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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병 - 사회문화 현상으로 본 치매
김진국 지음 / 시간여행 / 2016년 2월
평점 :
기억의 병
이
책은?
치매가 지금 이 시점의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를 살펴본 책이다,
신경과 전문의인 저자 김진국은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낀 노인 문제의 안팎을 깊이 있고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문제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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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특별하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특별하다고
한다.
그것을 세 가지로 말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로 인구구조가 바뀌는
이상 치매 환자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고 불가피한 현상이라 하기에는 치매 환자의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
그런 한편으로 사회 전반에 노약자나
소수자,
장애자들에
대한 이유없는 모멸,
멸시,
혐오의
문화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셋째,
보건당국의
대책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부실하기
보다는 무대책이라 하는 편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문제의식 하에 저자는
‘치매’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탐구하여,
벌어지는
복잡한 사회문제들을 명쾌하게 진단해 놓고,
그런
치매 문제에 대하여 사회는 어떻게 대처하고 정부는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하는지를 제언하고 있다.
치매에 대한 바른 이해
<우리
사회에서 치매라는 말은 병의원에서 의사들이 특정 증상이나 질병을 지칭하기 위해서만 쓰는 말이 아니다.
사물을
기억하는 데 착오가 거듭되고,
실수가
되풀이되거나 변화된 환경이나 질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또
때와 장소를 분별하지 못하여 사회통념에 어긋나는 이상행동을 보일 때,
그런
현상들을 포괄하는 보통명사처럼 통용되고 있다.
따라서
치매라는 말은 배려와 보살핌이 필요한 질병이라는 뜻보다는 어설프거나 세련되지 못한 행동들에 대한 혐오와 모멸,
조롱이
담긴 은유적 표현으로 쓰이기도 하고,
나이와는
상관없이 함께 어울려 살 수 없고 배제되거나 격리해야 할 대상이라는 뜻으로 통용되고 있다.>(37쪽)
그렇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치매라는
말은 질병으로 돌보고 치료해야 하는 개념이 아니라 혐오의 대상으로 쓰이고 있다.
“너
치매 걸렸냐?”는
식의 말은 주변의 대화에서도 가끔씩 듣게 되는 말이다.
그래서
저자는 거기에 문제점이 있다고 진단한다.
그런 치매환자에 대하여 인격 폄하가
일어나는 이유중 하나가 의학계와 정부,
언론에서
사용되는 노인 관련 용어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책의 논의 전개 과정
그런 문제점에서 시작한 이 책은
현재 의료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치매 진단법에 한계나 문제점이 있는지를 살펴보고,
한편으로
지금의 사회구조,
정부
정책,
그라고
의약계의 ‘보이지
않는 손’이
치매 진단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하는
항목까지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된 것들
‘사회적 입원’의 문제
‘사회적
입원’이란
입원까지 해야 할 증상도 없고,
그래서
별다른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지도 않으면서 병원에 장기 입원하는 경우를 말한다.
요양병원의 증가에 따라 사회적
입원이란 현상이 발생했는데,
거칠게
표현하자면 현대판 고려장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의료정책의 실패이기도 하다.
의료 시장의 수요와
공급
의료시장은 수요가 공급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고 수요를 만들어내는 특성이 있다.
그런데
치매 환자의 증가를 고령사회니까
치매 환자가 또 요양병상 수가 늘어나는 것을 당연하다고 판단한다,
이는
심각한 오류다.
이러한
판단은 의료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255쪽)
밑줄 긋고 싶은 글들
자살의 억제 수단으로서의
가정
<뒤르켐에
따르면 “자살의
가장 큰 억지력을 가진 것은 가족”인데,
노인의
지위가 가장 안정적이면서도 돋보이는 것이 바로 가족안에서다.
가족의
섬김과 보살핌이 있고,
지독한
경쟁에서 풀려나 한발 물러선 자리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고,
자신의
지나온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만 있다면,
그리고
곧 삶을 마감할 시간이 시나브로 다가오고 있음을 자각할 수 있다면 구태여 스스로 목숨을 버릴 일은 없을 것이다.>
(129-130쪽)
망각의
효용
망각의 효용에 대한 니체의 설명은
탁월하다.
“일종의
능동적인,
엄밀한
의미에서의 적극적인 저지능력”이며
불쾌한 생각들이 우리의 의식에 떠오르지 않도록 “의식의
문과 창들을 일시적으로 닫는 것”으로
“마치
문지기처럼 정신적 질서와 안정,
예법을
관리하는 관리자의 효용”이란
것이 바로 니체가 말한 망각의 효용이다.
니체는 이렇게까지
말한다.
“망각이
없다면 행복도,
명랑함도,
희망도,
자부심도,
현재도
있을 수 없다.”
(248쪽)
다시 이
책은?
‘사회
문화 현상으로 살펴본 치매’라는
주제에 걸맞게 한국사회에서 나이 든다는 것과 기억의 병으로 인한 치매를 그 의미부터,
현재
상황들과 앞으로의 대책에 이르기까지 잘 다루어 놓았다.
세월의 흐름은 누구에게나 동일한
것이기에,
누구나
한번은 만나야 할 나이듦과 병듦의 문제,
특히
기억의 병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그러한
생각거리들을 이 책은 제공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