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때 반짝 리스트 - 엎드려 울고 싶을 때마다 내가 파고드는 것들
한수희 지음 / 웅진서가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반짝 반짝이는 속편을 빨리 써주세

 

 

이 책, 내 나름대로 구분해보니

 

책을 읽고 나서 거기에 들인 시간이 아까웠다고 생각되는 책과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되는 책으로 구분할 수 있겠다.

그럼, 그 기준에 따르면 이 책은?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읽지 않았더라면 큰 일 날 뻔 했다는 생각까지 드는 책이다.

 

또 책을 이렇게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읽고 나서 다시 펼쳐보니 온통 문장마다 밑줄이 그어있는 책과 밑줄 하나 보이지 않는 책.

이 책은?

문장마다 모두 다 밑줄을 긋고 싶은 책이다. 실제로 밑줄을 긋지 않고 넘어간 페이지가 없는 책이다. 그만큼 가슴에 와 닿는 말들이 많았다는 말이다.

 

이 책에 이런 말이 있다. 엄기호의 <단속사회>에서 인용한 말이다.

<만남이란 끊임없는 의 확장을 의미한다.>(162)

 

그 말에 의지하여 책을 또 이렇게 구분할 수 있겠다.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 독자를 확장하는 책과 그러지 못한 책.

이 책은?

읽으면서 그러니까 읽고 나서가 아니라 읽어가는 동안 내내 - ‘를 확장시켜 가는 책이라 할 수 있다,

 

만나는 문장마다 나를 대입하여 생각하면서 무언가 더 생각하고 싶어지는 강한 충동을 느끼곤 했다. 저자의 글은 생각을 뻗어나게 해주는 생각거리를 끊임없이 제공해 주었다.

 

이런 글이 있다,

영화 괴물을 찍은 봉준호 감독이 한 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고생시키다니 나는 분명 지옥게 갈 거다.” (176)

 

그 글을 읽고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럼 나는? 나도 많은 사람을 고생시키지는 많았지만 식구들을 고생시켰으니 분명 지옥에 갈거다.

 

또 이런 말도 있다.

< ......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돈도 안 되는 일을 대단히 열심히 한다는 것은 제 정신으로 하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180)

 

그렇다면 나도 제정신이 아닌 사람, 맞다.

 

이런 책 앞으로는 읽지말자, 다짐은 했지만

 

실현가능한 생각은 물론 아니지만, 이런 책 앞으로는 읽지 말아야겠다.

페이지 건너 페이지마다 읽어야 할 반드시 읽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드는 책들을 등장시키니, 그 다짐이 주는 부담감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런 부담감에 심장병 걸릴 정도니, 이런 책 계속 읽다보면 제명에 못 죽을 거 같아서, 어찌 살겠나?

책을 이렇게 마구 마구 읽게 만들어 놓는 이 책, 이런 책, 앞으로는 읽지 말아야겠다,고 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도, 저자가 이 책에 등장시키는 책들, 영화들 리스트를 만들어, 언제 한번 날 잡아서 차근차근 보고 읽고 싶어진다. 다행하게도, 저자는 친절하게 부록에 그 리스트를 만들어 놓았다. 물론 거기에는 책 중에 언급된 것 중에 빠트린 것도 있기는 하지만.

 

저자를 만나고 싶어진다

 

책을 읽다가 문득 남아있는 책의 쪽수를 가늠해보니, 얼추 반절!

아니? 이렇게 책이 얇았던가, 하는 의구심에 바짝 긴장감이 몰려왔다.

아니 이렇게 다 읽어버리면 안되는데, 한창 재미있는 판에 문득 이야기가 그치는 그런 형국이 아닌가?

그 정도로 책을 읽다가 책의 부피가 늘어나기를 바란 것은 아마 처음일 듯하다.

그래서 다 읽고 나니, 이제 이 책의 속편이 기다려진다.

 

어디 그뿐인가, 저자가 무척 궁금해진다. 맘먹고 언제 하루쯤 시간 내어 저자가 운영한다는 카페 <책과 빵>에 들러 반짝이는 이야기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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