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반짝이는 속편을 빨리 써주세요
이
책,
내 나름대로 구분해보니
책을 읽고 나서 거기에 들인 시간이
아까웠다고 생각되는 책과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되는 책으로 구분할 수 있겠다.
그럼,
그
기준에 따르면 이 책은?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읽지
않았더라면 큰 일 날 뻔 했다는 생각까지 드는 책이다.
또 책을 이렇게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읽고 나서 다시 펼쳐보니 온통
문장마다 밑줄이 그어있는 책과 밑줄 하나 보이지 않는 책.
이
책은?
문장마다 모두 다 밑줄을 긋고 싶은
책이다.
실제로
밑줄을 긋지 않고 넘어간 페이지가 없는 책이다.
그만큼
가슴에 와 닿는 말들이 많았다는 말이다.
이 책에 이런 말이
있다.
엄기호의
<단속사회>에서
인용한 말이다.
<만남이란
끊임없는 ‘너’의
확장을 의미한다.>(162쪽)
그 말에 의지하여 책을 또 이렇게
구분할 수 있겠다.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너-
독자’를
확장하는 책과 그러지 못한 책.
이
책은?
읽으면서
–
그러니까
읽고 나서가 아니라 읽어가는 동안 내내 -
‘나’를
확장시켜 가는 책이라 할 수 있다,
만나는 문장마다 나를 대입하여
생각하면서 무언가 더 생각하고 싶어지는 강한 충동을 느끼곤 했다.
저자의
글은 생각을 뻗어나게 해주는 생각거리를 끊임없이 제공해 주었다.
이런 글이
있다,
영화 괴물을 찍은 봉준호 감독이 한
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고생시키다니 나는 분명 지옥게 갈 거다.”
(176쪽)
그 글을 읽고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럼
나는?
나도
많은 사람을 고생시키지는 많았지만 식구들을 고생시켰으니 분명 지옥에 갈거다.
또 이런 말도
있다.
< ......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돈도 안 되는 일을 대단히 열심히 한다는 것은 제 정신으로 하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180쪽)
그렇다면 나도 제정신이 아닌
사람,
맞다.
이런 책 앞으로는
읽지말자,
다짐은 했지만
실현가능한 생각은 물론
아니지만,
이런
책 앞으로는 읽지 말아야겠다.
페이지 건너 페이지마다 읽어야 할
–
반드시
읽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드는 –
책들을
등장시키니,
그
다짐이 주는 부담감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런
부담감에 심장병 걸릴 정도니,
이런
책 계속 읽다보면 제명에 못 죽을 거 같아서,
어찌
살겠나?
책을 이렇게 마구 마구 읽게 만들어
놓는 이 책,
이런
책,
앞으로는
읽지 말아야겠다,고
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도, 저자가 이 책에 등장시키는
책들,
영화들
리스트를 만들어,
언제
한번 날 잡아서 차근차근 보고 읽고 싶어진다.
다행하게도,
저자는
친절하게 부록에 그 리스트를 만들어 놓았다.
물론
거기에는 책 중에 언급된 것 중에 빠트린 것도 있기는 하지만.
저자를 만나고 싶어진다
책을 읽다가 문득 남아있는 책의
쪽수를 가늠해보니,
얼추
반절!
아니?
이렇게
책이 얇았던가,
하는
의구심에 바짝 긴장감이 몰려왔다.
아니 이렇게 다 읽어버리면
안되는데,
한창
재미있는 판에 문득 이야기가 그치는 그런 형국이 아닌가?
그 정도로 책을 읽다가 책의 부피가
늘어나기를 바란 것은 아마 처음일 듯하다.
그래서 다 읽고
나니,
이제
이 책의 속편이 기다려진다.
어디
그뿐인가,
저자가
무척 궁금해진다.
맘먹고
언제 하루쯤 시간 내어 저자가 운영한다는 카페 <책과
빵>에
들러 반짝이는 이야기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