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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레드 에디션, 양장) - 아직 너무 늦지 않았을 우리에게 ㅣ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빨간머리 앤이 하는
말
이
책은?
작가 백영옥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만화 <빨간
머리 앤>을
보고 생각한 것들을 모아 놓은 에세이다.
저자의
<빨간머리
앤>에
대한 사랑은 어느 정도인가?
<빨간머리
앤>
50부작
애니메이션을 봤다.(7쪽)
3-40분짜리
분량의 만화를 다 보려면 적어도 30
시간이
필요하다.
그만한
분량의 만화를 저자는 ‘적어도
열 번은 보았다’(328쪽)
한다,
그렇게
좋아하며,
열심히
본 <빨간머리
앤>이
어느날 저자에게 말을 걸어 온 것이고,
저자는
그 말을 들었다.
그
말들을 저자가 갈무리 해 놓은,
에세이다.
새겨 놓고 음미해 볼 말들
이 책에는 작가가
<빨간머리
앤>에서
길어낸 시원하고 맛있는 샘물같은 글들이 많이 담겨져 있다.
문장
하나 하나를 붙들고 생각해도 될 정도로,
모든
글들이 깊고 넓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진정한 관계란?
<우리는
자신의 직업적 성공,
발전적
진화,
자아
성장에 과도하게 관심이 큰 탓에,
나
이외에 다른 사람과의 진정한 관계에 투자하는 시간을 낭비라고 생각하는 문화 속에서 살고 있다.
>(32쪽)
행복에 대하여:
<행복은
지속적인 감정이 아니기 때문에 가장 행복해지는 방법은 '큰
행복'이
아니라 '작은
행복'을
'자주'
느끼는
것이라고.>(51쪽)
야망의 기준은 ‘우리’가 되어야 :
<살다보면
좋은 볼을 보고 '안타'를
욕심내기보다,
먼저
출루해 나간 사람을 위해 '번트'를
쳐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안타'
찬스에
'번트'를
칠 수 있는 선수는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한 더 큰 세계를 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는 사람은 종종 다른 사람이 내리지 못하는 판단을 하기도 한다.
야망의
기준이 '나'에서
'우리'로
확장되는 것이다.>(56쪽)
자부심에 대하여 :
<자기가
장미가 아니라고 왜 슬퍼합니까?
어쨌든
꽃이잖아요.
꽃이라는
자부심을 갖는 게 중요하죠.
>(74쪽)
자부심을 갖지 못한
채,
나날을
우울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꼭 한번쯤 새겨 봐야 할 구절이다,
사랑에 관하여:
<우리가
사랑이라는 명사에 '빠졌다'는
조금 특별한 동사를 쓰는 건 사랑이 '젖어드는'일이기
때문이다.
그
말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나와 만나,
크나큰
낙차를 경험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우물에 풍덩 ~
빠지는
것처럼 말이다.>
(113쪽)
그래서 영어에서는 사랑에 빠지다
라는 말을 ‘fall
in love’라
하는 모양이다.
특별히
(사람을
미혹하는)
꿈에 대하여
이 책에서 특히 나의 눈을 끄는
것은 저자의 ‘꿈’에
대한 생각이다.
대개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꿈’에
대하여 말 할 –
특히
젊은이들에게 –
때,
꿈을
가지고 살라,
꿈을
위하여 살라,
꿈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라고 말하는데 저자는 그렇지 않다,
저자가 꿈에 대하여 말하는 것을
들어보자,
<간절함과
노력이 제대로 된 결과를 만들 것이란 기대는 어른들의 오랜 동화였다.
그것이
인간이 고집스러울 정도로 지켜낸 믿음이 아니었다면 ‘연금술사’나
‘시크릿’
같은
책이 전 세계적으로 그렇게 많이 팔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짐작과 다른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난다.
원인과
결과는 대부분 퍼즐처럼 맞춰지지 않는다.>
특별히 자본주의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에게 그 꿈 때문에 자칫 이용당하게 되는 것을 경계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꿈과 희망은 언제나 인기 검색어 1위.
스테디
셀러처럼 잘 팔리는 단어였다,
가수가 되거나 연기자를 바라는
아이들의 꿈 너머에는 수많은 보컬 학원과 연기학원들이 있다,
바리스타
학원,
항공승무원
학원,
미술
학원,
,,,,,,,, 꿈꾸는
청춘들 뒤에는 늘 그들의 꿈과 열정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저자는 그런 구조를 날카롭게
분석해 낸다,
바로
‘누군가의
꿈이 다른 누군가의 밥벌이가 되는 구조’(297쪽)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젊은이들에게 마치
자기들이 진정한 멘토인양 외쳐대는 거짓 멘토들에게 저자는 이런 말로 꾸짖는다.
<왜
이 세계의 멘토들은 ‘그래서
죽도록 노력해봤냐?’라는
질문을 젊은이에게 함부로 던지는 걸까.
제
아무리 애쓰고 노력했는데도 안되는 게 있다는 걸 왜 말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것은 노력 이후의 삶이다.
>
다시 이
책은?
<빨간머리
앤>으로부터
이런 생각들이 나올 줄은 몰랐다,
그저 가볍게 인생에 대하여 사춘기적
발상에 기초한 치기어린 발언들이 있을 줄 알았다,
아니 전부는 아닐지라도 그 중에
몇은 그런 발언으로 채워질 줄 알았다.
그러나 저자는
<빨간머리
앤>을
졸면서,
다른
일 하면서 건성건성 본 게 아니다.
<빨간머리
앤>을
똑바로 웅시하면서,
앤으로부터
보고 들은 이야기들을 시원하게 두레박에 담아 놓았다.
그렇게
길어 올려진 물은 한 여름 사막을 지나는 캐러번에게 분명 시원한 에너지로 작용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헬
조선’이란
사막을 정처없이 걸어가는 우리들에게,
방향도
또한 목적도 새롭게 해주며,
살아
가면서 고달픈 인생의 여정에서 시원하게 갈증까지 해소해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