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는 누가 사는가 우리 시대의 주변 횡단 총서 5
다나미 아오에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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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말과 행동이 다른 것은 보통 인간의 모습이고, 그것이 국가로 확대될 때에는 어느 정도 용인이 된다 싶지만, 그것도 분수가 있지, 이정도일줄은 몰랐다.

이 책 <이스라엘에는 누가 사는가>를 읽은 총체적 느낌은 그랬다.

"이 정도일 줄이야!" 

 

이 책은 적나라하게 이스라엘의 실상을 까발린 책이다. ‘까발린이란 말을 사용한 것을 용서하시라. 지금껏 읽은 책 중에서 이스라엘의 속사정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알려준 책은 없었고, 이제 알게된 진실로 인하여 받은 나의 충격을 표시하기에는 그 말 보다 더 정확한 말이 없기에 그렇다. 그만큼 실상 나는 이스라엘의 실상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실상을 알기 위해서는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아무래도 이 책의 원제가 의미하는 바처럼 부재자라는 말의 정의부터 짚고 가는게 좋겠다.

이 책의 원제는 <부재자들의 이스라엘>이다. 그 제목을 부연설명하자면 부재자들이 사는 이스라엘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니 이 책에서는 이스라엘에서 부재자로 명명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서 이스라엘의 실상을 보여주고 있다.

 

부재자가 살고 있다니? 부재자란 보통의 경우에는 있지 아니한 사람’,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란 말이니, 책 제목은 벌써 형용모순을 품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바로 그거다. 책 제목이 형용모순인 이유는 이스라엘의 실상이 각종 모순을 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그것을 낱낱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제목이 의미하는 지향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부재자의 사전적 의미는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이고 법률적 의미로는 주소지를 떠나 있어서 쉽게 돌아올 가망이 없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두 번째 의미로 많이 쓰인다. ‘부재자 투표’,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에서는 그 말은 어떤 의미일까? 이 책 23, 24 쪽과 288쪽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면, 거기에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들어있다. 이 책은 부재자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삶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에서 부재자라는 말이 의미하는 바는 단순하지 않다.

부재자는 곧 삶과 직결된다. 추상적인 이야기는 하지 말자. 부재자라 불리면 이스라엘 땅에서 살아가는 방법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부재자재산관리법에 따라 부재자로 간주된 많은 사람들은 그의 재산이 '재무장관이 임명한 부재자 관리인'이 관리하게 되어 있다. 이 법률에 따라 이스라엘 건국 당시 이스라엘 땅에 남아있던 아랍인들 중 약 절반은 부재자로 간주되어 자신들의 재산에 대한 권리를 상실했다. 여기서 말하는 재산이란 부동산만이 아니라 현금이나 상품, 주식, 그리고 거주권이나 영업권, 사용권 등 모든 권리를 말한다. (288-289) 그래서 부재자가 된 사람들은 땅을 빼앗기고, 자기가 살던 정든 땅에서 다른 곳으로 추방되어 무일푼으로 살아가게 된다. 그러니 부재자는 자기가 살던 땅을 빼앗기고 다른 곳으로 쫓겨난, 존재하지만 부존재로 법률상 인식된 부재자를 말하는 것이다. 거기서부터 그들의 불행은 시작된다.  그런 불행한 '부재자'들이 이스라엘 땅에 '현존'하고 '실존'한다는 것을 이 책은 고발하고 있다.  

