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의 거짓말 - 2000년대 초기 문학 환경에 대한 집중 조명
정문순 지음 / 작가와비평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문학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대하는가?

 

이 책의 가치는?

 

이 책의 가치는 몇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우선 신경숙 작가의 표절 의혹이 요즈음 불거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정문순은 이 책에서 <통념의 내면화, 자기위안의 글쓰기>라는 글을 통하여 신경숙 작가의 표절 문제를 이미 제기한 바가 있다.

그러니 요즘 언론을 통하여 이슈가 된 신경숙의 <딸기밭><전설>은 이미 한번 짚었던 것인데, 다만 언론에 노출이 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보통의 독자 - 이런 평론을 평소에는 접하지 않는 - 들은 그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그저 그런 소설들을 좋다고 읽는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표절은 어떤 행위인가?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남이 해 놓은 음식 중 일부를 덜어 제 요리 접시의 한 부분을 채워 넣어 창작의 수고로움을 더는 소설가의 행동은 제 손으로 문학적 성취를 포기한 후에야 가능한 일이다.”(265)

 

저자가 소설가 조경란이 주이란의 <>를 표절하여 같은 제목으로 발표한 것을 분석하면서 한 말이다. 그러니 표절한 작가는 이미 문학적 행동과는 거리가 먼 길을 가고 있는데, 그런 것을 모르는 독자들은 그저 열심히 읽어주어 (또는 그 책을 구입하여) 진정한 문학의 발전에 저해를 하고 있는 셈이다.

 

두 번째 가치는 여성작가에 대한 평가에 있다.

 

“1990년대도 이미 지나간 시점에서 여성 작가들에 대한 평가는 때늦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신경숙을 위시한 여성 작가들이 여성의 독자적인 존재 가치를 인정하기보다 남성의 보조자로 머물러주기를 바라는 퇴행적인 인식에서 과연 자유스러웠는지 뜯어보는 것은 무의미한 일은 아닐 것이다.”(118)

 

그런 문제의식 하에 저자는 이런 진단을 내린다.

<자기만족적 글쓰기가 환영받는 것은 여성문학을 오도하는데 지나지 않으며, 이런 현상이 신경숙 한 사람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 1990년대 여성작가들의 비극이다.>(124)

 

<고상한 것을 좋아하나 삶의 근원을 건드리는 문제는 관심이 없고, 그렇다고 장삿속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소설은 거들떠보지 않는 그들의 이중성을 웬만큼 고려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신경숙, 은희경, 공지영 등의 작품이 통속 소설에 본격 문학의 외피를 둘렀을 뿐이라는 혐의를 피할 수 없는 건 그것과 관련이 있다. >(125)

 

 

세 번째 가치는 요즈음 한국 문단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들어보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이다.

 

소설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안목을 얻게 되다.

 

김훈의 <칼의 노래>, 어떤가?

아마 책을 읽는 사람치고 읽지 않은 사람 없을 정도로 많이 읽힌 작품이다.

그 작품에 어떤 문제가 있을까?

 

이런 시각도 있다.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작가의 관심은 한 인간의 내면일 뿐 그가 호흡했던 당대의 현실은 아니다.>(312)

<사회의 총체성을 그리지 않는 작가에게 지나간 역사는 가벼운 현대의 일상과 다를 것이 없다.> (312)

<역사적 맥락은 거두절미하고 충무공만 불러내 작가의 내면을 투사하여 재구성한 작품에서 개인은 사회적 소산이라는 자질을 잃어버리고 낱낱의 파편으로 격하된다.>(315)

 

소설에 관한 상식도 갖추는 기회가 되었다.

 

예컨대 메타소설이라는 용어를 처음 듣게 되었다,

<신경숙의 작품에는 글을 쓰는 사람의 자의식과 글쓰기에 대한 애환이 다루어지는 메타소설의 형식을 띤 것이 적지 않다.>(119)

 

네이버 지식 백과에서 찾아본 메타소설의 개념은 다음과 같다.

<메타소설은 기존의 소설 양식에 '()하는'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20세기 소설에서 나타나는 주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 소설 속에 소설 제작의 과정 자체를 노출시키는 것인데, 메타소설은 이처럼 소설 창작의 실제를 통하여 소설의 이론을 탐구하는 자의식적 경향의 소설들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이는 소설의 낡은 관습을 파괴하고 새로운 창조적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거짓말, 그리고 진실

 

거짓말이란 무엇인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 대어 말을 함. 또는 그런 말이다.

그럼, 저자가 말하는 거짓말은 무엇일까?

 

다른 작가의 작품을 표절하여 자기 이름으로 발표하는 행위, 그리고 그런 표절 의혹에 대하여 거짓말로 응수하는 행위, 결국 거짓말은 가지에 가지를 치게 된다. 거기에 덧붙여 표절한 작가를 옹호하는 작가들의 거짓말까지 보태지면, 결국 문단은 온통 거짓말로 채워지게 된다.

 

그런 거짓으로 채워진 문단에서 독자들은 어떤 해악을 입는 것일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독자들은 삶의 진실을 알기 위해 굳이 소설을 읽을 필요가 없는 세상에 살게 되었다,”(269)

 

삶의 진실을 보여주는 것이 문학의 사명이라면, 그 사명을 팽개친 채, 끼리 끼리 뭉쳐서 거짓을 호도하려고 애쓰는 모습, 그러한 모습을 똑바로 바라보고 진실 - 문단의 거짓을 드러내어 거짓이냐 진실이냐의 진실 -을 밝혀내어, 그들이 삶의 진실을 문학으로 표현해 주기를 바라는 것, 이것이 저자의 주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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