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의 편견 - 열 개의 오해, 열 개의 진심, 김태훈 인터뷰집
김태훈 지음 / 예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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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잘 읽었다.

 

참 잘 읽었다. 정말이다. 이건 빈 말이 아니다.

잘 읽었다는 말의 의미는 두가지이다.

첫째, 잘 읽었다는 말은 '이 책을' 읽기 잘 했다는 것이다. 다른 책 대신에 이 책을 택한 것이 결과적으로 잘 했다는 말이다.

둘째, 잘 읽었다는 말의 의미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난 다음에 저절로 나오는 탄성, ‘잘 먹었다할 때의 그 의미이다. 잘 읽었다.

그러니, 여럿 중에서 이 책을 선택하여 읽은 것이 잘 읽었다는 첫째 의미이고, 둘째 의미는 이 책 자체를 맛있게 음식 먹듯이 잘 읽었다는 뜻이다.

 

첫째 항목에 대하여 부연하자면, 인터뷰 기사를 가지고 책을 쓴 경우 대부분 - 물론 내가 접한 내용에 한정해서 - 변명 또는 해명성 내용인 경우가 많았기에, 이 책 역시 읽기를 망설였었다. 그래도 그 목록에 포함된 사람들을 보니 무언가 있겠다 싶어 집어 들었는데, 그것을 잘 했다는 것이다. 이 책을 그렇고 그런 허투루 쓴 책으로 치부하지 않고 집어 들었다는 것, 그것이 잘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잘 읽었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둘째 항목에 대하여는 말이 좀 길다.

먼저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내용의 스펙트럼이 대단하다. 정치, 문학, 예술, 음악, 그리고 마술까지 저자의 촉수에 잡힌 내용들의 넓이가 대단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난 다음에, 지금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사회의 단면을 한 번 심도있게 관찰한 느낌이 든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가만히 앉아서 저자가 보여주는 이 사회의 문제점들에 관한 브리핑을 들은 느낌이라 할 수 있다.

 

2. 편견이라는 주제

 

그 이유는? 바로 저자가 인터뷰를 한 중요 목적으로 편견이라는 주제를 잡았기에 그렇다.

편견!

인터뷰이들이 편견으로 인하여 당하고 있는 피해들을 하나씩 잡아내어, 그들의 발언을 들어봄으로써 그 편견이 얼마나 유치한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으니,

그런 것은 저자가 인터뷰이들과 나누는 대화중에 여실히 들어나고 있다.

 

<세상 사람들이 이것만큼은 나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면> (34)

 

<이것 역시 제 편견입니다만, 여성 작가의 사건치고는 굉장히 강렬합니다.>(119)

 

또한 낸시 랭에게 인터뷰의 목적을 설명하는 가운데 나타난다.

<나의 편견일 수도 있고 세상에 대한 편견일 수도 있는데요.>(232)

 

가장 그 편견을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은 신해철의 발언이다.

편견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아주 적절한 답변이 신해철의 발언을 통하여 나타난다.

 

<게다가 더 큰 공포는 대중들이 알고 있는 신해철의 단편을 조합해서 나머지 빈 공간을 채워버리는 거예요.>(216)

 

무슨 말인지? 다음을 읽어보면 그 내용이 확연히 드러난다.

<그러니까 이런 말을 한 사람이라면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을거야, 라고 상상하고 그 말들이 생겨나게 되는 거죠.>(216)

 

그렇게 편견은 시작되고, 그 편견은 헛소문으로 정착되게 된다는 말이다.

 

3. 이 책의 의의 또는 가치

 

여기에서 이 책의 의의와 가치가 드러난다. 이 책은 그런 편견을 위해서 필요한 책이다.

이 책이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기 전에, 가다머의 선입견(또는 편견)에 관한 생각을 소개해 본다.

 

가다머는 현대사회가 갈등이 존재하는 건강하지 못한 사회가 된 것은 선입견과 편견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선입견이나 편견은 자신만의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보는 태도를 말한다. 편견은 다른 사람의 상황이나 처지를 깊이 이해하지 못한 채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고, 현재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가다머는 대화를 통한 지평의 융합을 주장한다.

