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숨쉬게 하는 것들
김혜나 지음 / 판미동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응원해주고 싶은 저자의 숨쉬기

 

 

나는 저자를 응원하고 싶다.

 

책이 좋은가 어떤가는 책중에 등장하는 인물- 주인공 또는 저자 - 에게 얼마만큼 감정이입이 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 감정이입의 정도가 크면 클수록, 책에 대한 몰입도는 높아지고, 책에 대한 애착이 높아진다. 그러면 책 중의 주인공과 공감하며 그와 같이 책 속에서 활동하게 된다. 그가 아프면 나도 아픈 것 같고, 그가 힘들면 가서 도와주고 싶고, 그가 환호하면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현상. 그런 현상이 이 책을 읽으면서 나타났으니, 이 책은 그래서 일단 합격점이었다.

 

그 정도는 책 중반을 넘어서자, 임계점에 달했다.

그래서 156쪽의 불쾌한 요가학원에 이르러서는, 뭐 이런 학원이 다 있어? 하면서 저자와 같이 그 학원을 같이 빠져나오는 기분도 맛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 저자의 태도가 바뀌고, 그 학원에서 드디어 숨쉬기를 시작했을 때에는 나도 그 학원을 다녀보고 싶은 마음까지 들 정도였다.

 

그래서 드디어 저자가 숨쉬기 -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를 시작했을 때 나의 가슴을 꽉 막고 있던 - 저자의 풀리지 않는 상황처럼 - 가슴이 뻥 뚫리고, 그의 상쾌함에 나도 동참하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주제 - 요가 -를 전혀 모르는 문외한이 읽으면서도 그런 것이 전혀 불편하지 않게 읽혀지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저자의 글솜씨 - 그래서 소설가?- 도 물론 한 몫을 하지만 그것보다는 저자의 솔직성과 젠 체 하지 않는 성격 덕분이라도 하는게 더 적절할 것 같다.

 

요가의 효과, 두 가지만

 

요가에 대해 문외한이라 이 책에 주요 주제로 등장하는 요가에 대해 언급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그러나 저자를 따라가면서 들은 이야기로는, 요가의 효과가 대단한데 다음 두가지만 언급하고 싶다. 이것은 저자의 깨알같은 유모어 구사 덕분에 주차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요가의 효과이니, 특별한 기록이 필요할 듯 해서, 기록에 남기고 싶은 것이다.,

 

마트나 백화점에 차를 주차해 놓고는 어디에 세워 뒀는지 몰라 한참을 헤매는 등 건망증이 무척 심했던 분이 요가를 하면서부터 건망증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고 한다. (217)

 

주차된 차량을 몸으로 밀어 옮길 때 혼자서는 할 수가 없어서 항상 남편의 도움을 받던 분이 어느 날부터인가는 자기 혼자 힘으로 충분히 그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217)

 

드디어 숨을 쉬다.

 

숨을 쉬었다. 저자가. 이렇게 기쁠 수가!1

뭐 막혔던 숨을 쉬었다는 것이 아니다. 요가에서 말하는 숨을 제대로 쉬었다는 말이다.

 

나도 이 부분, 저자가 숨쉬는 것에 대하여 요가강사 - 남자, 새로 등록한 학원의 남자 강사- 로부터 숨쉬기에 대해 질책을 받으면서 애닳아 하는 것을 읽으면서, 뭐 그리 유난을떨까, 하면서 나도 저자와 같이 덩달아 떨더름해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 강사의 말을 하나 둘씩 듣다 보니점점 납득이 되는 것이었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말을 들어보자.

 

<여러분이 살아있는 것은 생명이 있기 때문이죠. 숨이 멈추면 생명도 더 이상 유지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은 을 쉬고 있다는 증거이고요. 그런데 현대인들은 대부분 스트레스와 화 때문에 숨을 잘 쉬지 못합니다.>(200)

 

듣고 보니 백번 맞는 말이었다. 숨쉬기, 누가 제대로 한번 살펴본 적이 있던가? 그냥 숨이 붙어있으면 쉬는게 숨이지, 뭐 별 다른 방법으로 숨을 쉬어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그냥 지나쳐 버린 숨쉬기.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보니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이런 느낌, 가능한 일인가?

<내가 움직여 숨을 쉬고 있는 게 아니라, 숨이 나를 움직이고 있는 이 순간. 마침내 숨이 가득차 오르다가 저절로 멈추는 상태가 되었을 때에는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더 이상 를 가두는 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200)

 

이 글을 읽는 동안에, 저자의 길을 따라 같이 왔기에 이 말이 의미하는 바가, 비록 내 몸은 그렇게 못할지라도 충분히 글의 내용이 이해되었다. 그렇겠다. 맞겠다, 하는 식으로 말이다.

 

 

저자의 간난고초(艱難苦楚) 극복에 박수를

 

이 책은 저자가 치열하게 해온 구도의 궤적을 기록한 책이다.

대개의 경우 구도의 궤적을 기록한 책들은 너무 주관에 치우쳐, 독자들의 지지를 - 매니아를 제외하고 - 받기 어려운 법이다. 이 책 역시 요가를 주제로 한 저자의 체험을 기록하고 있기에 그런 책 중의 하나로 여겨질 것이다. 하여 요가에 대하여 관심이 있다거나, 요가를 잘 아는 독자들은 호감을 가지고 대할 것이나, 요가에 대하여 전혀 지식이 없는 문외한 중의 문외한인 나같은 사람은 선뜻 손에 잡기가 어려운 책일 것이다.

 

그러니 이런 각오를 하고 읽기 시작한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내가 이 책을 다 읽어낼 수 있을까?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그저 요가의 자세 - 책 중에 삽입되어 있는 요가의 자세설명 - 나 심심풀이조로 읽어본다, 셈치자.

 

그런데 그런 생각은 1, 청춘, 뚱뚱한 몸, 고단한 마음에서 깨져 나갔다.

이건 단순한 요가 책이 아니구나, 고단한 시간을 보내는 청춘의 이야기다. 그런데 그 청춘의 이야기가 예사롭지 않게 들려왔다. 요즈음 별 볼 일 없는 청춘이 얼마나 많은가, 그중에서도 뚱보라면 그래서 외모부터 비호감이라고 여겨진다면, 그 인생은 청춘은 청춘이로되, 이미 한 물간 인생 취급받는 것이 아닌가? 내 생각이 아니고 요즘 세상인심이 그렇게 돌아간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책, 그렇게 시작하더니, 수많은 우여곡절을 거쳐, 저자는 인생살이의 속살을 낱낱이 보여주면서, 간난고초(艱難苦楚)를 극복했노라고 기록을 하고 있지 않는가? 그것도 어떠한 우연이나, 요행수 하나없이 그저 순수하게 저자의 그 치열함으로! 그러니, 이 책이 맘에 드는 것이다. 저자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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