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은 뒀다 어디에 쓸꼬?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위험하게 사는 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세상이 안전하지 않은데 개인이
안전하기를 바라는 것은 포탄이 날아다니는 전장에서 나만 안전하기를 바라는 일과 같다.
....
그러니 어떻게
할까?
이
소설은 이 질문과 무관하지 않다.>
(352쪽)
그런 질문에 대답하는 심정으로
저자는 이 책을 쓴 것이리라.
안전하지
않은,
즉
나라없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백성들을 보는 그의 마음이 따뜻하다.
이 소설은 그런 저자의 심성을
바탕으로,
독자들을
그 당시 역사의 현장으로 인도하여 우가 미처 깨닫지 못하던 역사의 구석구석을 당시의 언어로 보여준다.
그 모습은 어떠한
것일까?
나라없는 나라의 모습
<-왜놈이
궁을 터는 일에 편역을 드니 개화당이로구만.
대오의 뒤편에서 비아냥대는 소리가
날아왔다.
-말이
과하다.
나는
어명을 따를 뿐이다.
어명을
거역할 셈인가
잠시 말이 끊기고 추녀에서 비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병사
하나가 일어나 들고 있던 소총을 바닥에 내리쳐 두 쪽을 냈다.
-이것은
나라가 아니다!
나라는
없다!
총을 동강 낸 것으로도 모자라
그자는 입고 있던 군복을 갈기갈기 찢었다.
-궁을
나가자!
지킬
임금도 없다!>
(195쪽)
조선병사의 입으로
말한,
‘나라
없는 나라’가
당시 조선의 모습이었다.
나라라는
이름은 있으나,
나라가
아닌 나라.
나라라 함은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인가?
다른
것은 몰라도 적어도 나라에 속한 백성들 먹이고 입히고 지켜 줘야 할 것 아닌가?
그런 것 하나 해주지 못하는
나라라면 임금이 있다한들 그게 나라인가?
그 병사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당시에만
맞는 말이 아니라.
누천년을
두고 두고 해당되는 말이기에 이 책에서 외치는 가장 큰 함성이며,
고함이다.
우리
모두가 외어야 할 금과옥조이기도 하다.
그런 나라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동학군,
장팔의
최후
<-
불을
질러라.
음험한
것들이다.
어찌
그러십니까?
얼굴은 깨끗할지 몰라도 옷을 보지
못하였느냐?
동학당이
아니라도 같은 부류들이다.
질러라.
사람들이 횃불을 만들어 집 안
곳곳에 던져 넣었다.
분명
부시 치는 소리가 들렸을 터인데 안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일어나지 않았다.
.......집이
다 탈 때까지 안에서는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332쪽)
백성은 나라없는 나라에서 백성은
그렇게 죽어간다.
<강직한
것이 병이라면 말세로세>
(142쪽)
나라없는
나라에서,
강직한
성품 가진 백성은 죽기 딱 좋다.
제명에
못 산다.
이런
나라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남아야지
“다시
돌아오거든 네가 시집가서
아들딸 낳고 사는 모습을 지켜볼
것이다.
하나 만일 돌아오지
못하거든…
살아남아라.”.
전봉준이 딸 갑례에게 한
말이다.
그런
나라에서도 모진 목숨 살아야 한다.
아니
마지 못헤 사는 삶이 아니라,
다시는
그런 나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애쓰면서 살아내야 한다.
다시 돌아가서는 안되는 나라
<-받아먹지
못한 환곡을 갚고,
노상
부역에다 군포는 군포대로 내는 세상으로 다시 가겠느냐?
양반의
족보를 만드는 데 베를 바치고 수령들 처첩까지 수발을 들면서 철마다 끌려가 곤장을 맞을 테냐 을개의 목소리가 퉁명해졌다.
-이제는
그렇게 못 살지요.
-나도
그렇게는 못 산다.
우리는 이미 다른 세상을 살았는데 어찌 돌아간단
말이냐? 목숨은
소중하지만 한 번은 죽는 법이다.
