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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의 박물관
아라리오뮤지엄 엮음 / arte(아르테) / 2016년 5월
평점 :
실연의 박물관
『안나
카레니나』의 첫 구절이
떠오른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구절은 다음과 같다.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이 말을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행복한
사람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사람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또한번
바꿔보자
<사랑에
빠질 때의 모습은 서로 닮았지만,
헤어질
때의 모습은 모두다 다르다.
>
이 책을 읽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
그거다.
만날
때,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모두다 동일하지만 헤어질 때의 모습은 천차만별이다.
사랑에 빠질 때의 모습은
‘첫눈에
반해’서이다.
하지만 헤어질 때의 모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다양하다.
다양한 모습으로
헤어지는데,
거기에
어떤 사연이 빠질 리 없다.
그
사연들을 모아 놓는다면 어떨까?
이
책은?
그런 사연과 사연이 깃든 물건들을
모아놓은 박물관이 있다.
헤어진 사연들을 모아 놓았는데 그
스토리와 더불어 그 사연을 간직한 물건들을 같이 보여준다.
‘전세계
35개국에서
순회전시 중인 실연박물관이 국내 처음으로 제주에 문을 열었는데,
국내외에서
모인 100여
개 물건들엔 모두 실연의 기억이 담겨 있다는 것’을
신문기사에서 보았는데,
이
책은 그런 물건들에 얽힌 사연들을 기록한 것이다.
예컨대 첫눈에 반해 캠퍼스 커플이
되었지만,
결국은
헤어지고 만 사연.(91쪽)
그
사연을 간직한 물건은 남자가 여자에게 선물했다는 로모 카메라다.
사연을
보낸 사람은 그 로모 카메라를 박물관에 보내면서 그 상대방 남자에게도 안녕을 고한다.
실연이란
무엇일까?
우리말 '실연'이란 말은 동음이어로
치자면 여러 뜻이 있는 낱말이지만,
여기서는
‘사랑을
잃어버린다’의
뜻으로 쓰이는 '실연(失戀)'이다.
‘실연’이라
했지만 연애할 때의 실연만 있는 것은 아니라,
죽음으로
헤어지는 경우도 있고,
회사와의
이별도 있다.
인간사
그만큼 서로 헤어지는 사연도 사연만큼이나 많은 것이다.
아!
사람의
일이란?
참,
안타까운
게 사람의 일인가 보다.
실연이란 말은 당연히 실연 전의
상태 -
그것이
열렬한 상태든 미지근한 상태는 연애중이라는 단계가 선행되야 하는데 -
에서는 그야말로
하늘에서 별이라도 따다 줄 기세이건만,
헤어질
때의 모습은 이건 순 날강도 수준인 경우도 있다.
‘사라진
남자’(149쪽)
편을
보자.
역시 ‘한눈에
서로에게 빠져 들’었다는게
이 사연의 시작,
그래서
지구 반대편에 살던 남자이건만,
서울에서
만난 인연을 이어간다.
그래서
3개월간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가 둘은 꿈같은 세월을 같이 보낸다.
사랑의
하이라이트!
그러나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고,
결국은
‘다만
슬펐던 것은 그가 제 인생으로부터 그냥 사라지는 방법을 택하여’(151쪽)
헤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남자측은 여자로부터 단물을
다 빨아먹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냥 말 한 마디 없이
사라져 버렸다니?
그런 사연도
있다.
그래서
여자는 ‘다
버린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끝까지 버리지 못했던 달리기와 공원에서의 추억을 동봉합니다’
라며
달리기-
그
남자와 같이 달리기 하면서 신었던 양말 그리고 암밴드 –에
소용되는 용품을 보냈다.
이런 사람이
있다니?
그야말로
천벌 받을 만한 사람이 아닌가?
여자를 그렇게 농락해 놓고는 그냥
사라져 버리다니!
그것은
범죄 아닌가?
다시 이
책은?
자고로 이별이란 어찌 되었든 슬픈
일이다.
서로에게
아픔과 상처를 남기는 일이다.
여기 박물관에 보낸
물품들,
사랑했을
때의 추억을 간직하는 물건들을 보면서,
사람은
떠나고 사랑했던 추억만을 보여주게 하는 물건들만 간직해선 무엇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헤어지고
난 상처들을 시간에 맡기지 말고,
이런
버림을 통하여 치유하는 것,
어찌
보면 지혜로운 행동이지 않을까?
이 책은 안타까운 이별의
슬픔,
상처를
그렇게 극복하려는 수많은 사연을 간직한 자들의 애닮은 신음 소리를 모아둔 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