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총독부 1 - 대한제국의 구름과 바람 나남창작선 119
류주현 지음 / 나남출판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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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치열한 기록, 역사는 이렇게 기록해야

류주현의 <조선 총독부>는 역사소설이다.

그런 역사소설을 분류해보자면 역사적 사실을 배경에 두고, 등장하는 인물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가공의 인물인 경우가 있다. 그런 소설에서는 실존인물들이 등장하기는 하나, 줄거리를 끌고 가는 것은 가공의 인물이다. 예컨대 조정래의 <아리랑>, <태백산맥> 등을 들 수 있겠다. 그리고 또 하나, 가공의 인물은 양념에 불과하고 실존인물들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경우이다. 여기에 바로 류주현의 <조선총독부>가 해당한다.  

 <아리랑>에는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 중에는 실존 인물도 있고 가공의 인물도 있다. 그러나 그 인물들이 살아가는 시대의 기록은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 읽으면서 우리는 그 시대를 읽어낼 수 있다. 그러나 <아리랑>을 읽으면서 아쉬운 점은 백성들이 살아가며 부딪히는 현실의 모습을 알 수 있겠는데 그렇게 만들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을 조성하고 있는 저 위층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그것을 간접적으로 알 수 밖에 없어 아쉬웠는데, 이번 <조선 총독부>를 읽으면서 그런 아쉬움을 풀 수 있어 속이 후련했다.

물론 그런 역사적 사실은 다른 책에 기록된 역사의 서술을 읽으면, 알 수 있지만 그런 사실만 기록한 역사서에서는 그 사건을 이끌어가는 인물들이 어떤 생각들을 하면서 그런 일을 저지르는가(?)를 알 수 없었다. 그들의 마음 속을 들어가 보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로서의 역사적 사실만 알게 될 뿐이다. 그런데 이 책 <조선 총독부>에서는 , 그렇게 나라를 빼앗겼구나’, ‘, 그렇게 일이 진행이 되었구나하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다른 책을 읽을 때는 미진하게 뱉어져 나오던 탄식을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서 제대로 할 수 있어, 역사의 기록에서 미진한 부분을 제대로 메울 수 있었다고나 할까!!

그 것은 순전히 작가 류주현의 소설가다운 아니 소설가를 넘어선 역사가로서의- 철저한 치밀함 때문이다. 그래서 평자인 소설가 고승철은 <조선총독부>를 평하는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근현대사 인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1, 8)

나는 그 말이 사실이라고 본다. 왜냐면 소설의 부분 부분에서 류주현은 대화를 통하여 그 인물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몇가지만 들어본다.

3 101, 김구가 이봉창을 평하는 대목이다.

나는 사람을 잘 못 보진 않았소. 큰 일을 위해 목숨을 던질 사람과 새가 나뭇가지를 옮겨 앉듯 지조 없이 배신할 놈은 관상부터가 다르오.”

여기 김구의 발언 중 지조 없이 배신할 놈은 관상부터가 다르오라는 말은 어디에서 비롯된 말일까? 그저 류주현의 창작일까? 아무런 근거도 없이 김구를 관상을 보아 사람을 판단하는 사람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일까?

류주현이 등장 인물들의 대사를 처리하면서 관상이란 말을 언급한 것은 김구가 유일하다. 왜일까?

백범일지를 읽어보면, 백범이 관상에 마음을 두었다는 기록이 있다.  

백범은 유년기에 청운의 꿈을 안고 과거준비에 몰두한다. 그러나 구한말의 과거 시험은 온갖 부정과 비리가 횡행하는 적폐의 온상이었다. 일반인이 실력만으로 등과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이런 현실을 뒤늦게 알게 된 백범은 감연히 과거를 단념한다. 그리고 눈길을 돌린 것이 관상과 풍수였다

그는 <마의상서(麻衣相書)>를 얻어 독학에 들어간다. 석 달 동안 열심히 자신의 얼굴과 씨름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참담했다. 아무리 살펴봐도 자기 얼굴에 부귀(富貴)의 상은 찾아볼 수 없고온통 흉()하고 천()한 모습만 비쳤다.

그러다가 우연히 눈에 확 띄는 대목이 있었다.  "相好不如身好 身好不如心好"이었다. 얼굴보다는 몸이, 몸보다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 그렇다면 호상인(好相人)이 되기보다 호심인(好心人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백범은 책을 덮고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이때 그의 나이 17세였다

그런 기록에 근거하여 류주현은 김구의 대사에 관상이라는 말을 집어 넣게 된 것이다. 그러니 그가 창작한 김구의 발언은 가공의 창작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한 때는 지사로서 백성들의 추앙을 받다가 중도에 변절하여 일제에 협력한 사람들이 속 마음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는 것은 이 책의 장점이다.

이광수의 경우를 살펴보자. 3 240, 이광수의 발언이다.

“ ….그들이 어느 특정인을 이용하려고 눈독 들이면 그 특정인은 희생되는 도리밖에 없습니다.”

지식층이 협력을 거부한 탓으로 많은 젊은이가 필요없는 피를 흘릴지도 모릅니다. …반대로 몇몇 사람이 협력하는 체하고 시일을 끌면서 저들의 과격한 수단이나 심술의 방향을 다소라도 돌려놓을 수 있다면 한두 사람쯤 변절자의 낙인이 찍히더라도 많은 사람을 위해서 희생되는 것이 오히려 그들에 대한 저항이 된다는 말입니다. 물론 이건 분명히 궤변이라는 오해를 받기 쉬운 논리입니다만.”

 

그런 논리를 편 끝에 결국 이광수는 변절하고 만다. 이광수의 속 마음을 마치 그의 속을 들어가 본 것처럼 그려내고 있지 않는가? 변절한 이광수와 고하 송진우의 조우는 그 결과를 소설적으로, 사실보다 더 극적인 모습으로 드러내고 있다 (3, 433쪽 이하)

또 다른 점은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는 굳건한 역사의식이다 

그래서 단군조선에 관한 기록은 요즈음 고조선의 위치를 두고 학자들의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것을 볼 때 류주현의 선각자적 면모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3 133쪽에서 그는 왜곡되기 시작한 조선역사를 언급하면서, 그 뒤 172쪽 이하에서는 조선사 편수회라는 별도의 장에서 그것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삼국유사를 발간하면서 단군고기에 기록된 석유환국이라는 글자를

석유환인으로 바꿔치기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지금도 이것을 둘러싸고 주류학자들이 일본의 견해를 따라가고 있는 현실을 볼 때에 이 책에서 지적하고 있는 류주현 선생의 따끔한 음성을 새겨 들어야 할 것이다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는 소소한 재미 몇 가지.

국방색이란 색깔 이름의 유래를 아시는가?

군인들이 입는 군복빛깔, 그 색을 뭐라 부를까? 3, 204쪽을 참고하시라.

 

철로선 이름을 짓는데 서울에서 부산까지는 경부선, 서울에서 원산으로 가는 철로는 경원선. 이런 식으로 이름을 지었는데, 왜 유독 서울에서 목포로 가는 철로는 호남선이라 했을까, 그 이름은 이렇게 지어졌다.  1268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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