신, 자연신, 가신, 마을신.
그리스 신화에서 만났던 것들을 우리 신화에서도 만날 수 있었으니. 정말 이 세상 모든 나라와 민족들이 원래 하나가 아니었을까.
이제 이 책을 읽고나니, 신화라는 개념 자체가 달리 보인다.
그런 신화가 언젠가 역사를 다르게 기록한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올지도?
마치 우리 단군신화가 역사를 상징을 통해 전승한 것이라는 견해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