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독(誤讀)
가능성을 전제로 하여
다음의 글은 오독 가능성을 전제로
하고 쓰는 글이다.
그만큼 나에게는 이 책이
어렵다.
이
책,
먼저
불친절하다.
이 책에는 저자가 닉 클라우드라는
것은 나타나 있는데,
그가
어떤 사람인지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다.
그뿐만
아니다. 역자가 누구인지를 밝혀 놓지 않았다.
번역을 누가
했는지,
알
수가 없다.
번역자가 궁금한
이유는?
글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기에 그렇다.
원래의
글이 그랬을 수도 있겠으나,
이렇게
이해가 되지 않는 상당부분의 책임이 번역에 있다 하겠다.
몇 가지 예만
들어보자.
<동시에
브림이 강한 턱도 내려갔다 한껏 올라가 있었습니다.>
(48쪽)
‘브림’은
무엇인지?
brim 같은데,
그
말을 번역을 하지 않은 이유는?
<소중한
것에 대한 망각을 일깨우는 트리거 라포.>(335쪽)
‘트리거
라포’가
무엇인지?
trigger rapport 인가?
그 말을 우리말로 번역할 수는
없었는지?
<수많은
아치형의 리브를 날아다니던 그녀의 눈동자는 어느새 ......>)(291쪽)
‘리브’는
무엇인지?
<자신보다
더욱 수척해 보이는 그녀에게서 차마 걱정을 지을 수 없었습니다.>(98쪽)
‘지을
수’가
아니라 혹시 ‘지울
수’?
그것도
아니라면,
대체
무슨 의미인지?
그런 번역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적어도
이 소설에 대한 해설 정도는 붙일 수 있지 않았을까?
아울러
내용 중에 외래어를 발음 그대로 옮겨놓은 용어들에 대해 해설 정도는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은 너무 과한가?
읽으면서
‘왜?’를 찾으려
애썼다,
그런 것과는
별개로,
책의
줄거리가 이해하기 심히 어렵다.
이런 책은
처음이다.
정말
처음이다.
읽다가 접고 다시 읽다가 접고 한
책은 처음이다.
읽다가 접고 접고 한 이유는 책을
읽다가 무언가 빠트린 줄 알았기 때문이다.
무언가 내가 빠트린 것이 있기에
이야기가 이렇게 되는 것이지,
정상적
책이라면 도저히 이러지 않을건데,
하는
생각에 다시 앞으로 돌아가고 뒤로 가고 하느라,
무진
애를 썼다.
주인공들의 정체를
알아야,
그들의 행동이
이해된다.
처음에는 주인공들의 행동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들의 행동에
‘왜?’라는
질문을 했을 때에 그 대답을 찾을 수 없었다.
주인공인 마리 뜨에르라는 여자와
야쿠보쿠라는 남자가 하는 행동들에 대하여 어떤 개연성을 찾기 어려웠다.
<야쿠보쿠는
그 날 저녁 내내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아니
결코 내려갈 수 없었습니다.
오직
그녀만이 그를 움직이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다음 날 아침을 맞았고,
또
다음 날 아침을 맞았습니다.>(97쪽)
야쿠보쿠의 행동
–
물론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겠는데 그래도 –
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숙소
–
그것도
호텔 –
에
갔다가 다시 오면 될 터인데 굳이 그 자리에서 며칠을 지낸다는 것이,
글쎄,
저자의
또 다른 뜻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었다.
그런
행동들이 계속하여 등장하니,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없었다.
그러니,
주인공들에게
정이 가지를 않는다.
대체 어디서 온
인물인지?
별세계에서
온 사람들인가?
마리 뜨에르라는 여자와 야쿠보쿠라는
남자.
대체
정체가 뭐냐,
하는
질문을 하고, 하고, 했다.
여자는 본인 입으로 말하듯이
“불쑥불쑥
사라지는 막무가내의 여자”(99쪽)이다.
남자는 노숙자?
국적은?
그들의 정체는 드디어
109쪽에
가서야 알 수 있다.
그러니
무려 100여 쪽을 그런 의구심을 가진 채, 책을 펴고 접고 했던 것이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전시 시간이 지난
다음에도 박물관 안에 있는 그들을 보고 다가온 경비원이 그녀에게 인사를 건넬 때, 그녀의 정체가 조금
드러난다.
<“오랜만에
오셨군요”라고
인사한 경비원은 어찌된 일인지 마리를 보고는 정중하게 고개까지 숙였습니다.>(109쪽)
나중에 그렇게 하는 이유가
드러난다.
“우린
그녀를 파리의 미망인으로 부른답니다.
그분은
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던 이 도시에 가장 많은 후원금을 전하신 분이죠.
제가
아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316쪽)
루브르 박물관의 고위 관계자가 한
말이다.
여주인공 마리 뜨에르는
1412년
2월
12일
태어나 1974년
12월
31일
저녁 12에
죽은(311쪽)
사람이다.
그러니
그녀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남주인공인
야쿠보쿠는 요정이다.
이런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이니,
이는
판타지 소설이다.
그러니
그들의 정체를 알아야,
비로소
이 소설이 이해가 된다.
주인공들의
행동이 그렇게 보통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아도 이것은 판타지 소설이니까.
그래도
된다.
그렇게
이 소설을 판타지로 알고 읽으니, 그제야 조금씩 소설이 다가온다.
그때까지는?
인내심을 가지고 읽을 수 밖에!
몇 가지 번역자에게
당부한다.
다음 몇가지를 번역자에게 당부하고
싶다.
다음에
다른 책을 번역할 때 참고하시라고.
‘에’와 ‘의’를 구분하지 않는 글쓰기.
<그렇게
영화 토요일 밤에 열기에
나왔던 음악이 ......>(327쪽)
“부라유
넌 꼭 훌륭한 사람이 될거야,
난
누구보다 아름다운 너에 그
마음을 믿어.”(334쪽)
“그럴
수 없다.
아니
그럴 수 없어.
그가
그토록 원하는 나에 입술
마지막 향기가 되어 그에 들판에
퍼지고 싶다.
그래
그를 사랑하기에 영원히 그의 가슴속에 아름다운 이름으로 물들고 싶으니까.”(342-343쪽)
오탈자가 많이 보인다.
<그것에
또다시 그녀의 얼굴이 덥히고 덥히어 그를
무겁게 짓눌렀습니다.
>(98쪽)
‘덥히다’는
‘덥다’의
사역형이다.
이
경우,
‘덥히고’
라는
말 대신에 ‘덮히고’가
바른 말이다.
<부드러운
눈빛과 미소는 적의를 들어낸 맹수의
으르렁거림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128쪽)
‘들어나다’와
‘드러나다’의
차이를 아시는지?
문장인 듯 문장 아닌 듯한 문장이
보인다.
<퉁퉁
부은 두 눈으로 자신 앞에 떨어진 몇 개의 동전만이 바보 같은 자신을 비추고 있을 뿐이었습니다.>(319쪽)
편집의 실수?
한글로 문장을 이어가다가 느닷없이
중간에 이런 글이 보인다.
(Reality, Richard
Sanderson) (325쪽)
(Wildflower, Color
Me Badd)(344쪽)
(Rainbow Bridge,
Steve Barakatt)(368쪽)
그리고
368쪽에는
그 정체모를 글로 끝난 듯 한데,
그
밑에,
한참
밑에 이런 글이 또 보인다.
(Night Birds, Shakatak)
시를 인용했다는
것인지,
가사를
인용했다는 것인지?
그것이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