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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은 의사, 거짓말쟁이 할머니
바티스트 보리유 지음, 이승재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누군가 손을 내밀거든 따지지 말고 붙잡아라
이
책은?
저자는 프랑스의 젊은 의사인
바티스트 보리유다.
그는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
들에 관한 에피소드를 불로그에 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불로그에 올린 글을 엮어낸 것이 『불새
여인이 죽기 전에 죽도록 웃겨줄 생각이야』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는데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그렇게 작가로서의 이름을 얻게 된
저자가 이번에는 삶과 죽음의 관계를 아주 유머러스하게 그려내고 있는 소설을 발표하였다.
바로
이 책 『죽고
싶은 의사,
거짓말쟁이
할머니』
이다.
이 책의
줄거리는?
저자는 이
소설에서 삶에
회의를 느껴 자살을 결심하는 의사와 세상의 온갖 일에 참견하고 싶어하는 이상한 택시 기사 - 사라- 의 일주일간의 동행을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저자는 이 기묘한 커플을 통해
죽음을 직면하게 함으로써 삶의 엄중한 의미를 깨닫게 만든다.
줄거리는
이렇다.
아내를 병으로 잃은
의사는
생의
의미를 상실하고 결국 자살을 결심한다.
그런데
어떤 택시 기사와의 만남으로
그
삶이 바뀐다.
그
택시기사 –
이름이
사라 –
는
일주일간의 시간을 내 달라고 조른다,
결국
거기에 말려들어 일주일간을 그녀와 같이 하게 된다.
그렇게
일주간의 시간이 흘러가는데,
마지막
날,
반전이
일어난다.
자칫 지루하다 싶은
내용이지만,
마지막을
향하여 가는 과정에서 산다는 것의 즐거움,
사소한
것들이 가지는 의미를 찾아 읽어간다면 그런 지루함도 잠시일 것이다.
그러니 조금씩 그런 구절을
음미하면서 두 주인공들의 뒤를 따라가노라면 마지막 반전에 이르러서는 무릎을 치면서 아하,
하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음미해 볼 부분들
<“자,
이유나
들어보자고.
도대체
왜 죽고 싶어?”
왜 죽고
싶냐고?
왜
소멸과 망각의 길을 가려느냐고?
불행하기
때문이다.
불행이라는
말의 뜻은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그는 계속 살아가기에는 불행의 뜻을 지나치게 잘 알고 있었다.
그게
이유라면 이유였다.>
(24쪽)
<이렇게 사소한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해주면서지.
배고프면
먹고,
목마르면
마시고,
졸리면
쉬거나 자고 그런 거.>
(84쪽)
<의사는
그에게 거짓말을 했다.
달리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나아질 것입니다.
....그럼요,
그래야지요..그래요,
두고
보세요.
훨씬
나아질테니....”>(90쪽)
그 자살하려는 사람이 남에게 이런
위로의 말을 건넨다.
<평소와
다른 게 있다면 실로 오랜만에 내일은 어떤 일이 벌어질까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는 점이다.
>(91쪽)
그는 의대를 졸어하고 드디어 꿈꾸던
의사가 되었다.
<그는
무한한 행복을 느꼈다.
하지만 삶이 무엇인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103쪽)
누군가 손을 내밀거든 따지지 말고 붙잡으라
이 책에서 저자가 몇 번씩이나
반복하며 강조하는 말이 있다.
바로
“살다가
누군가 손을 내밀거든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붙잡으라”는
말이다,
맨 처음 그 말을 접할 때에는 그저
그런 말이려니 하고 지나쳤지만,
두
번 째 그 말을 만나면서,
이게
무언가 의미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말은 처음 이렇게
등장한다.
사라의
말이다.
<제일
친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어.
살다가
누군가 손을 내밀거든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붙잡으라고.>(38쪽)
두 번째는 이렇게
등장한다.
주인공
마르크의 회상에 등장한다.
<아내가
죽고 6개월
후,
사라는
무화과나무 아래에서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살다가
누군가 손을 내밀거든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붙잡으라고.
그
순간부터 그는 맹목적으로 사라를 따라다녔던 것이다.
>(192쪽)
다시
회상이다.
<그는
일주일 전에 사라와의 계약에 동의한 자신을 떠올렸다.
누군가가
손을 내밀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 손을 잡으라는 말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뻗어온 사라의 손을 잡았다.>(245쪽)
다시 그 말이
등장한다.
<죽기
전에 이렇게 말할 거예요.
명세해줘,
살다가
누군가 손을 내밀거든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붙잡아.
난
그 사람을 잘 알아요.
그렇게
말하면 분명이 그 약속을 지킬 거예요.>(291쪽).
이 말은 누가 누구에게 하는
말일까?
바로 의사의 부인
아나스타샤다,
그녀가
죽어가면서 친구가 된 사라에게 자기 남편을 부탁하는 말이다.
그러니
38쪽의
말에 등장하는 “제일
친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어”의
'제일 친한 친구'는 곧 아나스타샤이다.
그녀는
죽어가면서 남편을 사라에게 부탁하면서 손을 내밀어달라고 했던 것이다.
그렇게 자살하려고 하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주라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소설의 주제가 된다.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소설이다.
그러니
소설 속의 이야기는 물론 허구다.
그러나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모두다 현실적이다.
사라가
등장하여 의사의 곁에 붙어있는 것,
물론
그런 일은 현실적으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안에 들어있는 실질,
즉
같이 한다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그에게 손을 내밀어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삶쪽으로 잡아당기는 것,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의사처럼 자살하려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있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