조금
당길 때가 오거든 그리하는 것이 사내의 일이다.>(301쪽)
<비록
적도를 소탕하더라도 예전 세상으로는 돌아가지 못하리란
예감에 백낙완은 전율했다.>
(294쪽)
동학군을 치기 위해 싸웠던 조선군
백낙완의 생각이다.
그의
생각에도 이제 조선은 그 예전의 조선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다시는
그 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도.
다시 양반인 호정의 소리로 그것을
확인해 보자.
<농군이
쫒겨간 후에야 민보군이란 것을 만들어 양반들은 복수를 하는 눈치였으나 세상은 어느덧 돌이켜질 일로 보이지 않았다.>(334쪽)
그렇게 세상은 바뀐
것이다.
그래서
그 예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었던 것이다.
백성의 소리를 들어보라
<우리
일을 우리가 결정하고 득 되는 일을 허는디 신이 안나?
그렁게
이놈들이 지금까지 지들만 해먹었등개벼.>
(282쪽)
이제 그런 세상을 어제의 일로
만들고 보니,
신나는
목소리가 여기 저기 들린다.
수탈에서
벗어나,
이제
그들은 백성의 힘이 무엇인지,
어디까지인지
알기 시작한다.
그래서
목소리에 신바람이 들어가는 것이다.
역사가
기억한다.
아니,
기록한다.
<지난봄부터
죽어간 사람들은 죄다 누군가의 동무였다.
누ᅟᅮᆫ가의
아들이며 지아비였다.
아비였다.
그가 말끝을
떨었다.
대체 그 사람들은 누가
알아준답니까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을개는 그 말이 야속하여 대꾸도
못하고 눈두덩만 훔쳤다.
바람이
찢듯 옷섶을 헤쳤다 전봉준의 다음 목소리가 바람에 흩어졌다.
후세가 기억할
것이다.
다음
세상의 사람들은 반드시 알아줄 것이다.
>(290쪽)
지금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들의
죽음이 무엇 때문이며,
무엇을
위해서인지.
그래서
이런 기록이 고맙다.
우리의
천박한 기억을 되살려줄 수 있기에.
이제 하늘의 소리를 들어라
<대원군은
원탁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통역을
포함하여 세 사람의 일본인을 둘러보던 그가 말하였다.
참으로 억울한 일을 당하여 말과
힘으로도 어쩔 수 없을 때 조선인들이 하는 말이 있소.
무엇인지
아시오?
세 사람 중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대원군이
외쳤다,
천벌을 받을
것이다,
너희는
반드시 천벌을 받는다.>(276쪽)
그렇다,
우리에게는
그렇게 우리 사정을 알아주는 하늘이 있다.
그래서
우리 맺힌 한을 풀어주는 벼락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벼락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준 저자에게 한 없는 고마움을 느낀다.
대원군의 그 말을 가슴에
담으려는데,
나도
모르게 내 입을 열고 나온 말이 있다.
“벼락은
뒀다 어디에 쓸꼬?”
우린 우리의 재를 넘었을
뿐,
길이
멀다.
그렇게 전봉준의 싸움을 통하여
저자는 나라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웅변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그때로부터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어왔던가?
그래도
가끔씩은 역사가 회오리 바람처럼 돌고 돌아 당시로 회귀하는 모습 보이니,
가슴이
막막하지 아니한가?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의 대미를
이렇게 장식한다.
<-
선생님,
저
재를 넘으면 무엇이 있습니까요?
몰라서 묻는
게냐?
우리는
이미 재를 넘었느니라.
게서
보고 겪은 모든 것이 재 너머에 있던 것들이다.
그럼 이제 끝난
것입니까?
아니다.
재는
또 있다.
그럼 그건
어쩝니까요?
그냥 두어도
좋다.
뒷날의
사람들이 다시 넘을 것이다.
우린
우리의 재를 넘었을 뿐.
길이
멀다.
가자꾸나.>
(346쪽)
정말, 그렇다. 길이
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