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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제국 - 인류의 육식문화를 다시 생각하다
티머스 패키릿 지음, 이지훈 옮김 / 애플북스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육식
제국
이
책은?
‘잠입(潛入)’이라는
말이 있다.
‘남몰래
숨어들어간다’는
말이다.
그 말
‘잠입’에
‘취재’라는
말을 더하면 ‘잠입취재’가
되는데,
바로
이 책이 잠입취재로 이루어졌다.
저자인
티머시 패키릿은 정치학자이다.
학자인
저자가 대규모 도축장에 위장 취업하여 그 곳의 실상을 낱낱이 기록하여 이 책에 담았다.
그러니 일단 이 책은
보통사람들로서는 상상하지 못하고 또한 결코 눈으로 볼 수 없는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귀한 가치가
있다.
더하여
그런 기록과 더불어 저자가 던지는 메시지 역시 가치가 있다.
저자는 권력이 된 대규모 도축산업이
어떻게 노동자와 소비자의 시선을 통제하고 거리두기와 감추기 방법을 통해 어떻게 진실을 은폐하는지,
또한
도축장 내부에서 일하는 인부들은 어떤 방식으로 노동력을 착취당하며 감시당하는지를 완벽하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저자가 도축장에 위장취업하여
도축장의 모든 것을 샅샅이 보고 듣고 그것을 기록하였다.
그런데 도축장 안에 들어가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엄격한
시스템 하에 통제되어 외부인은 들어가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곳이 바로 도축장이다.
저자가 도축장에 들어가 취재를 하기
위하여 도축장에 취업을 하려고 작정을 했을 때부터 난관이 있었다.
업주들이
‘위장취업’
조항을
방패삼아 도축장에 잠입하려는 모든 시도들을 막아내려고 하기 때문이었다.
해당 법규는
이렇다.
“업주의
허락을 받지 않은 행위를 할 목적으로 구직자를 사칭하거나 신분을 위조하면 처벌된다.
이전에
동일한 행위를 한 적이 있다면 처벌 수위는 높아진다,
초범은
가중처벌 경범죄이며 재범 이상은 ‘D’급
경범죄이다.”(16쪽)
그러니 저자는 미국 법령에 의하여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그렇게
범죄자가 될 것을 각오하고 저자는 그 실상을 파헤쳐서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도축장은 왜 그렇게
외부인의 출입을 막으려 하는 것일까?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작업들이
동물들에게 잔인한 일이라는 것.
또한
사람들에게도 비윤리적인 일이라는 것을 그들 스스로 알기에 그런 것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동물들이 잔인하게
도륙되어서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 중에서,
혐오감을
느끼지 않도록,
모습을
단순화해서 보여주는 것이 그들의 목표이기에 그런 보여서는 안될 과정을 철저하게 통제하여 보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그런 부분들을
실제로 보여주는 것에 일단 가치가 있다,
동물들이
어떻게 죽어가는가부터 어떻게 그 고기들이 어떻게 처리 가공되는가,
그
실상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저자의 관찰력에 경의를
표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또하나 느낀 것은
저자의 뛰어난 관찰력이다.
저자는
일단 그 안에 들어가 일할 수 있게 되자,
그
안의 모든 것을 기록하기 시작했는데,
먼저
한 일은 도축장의 모습을 그려 보이는 것이다.
해서
이 책의 52쪽부터
60쪽에
걸쳐 도축장의 모습과 도축이 이루러지는 각 공정의 흐름을 다 파악하여 도면으로 남겨 놓았다,
그러니
그 도면들을 보면 살아서 들어간 소가 죽어서 고기가 되어 나오기 까지의 공정이 손에 잡힐 듯이 드러나고 있다.
그 그림들은 저자가 현장에서 수개월
동안 틈틈이 직접 그려 놓은 것이다.
(55쪽)
이런 기록 어떤가?
어디
그뿐인가?
저자의
뛰어난 관찰력은 비단 보이는 것을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는다.
여느
사람같으면 그냥 스쳐 지나갔을 것들도 저자의 눈에는 포착이 된다.
<나는
측면에 주먹만 한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거대한 트레일러 옆을 달리다가 구멍 안쪽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살아있는
소의 눈이었다.>
(31쪽)
<도축장
벽면에 고정되어 있는 전기충격대는 전류가 흐르는 금속 막대 두 개로 구성되어 있다.
소는
여기에 접촉하는 순간 감전되어 심장이 활발히 뛰기 시작한다.
그러면
손상된 경동맥과 경정맥으로 엄청난 혈액이 쏟아져 나와 잠시후 ‘꼬리자르는
사람’
앞에
이를 때쯤에는 과다 출혈로 사망이 확실시 된다.>(67쪽)
그렇게 저자는 뛰어난 관찰력으로
소가 반짝이는 눈을 하고 도축장으로 들어가는 모습,
그리고
그 소가 죽어 꼬리를 잘리는 곳에 이르기까지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그런
묘사력 덕분에 도축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독자들은 알게 되는 것이다.
다시 이
책은?
저자는 도축장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한다.
<도축장은
은폐하면서 감시하고,
감시하면서
은폐했다.
모든
것을 복잡하게 만듦으로써 이 위험하고 비천한 일을 그 수혜자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뜨려 놓았다.>(251쪽)
저자는 자기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산업화된
도축장에 관해 글을 쓰려는 정차학자>(250쪽)
따라서 이 책에는 그거 정치학자로서
보고 느낀 점들이 많이 들어있다.
그런 정치적인
견해,
그의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도널드가
저자에게 한 다음과 같은 말이다.
“당신도
아이가 있잖소?
당신
자녀들이 이런 고기를 먹길 바라는 거요?
한번
생각해 봐요.”
(250쪽)
이 말을 꼽은
이유는,
우리나라의
경우,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도축장의 모습보다 못하면 못했지 결코 나을 리가 없을 것이라는 안타까운 추측 때문이다.
그런
내 생각이 결코 추측으로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
또한
더더욱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