 

그런데 그런 지평융합이 이루어지려면, 그럴만한 사회적 토대가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이 서평을 쓰는 시점의 우리 사회는 그렇지 못하다. 서로간의 편견을 해소하기 위한 바람직한 대화를 기대할 수 없다. 이는 낸시 랭과 변희재의 경우에서 보는 것처럼 (259쪽 이하) 요원한 일이다. 결국 편견은 배척으로 그리고 증오로 연결되기에, 그런 편견을 해소하고자 노력하는 이 책의 가치는 높이 사야 할 것이다.

 

4. 다양한 삶의 변주곡을 들려준다

 

또 하나의 좋은 점은 저자가 다양한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삶의 변주곡을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는 점이다.

 

세상을 보는 창을 열고 바라본 느낌, 아니 창이 아니라 여태껏 닫힌 문인 줄 알고 열 생각을 하지 않다가, 저자의 안내로 비로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땅을 밟아보는 느낌. , 이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땅이로구나, 세상이로구나...하며 경탄을 발하는 느낌, 바로 그것이다.

그것은 저자가 밝히고 있는 인터뷰의 기획의도에서 드러난다.

 

<세상의 속도가 어떻게 가든지 내 방식대로 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67)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72)

 

또한 이 책은 굳이 인터뷰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런 형식을 해체하고 읽어도 훌륭한 내용들을 많이 담고 있다. 그래서 그런 것들은 각자 하나씩의 주제로 재편성해서 읽어도 좋을 듯 하다. 예컨대, 속물과 잉여 담론(78), 진입장벽에 관한 담론 (79쪽 이하), 공교육에 관한 성찰(83),

 

5. 김태훈의 아포리즘

 

저자가 인터뷰를 하는 동안 뽑아낸 주옥같은 아포리즘 몇 개만 들어보자.

 

<우리가 외로운 것은 옆 사람의 진심을 모르기 때문이다.(5)

<드라마란? 일상의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 주인공이 분투하는 이야기이다.> (21)

<아는 만큼 보이는 게 아니라, 아는만큼 더 알 게 많아져요.>(192)

<신념과 신념이 만났을 때, 정의로운 신념과 잘못된 신념이 서로 부딪혔을 때 느껴지는 것들을....> (51)

 

수잔 손택, “같은 공간 안에 특권을 누리는 우리가 있고 불행을 당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우리의 특권이 저들의 불행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아닌가 의심해봐야 한다.”(87)

 

신해철의 말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유념해 읽을만한 대목이다.

< 국가가 공교육과 같은 도구를 통해서 각 개인이 스펙을 쌓고 최적화되기를 요구한다면 거기에 부응해서 자기계발서를 30권 정도 읽고 스펙을 쌓아올리면 그 인간은 끝까지 불행할 수 밖에 없는거죠.>(210)

 

그리고, 이 책을 읽을 때에 빠트리지 말아야 할 것. 바로 저자기 인터뷰 기사를 끝낸 다음에 ‘...ending' 이라는 타이틀 아래 몇 자씩 덧붙인 말이 있다. 그 것을 꼭 읽어보시기를. 읽지 않으면? '후회하실 겁니다!!!'

 

6.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 하나

 

끝으로, 이 책에서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 하나가 있다. 영화감독 류승완이 딸과 나누었다는 대화에서 발견한 것이다. (32-33)

아버지 류승완이 딸에게 물었다. 엄마하고 아빠하고 물에 빠지면 누구를 구하겠냐고. 그러자 딸이 대답하기를......

잠깐, 그 대답은 그냥 재치있다거나, 입심으로 적당히 넘어가는, 예사 대답이 아니다. 그런만큼 여기에서 그것을 밝히는 것은 영화로 말하자면 스포일러가 되는 격이니, 양해하시라.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이 그런 정도의 생각을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류감독 딸의 사려깊은 대답을, 독자여러분은 이 책을 직접 읽어 확인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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