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서 - 삶의 근원은 무엇인가 인문플러스 동양고전 100선
황석공 지음, 문이원 엮음, 신연우 감수 / 동아일보사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이교(圯橋)에서 소서를 읽다.

 

 

이 책 <소서>의 정체

 

이 책의 정체에 대하여는 약간의 설명을 필요로 한다.

<素書>라는 책과 이 책 <소서>는 분명 다르다.

(두 책을 구분하기 위하여 원래의 소서는 素書로 하고, 이 책 소서는 <소서>로 표기함)

 

원래 素書라는 책은 황석공이 이교(圯橋)에서 장량에게 전해준 책이라 한다.

素書가 장량에게 전해지게 되는 데는 재미있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는데, 이 책의 14쪽을 참고하기를...

 

그렇게 전달이 된 책이 바로 素書이다.

장량이 素書를 읽고 유방을 도와 한나라를 창건하게 되었다는 것, 그래서 素書의 성가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素書 그 자체는 1,336자밖에 되지 않은 얇은 책이지만 간략한 글귀에 인간심리뿐만 아니라 세상만물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담아놓았다.

 

그런데 그 뒤 素書는 전해지지 않았는데, 장량이 素書를 전하지 못한 사연도 기구하다.

책의 겉장에는 이런 신비한 경계의 말이 적혀 있다 한다.

<신성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전하지 말라.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하늘의 재앙을 받을 것이다.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이를 전하지 않는 사람 또한 하늘의 형벌을 받을 것이다.>(5)

 

그래서 장량은 황석공으로부터 素書를 받을 수 있었지만, 장량은 전해줄 사람이 없어서 그냥무덤에 묻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 뒤로 다시 발굴이 되어 후세에 전해지게 되었는데素書를 인문연구모임인 문이원에서 번역하여 우리들 손에 <소서>라는 제목으로 이르게 된 것이다.

 

이 책, 누가 읽어야 하나?

 

무엇보다도, 이 책이 가지는 현묘함은 다음과 같은 장상영(장량의 후손)의 말에 있다.

 

그러기에 이 책이 도()가 아니고, ()이 아니며 성()도 아니고 현()도 아닌 사람에게는 전해지지 않았던 것이다.”(9)

 

그럼, , , , 현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인 듯도 하고 무()인 듯도 한 것을 도()라 하고, ()가 아닌 듯도 하고 무()가 아닌 것도 한 것을 신()이라 하며, 가졌으면서도 가지지 않은 듯한 것을 성()이라 하고, 가지지 않았으면서도 가진 듯한 것을 현()이라 한다.”(9)

 

, 과연 이러한 경지에 이른 자가 누구일까?

이 네 종류의 사람이 아니라면 이 책을 줄줄 왼다해도 몸으로 행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하니, 과연 나는 이 책을 읽을 자격이나 있을지?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다.

 

그런데 첫 번째 글에 나를 위로하는 글이 보여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러니 이제 생각해 볼 일이다. 나는 소서를 받을만한 인재는 아닌 것 같으니 보지 말자고 체념하고 책을 덮어야 할까? 아니다. 그래도 마음속에서는 타협하고자 한다. 소서를 잘 읽어내고 인재가 되고자 하는 흉내라도 내고자 노력한다면 적어도 장량이 벌떡 일어나 땅을 치며 개탄하지는 않을 것이다.>(30)

 

그러니 이 책을 펴낸 자도 나같은 고민을 했음이 분명하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이 책을 풀어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자기와 같은 생각으로 이 책을 읽어주기를 소망했으리라.

 

이 책은 비급(秘笈)이 아니다.

 

그런데 이 책은 비결(秘訣), 비급(秘笈)이 결코 아니다.

무협지를 보면 아버지의 목숨을 빼앗아간 원수를 갚기 위해 절치부심하는 주인공에게 어느 날 도사가 홀연히 나타나 비급을 전해주고 사라진다. 그 비급을 받은 주인공, 그 비급을 수련하기 몇 년이 채 안되어 신의 경지에 이르게 된 무술 실력을 가지게 되는데.....드디어 강호에 나타나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다는 그런 무협지의 비급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의 시작을 살펴보면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첫 장, <夫道, , ,, , 五 者 一體也>

무릇, 도와 덕, , , , 이 다섯 가지는 한 몸이다.” (29)

 

이게 바로 이 책의 첫 구절이다. 도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도덕경에서 말하는 바, 도로 시작하여 인과 의를 논하고 예를 이야기하는 것이, 어찌 무협지의 비급이 되겠는가?

 

장량이 이 책을 읽고 나서 유방을 도와 한나라를 세운 것이 사실이라면, 이 책은 다른 것이 아니라, 사람의 도리부터, 기본부터 닦아가야 한다는 것을 말한 것이지, 신기한 도술을 말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바로 여기에 이 책의 요체가 있다.

 

이 책의 주요 요지

 

따라서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몇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道不可以無始 (도불가이무시) 도에는 근원이 없을 수 없다.

道不可以非正 (도불가이비정) 도는 바르지 않으면 안된다,

志不可以妄求 (지불가이망구) 뜻은 분에 넘치게 추구하면 안된다.

本宗不可以離道德 (본종불가이이도덕) 근본과 지향은 도와 덕을 떠날 수 없다.

道而行之者義也 (도이행지자의야) 의는 좇아서 행해야 할 것이다.

安而履之之謂禮 (안이이지지의례) 예는 즐기며 한 걸음씩 따라 실천해야 한다.

 

素書는 6개 장으로 편성되어 있는데, 각장마다 기본 되는 개념을 적어놓았다. 위의 내용은 그것을 옮긴 것이다.

 

이교(圯橋)의 현대적 적용

 

이 책 <소서>를 펴낸 편저자 문이원은 서문에서 재미나는 비유를 한다.

바로 황석공이 장량을 만나 素書를 전했다고 전해지는 이교를 새롭게 풀어낸 것이다.

 

<이교(圯橋)는 물리적 장소라는 의미를 넘어 매우 다층적이고 함축적인 상징으로 풀이할 수 있다. 장량은 이 책으로 한낱 건달에 불과했던 유방에게 한나라의 황제라는 자리를 놓아주었으며, 베일에 싸인 인물인 황석공은 이 다리를 건너 실존인물인 장량을 만남으로써 설화와 역사를 연결해 낸다.>(16)

 

그렇다면 우리 이 책 <소서>를 읽는 현대의 독자들은 이 책으로 장량이 배웠던 지혜, 나라를 세운 그런 지혜를 배울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이 책이 바로 황석공과 장량이 만났던 이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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