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떤 환자들이
있나?”
이 책,
<두뇌와의
대화>는
하바드 의과대학 교수이면서 보스톤에 위치한 브리검 여성병원의 신경과학부 임상의인 ‘앨런
로피’와
저술가인 ‘브라이언
버렐’이
쓴 책이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주로 앨런 로피의 임상 사례를 중심으로 하여 신경관련 증세를 앓고
있는 환자들을 어떻게 치료하고 있는가를 기록하고 있다.
토끼굴에서 꺼내오기
이 책의 원제는
<Reaching
down the rabbit hole>인데,
이것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따온 것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첫
장의 소제목이 'Down
the rabbit hole'인데
이 책의 저자는 그 말을 차용하여 이 책의 제목으로 정한 것이다.
그럼 이 책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해서 이 책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토끼굴과는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그 관련성은 저자가 다음과 같은
말을 한데서 찾을 수 있다.
<우리
환자들 각각은 모두 사실상 구멍에 빠졌고,
그들을
다시 꺼내주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33쪽)
조금 더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는 토끼 굴로 뛰어들어 모든 것이 겉보기와 다르고 모든 것이 바깥 세상과는 관련이 없는 이상한 영역으로
들어간다>
바로 그
‘이상한
영역’이
위에서 말한 ‘토끼
굴’이다.
<그
곳은,
붉은
여왕이 앨리스에게 말하듯이,
아침
식사 전 여섯 가지 불가능한 일이 일어난다고 각오를 하면 도움이 되는 곳이다.>
그러니 저자가 마주칠 환자들은
모두다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의 토끼 굴에 들어간 것처럼 그러한 곳에 빠져 있는 셈이다.
그런데
저자는 앨리스에게 말한 붉은 여왕의 이야기를 전하면서도,
그것과는
다른 각오를 비치고 있다.
<여왕과
달리 나는 아침 식사 전에 여섯 가지 불가능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도 각오를 할 필요가 없다.
어느
날이든 점심 식사 전에 최소한 여섯 가지 믿기 힘든 일과 마주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33쪽)
이미 그런 일을 많이 보기 때문에
굳이 각오라는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충분히 대처할 자세가 되어 있다는 저자만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말이다.
그의 환자들
-
토끼 굴을 들여다
보니
이제 그 각각 사례별로 대응하는
것을 살펴보기로 하자.
횡설수설하기 시작한
야구선수,
빈센트
탈마.
갑자기 정신병자가 된
대학생,
신디
송.
이
케이스는 그녀의 어머니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더욱 안타까웠다.
그 외에도 이 책에는 많은 사례들이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는 어떻게 그런 증상에
대처하는가?
그는 담담하게
말한다.
'아픈 뇌를 어떻게
이해하는가?
그에
대한 유일한 해답은 환자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사례별로 대응하는 것이다.'(15쪽)
신디 송의 경우만
살펴보자.
그녀는 환시를
보고,
이에
대응하는 것처럼 몸부림치기 시작했으며 길길이 뛰는 증세를 보여 입원하게 되었다.
그런 환자를 보고 저자는 다음과
같이 레지던트에게 질문한다.
“광견병에
걸린 것처럼 침을 흘리고 있나요?”
답은
이렇다.
“네,
마치
개처럼요”
그런 대답을 듣고 저자는 난소성
기형종인 것으로 판단하고 난소를 제거한다.
그로부터 며칠 안에 그녀의 병은
치유되었다.
(41쪽)
‘질서를 잃은
뇌’를 다시 질서의 세계로
‘질서를
잃은 뇌’(374쪽)라고
그는 증상들을 표현한다.
그는
그러한 무질서의 세계로 편입된 많은 환자들의 뇌를 다시 질서의 세계로 이동시키기 위하여 애를 쓴다.
그런 결과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어떻게 끝나는가?’
그 말은 자기의 일이 어떻게 될
것인가,
자문하는
것이다.
이 질문을 듣는
-
실제로
독자들은 이 질문을 ‘읽는다’
- 독자들은
무엇을 기대할까?
의사로서 어느 만큼의 일을 해
왔으니,
중간
결산 정도는 하겠거니,
그래서
거기에다가 어떤 다짐도 덧붙일만도 한데,
그렇게
하는 대신에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끝나지
않는다.”(23쪽)
그의 일은 끊임이 없이 진행이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토끼 굴에 빠질 것이니 그의 일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 앞에 오는 환자들을 그는
이렇게 진단할 것이다.
연이어서!
“
당신의
뇌에 종양이 있어요.”
“
당신은
운동 뉴런증이예요.”
“
당신은
파킨슨 병이예요.”
“
당신은
방금 회복될 수 없는 뇌졸중을 일으켰습니다.”
우리 문외한들이 생각하기에는 그렇게
진단이 되는 신경 관련 병들이 무섭고 힘들 것 같지만 다음과 같은 그의 말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나,
그의
치료를 기다리고 있는 많은 환자들을 안심시키는 말이 될 것이다.
“오늘은
어떤 환자들이 있나?”
그 말 속에는 환자들의 가장 깊은
걱정을 보살펴주는 그의 든든한 손(374쪽)길이
들어있음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