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진 옷장을 정리하며 - 힘들고 아픈 나를 위한 치유의 심리학
게오르크 피퍼 지음, 유영미 옮김 / 부키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으로 우리 사회를 제대로 볼 수 있다

 

 

 

<쏟아진 옷장들을 정리하며>를 읽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우리 사회에서 현재진행중인 트라우마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사건들이 침리치료를 거쳐 다시 평상의 삶으로 돌아가야 하는, 당위를 뼈저리게 느꼈다. 그러자면 우리가 실상과 그 치유법을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 책은 그러한 당위 - “치료해야 하는데” - 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책이다.

그것 역시 구호나 일방적인 제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풍부한 사례와 그 사례를 뒷받침하는 이론의 제시로 아주 설득력 있게 그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비단 전문가나 심리상담 및 치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할지라도 읽어야 할 책이다. 그래야 우리 사회를 온전하게 볼 수 있다.

 

우리 사회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신문기사 한토막을 읽어보자.

 

<세월호 트라우마, 외상가 아닌 아직도 외상’>이란 기사중 일부이다.

<세월호 생존자들에게는 빠른 심리적 개입이 필요합니다. 이들은 전형적인 PTSD 상태예요. 트라우마의 본질은 죽음을 목전에서 경험한 사람에게 화인(火印)처럼 새겨지는 죽음 각인입니다. 죽음에 대한 생생한 실감은 인간의 어떤 경험보다 강렬해서 그 기억은 일생 동안 집요하게 따라다닙니다. 그래서 치유되지 않으면 그 기억에서 도망치려고 사투를 벌이거나 죽은 이에 대한 죄의식 때문에 일생이 다 소모될 수 있어요. 단원고 생존 학생뿐 아니라 모든 생존자의 치유는 바로 시작돼야 해요. 주검 수색에 참여한 잠수사들도요.>

 

전문가들은 그렇게 우려한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참사에서, 심리치료가 진행되고 있지 않음을.

이 책은 그러한 사건을 만나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있다.

반드시 거쳤어야 할 단계, 그리고 치료의 단계, 심리 치료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설명하되, 단지 이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상황을 들어 말하고 있다.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이론들은 저자의 풍부한 임상을 거쳐 나온, 실제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이론이다. 그래서 그의 말은 설득력이 있다.

그가 거론하는 케이스는 우리가 신문지상을 통하여 들었던 케이스들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들. 그 사건들은 이제 시간이 흘러 우리들 기억에서는 사라졌지만 사건의 당사자들에게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다른 제 3자는 잊었지만, 당사자들에게는 현재진행형이기에 그들은 매일 매일 그 트라우마를 맞딱드리며 살아간다, 그러한 사건들의 후속 이야기를 저자는 말해주고 있다. 어떻게 해서 그들이 상처를 딛고 일어서게 되는지를. 

2011년에 일어난 노르웨이 우토야 섬의 총기난사 사건의 경과를 이 책을 통해 살펴보자.(239쪽 이하 

사건이 일어난 직후, 전국에서 화합을 촉구하는 모임과 침묵시위, 폭력반대 집회가 이어졌다.

그런 과정을 통해 유가족들은 힘을 얻어 끔찍한 사건의 수동적인 희생자가 아니라, 능동적인 생존자로 성장할 수 있었다. 특기할만 것은 총기 난사 1주년 기념일에 노르웨이 총리의 발언이다.

우리의 약속은 이것입니다. 죽은 자들을 기억합시다. 그리고 우리의 삶을 누립시다.”

이 발언은 트라우마를 극복했다는 신호이기도 하고, 트라우마는 어떻게 극복하는가에 대한 아주 모범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저자는 그런 식으로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어떻게 극복했는가, 하는 풍부한 사례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이책을 읽고 나서, 이제는 주변에서 벌어진 트라우마 사건들을 그냥 무심하게 넘기지 않고,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 치유의 손길을 보낼 수 있다는 생각, 아니 그저 손길을 보내야 한다는 그런 생각이나마 가지게 되었으니, 고맙다. 그렇다면, 설령 우리의 손길이 전문가적인 단계는 아니어서 미흡하겠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잊어버려라하며, 그 희생자들을 백안시 하는 태도에서 조금이라도 달라지지 않겠는가? 그러면 우리 사회가 온전하게 보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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