 

부재자 이야기는 이쯤 해두자, 할 이야기가 많이 있다. 다음으로 짚고 넘어갈 것은 나의 편견에 관한 것이다. 지금껏 가지고 있던 편견, 이스라엘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견 - 그것이 어디 한두개인가? -을 낱낱이 밝혀내는 데 이 책은 일조하고 있다. 우리 모두는 무언가 편견을 가지고 있는데, 특히 이스라엘에 대하여는 더욱 그러하다. 기독교인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그런 편견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을 이 책을 통하여 , 그것이 나의 편견이었구나하면서 무릎을 치며 읽을 수 있다는 것,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치이다. 그래서 이스라엘을 아직까지 성경 속의 땅으로만 알고 있던 사람에게 다음과 같은 글은 의외로 느껴질 것이다 

 

<북부 갈릴리가 문제되는 이유는, 이곳이 이스라엘을 건국할 때에 아랍인을 다 내쫓을 수가 없어 수많은 아랍인 마을이 남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초대 수상인 벤그리온이 북부를 시찰할 때 그곳이 전혀 유대인 국가인 이스라엘처럼 보이지 않아 아연실색했다는 에피소드가 남아있는데,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320)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간직하고 있던 이스라엘에 대한 환상(?)이 단지 무지로 인한 편견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기쁨, 그것이 이책의 장점이 아니겠는가?

 

이 책의 또다른 장점은 주제가 무거운데도 불구하고 잘 읽힌다는 점이다. 하나씩 하나씩 편견이 깨어져 나가는 소리를 들으면서 책 읽는 기쁨 때문에 그렇기도 하고, 저자가 매우 친절하기에 그렇다. 저자는 우리에게 낯선 주제를 친절하게 잘 요리하여서  제공하고 있다 

 

저자의 친절함은 각주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 보통의 책은 각종 부연설명을 편집상의 편의를 위해서 미주로 미루는데  비하여 이 책은 각주다. 그 페이지에서 만나는 새로운 개념이나 사실에 대하여 바로 밑에서 자세한 해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글을 읽다가 처음 접하는 사건이나 개념을 만났을 때 그것이 미주로 해설이 되어 있다면 얼마나 귀찮은 일인가? 그렇게 몇 번 잠시 책을 접고 뒤로 가서 미주를 찾아본 독자들, 불편을 참아내느라 책 읽기 어려웠는데, 이 책은 친절하게도 바로 밑에 해설을 해주어 읽기 편한 점이 이 책을 더 돋보이게 해주고 있다 

 

더군다나 저자는 섬세하기도 하다. 243쪽부터 245쪽까지를 읽어보자. 같은 방을 쓰는 룸메이트의 막돼먹은 행동에 어쩔줄 몰라하는 저자의 딱한 상황이 잘 그려지고 있다. 룸메이트의 너절한 행동에 저자는 과연 어떻게 대처할까, 하는 조바심에 다음 페이지를 읽게 되는데, 저자는 어쩔 수 없이 룸메이트가 저질러 놓은 어지러움을 치우고 만다. 바로 그 때 이제 부엌도 깨끗해졌고 이제 내방으로 돌아가 한숨 돌릴 때면 그녀가 친구들을 데려오는 일이 징크스처럼 반복”(245)되는 상황이 전개되니, 딱하다. 이렇게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책에서, 섬세한 글솜씨로 인하여 그녀의 딱한 상황에 저절로 감정이입이 되니, 다른 글에서도 공감하게 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이 책은 부엌에서 보는 이스라엘이라는 장을 별도로 마련하고 있는데, 거기에서 글쓰는 솜씨가 잘 드러나고 있다. 부엌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환경으로 넓혀나가는 저자의 글솜씨부엌이 작은 공간이라고 해서 작은 이야기가 아니다. 부엌 이야기를 통해서 저자는 이스라엘의 환경정책을 고발하고 있는데, 이스라엘의 이중적인 태도는 실로 공분을 사기에 마땅한 일이다. 저자는 부엌으로 시작해서 결과적으로 그것을 말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게 작은 주제로부터 큰 이야기까지, 똘똘 뭉쳐진 저자의 속속들이 파고드는 탐구정신으로 발굴한 많은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그리고 단순한 고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들어있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 또한 이 책을 매력있게 하는 요소이다. 그런 글을 써서 나로 하여금 이스라엘에 관하여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준 저자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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