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 그 무섭고도
특별한 여행
이
책은?
직장과 집이 떨어져
있어,
별
수 없이 두 군데 거처를 두고 있는 저자는 그런 개인적인 상황 때문에 유배라는 독특한 형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거기에는 저자의 전공이 고전문학인 것도 한 몫을 했음이 분명하다.
그래서 유배라는 형벌을 받은
역사상의 인물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는데,
저자의
관심을 더욱 끄는 인물들은 “지엄한
왕명에 따라 낯선 장소에 이주해 옴으로써 어쩔 수 없이 혹은 운명처럼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고 자연스럽게 지역 교육에 투신하게 된
문인들”과
“유배라는
비극적인 개인사를 학문적,
인간적
성찰과 성숙의 역사로 바꾼 유배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래서 저자는 그 사람들이 유배를
간 지역뿐만 아니라,
조선
사회와 우리 역사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주목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7-8쪽)
이 책은 그렇게 저자의 관심이 가게
된 ‘문학을
통해 만난 유배와 유배 당한 자,
그리고
유배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은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제
1부는 유배,
그
특별한 경험을 이야기하다.
제
2부는
두 편의 문제작으로 다시 읽는 유배 이야기.
제
3부는
떠나온 자,
장소와
역사를 만들어라.
이렇게 세 개로 나누어
보는데,
이
책의 주를 이루는 것은 제 2부
두 사람의 유배자가 남긴 기록을 통해 유배의 실상을 알아보는 부분이다. 여기에서는 유배자가
낯선 ‘장소’를
기록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가면서 세계를 열어가는 모습이 실감나게 펼쳐지고 있다. 특별히
저자는 별감 안도환의 「만언사」와
영남 양반 김진형의 「북천가」를
분석하여 보여주고 있다.
유배가 만든 절묘한 인생의 경지
저자는 유배가 단순히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게 아니라,
독서와
수양이 몸에 밴 사대부들에게는 부단한 배움과 성장의 계기가 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그런
측면에 관하여는 허균의 글을 읽어보는 것이 더 확실하게 이해가 될 것이다.
허균의 원래 글에는 사람의 이름이
실명 대신에 호로 등장한다,
당시에는
호로 부르는 것이 당연하지만,
현대의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다.
또한
언어 역시 조선시대의 언어이기 때문에,
서평자가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으로,
또한
현대어로 수정했다.
<근래
관각에서 이산해를 으뜸으로 삼는다.
처음에는
당나라 시를 본뜨다가 만년에 평해에 유배되고 나서 비로소 시가 극치에 이르렀다.
고경명의
시도 버림받아 한가하게 되었을 때 바야흐로 크게 진전되었다.
그러므로
문장은 부귀영화에 있지 않으며,
험난하고
간고한 경험을 겪으면서 강산에서 도움을 얻은 다음에야 절묘한 경지에 들어선다.
어찌
이 두 분뿐이겠는가?
옛사람들도
그랬다.
유종원과
소동파도 그랬다.>(251쪽)
사대부들에게는 유배의 시간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었고,
소중한
독서의 시간이자 탐구의 시간이었으며,
부단한
배움과 성장의 계기가 되었던 것이 분명하다.(166쪽)
그것은
비단 허균이 예로 들은 사람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다산
정약용의 경우가 그것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다산
정약용이 강진에서 18년의
유배생활을 하는 동안,
그는
수많은 저서들을 남겼다.
그
저서들은 지금까지 전해져 우리 민족의 귀한 사상적 자료로 남아있다.
또한
정도전은 유배지에서 직접 목격한 고려 백성들의 삶을 보면서 새로운 나라,
조선의
건국을 결심하게 되었으니,
그들에게
그러한 유배의 시간이 없었더라면 우리나라의 모습은 달라도 한참 다른 모습이되었을 것이다.
다시 이
책은?
주목할 부분은 제 2부이다. 제
2부에서,
저자에
의해 되살아난 두 사람,
별감
안도환과 영남 양반 김진형의 유배생활이 마치 드라마처럼 이 책에 펼쳐진다.
특히
신분이 다르고 죄질이 다른 두 사람을 대비하면서 유배지의 생활을 잘 묘사함으로서 유배라는 형벌의 실체를 더욱 명료하게 그려내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역사적 사실로서의
유배를 통하여 이루어진 개인과 사회의 변화 양 측면을 균형있게 풀어내고 있어,
역사적
사실과 그 역사적 가치를 잘 고찰해 낸 책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