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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이 바꾼 세계 - 인류의 역사를 움직인 가장 작은 지배자들
서상주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26년 10월
평점 :
곤충이 바꾼 세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런 글 읽어보자.
매미, 사마귀, 꿀벌, 나비, 그리고 황금풍뎅이에 대해 아는 것을 말해보라는 말에 과연 몇 명이나 자신있게 선뜻 나설 수 있을까?
매미 하나만 가지고도 쩔쩔맬 것이다, 매미 하면 깊게 들어간다고 해도 곤충으로서의 일생 정도, 그리고?
저자가 쓴 매미에 관하여 쓴 글,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매미가 운다. 옛 시인은 그 소리에서 청렴을 들었다. 장자는 관점의 상대성을 들었고, 바쇼는 고요함과 죽음을 들었다. 수학자는 소수를 들었고 기후 과학자는 온난화의 신호를 들었다. 같은 소리가 이렇게 다른 것을 담을 수 있다. (197쪽)
그 다음 곤충 사마귀에 가면, 더더욱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가 거론한 사마귀의 면면을 그저 항목만 적을 수 없어서 아쉽다.
만티스, 기도하는 예언자.
기도가 아니라 겨누는 자세.
사마귀는 몇시간이고 그 자세로 멈춰있다.
당랑거철, 장공은 ‘이것이 사람이었다면 천하의 용사였을 것이다’라고 했다.
사마귀가 몸을 낮추고 매미를 노리고 있는 그 뒤편에는 참새가 노리고 있고,.,,,
당랑포선.
사마귀는 무술이 되기도 한다. 당랑권.
로제 카유 <미노토르>에 <사마귀>, 부제 <생물학에서 정신분석학까지>
자크 라캉 <거울 단계 이론>
사마귀 모티브 – 살바도르 달리, 막스 에른스트, 자코메티
달리는 <만종>에서 기도하는 두 농부의 자세를 사마귀의 교미로 읽어내는 기이한 해석을 내놓기까지 했다. (201쪽)
(여기 사마귀와 연관이 있는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을 찾아 올려놓는다,)
살바도르 달리, ‘밀레의 ‘만종’에 대한 고고학적 회상’, 1934년쯤, 미국 세인트피터즈버그 살바도르 달리 미술관. /갈라-살바도르 달리 재단.

저자가 사마귀를 마무리하면서 남긴 말은 특히 의미가 있다.
오독이 남긴 것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달리의 그림도 카유아의 논문도 라캉의 이론도 여전히 거기 있다. 인간은 잘 못 본 것에서도 의미를 만들어낸다. 같은 곤충을 두고 한쪽은 나아감과 물러섬의 이치를 읽었고, 다른 한 쪽은 욕망과 자아의 구조를 읽었다. 어느 쪽도 사마귀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사마귀는 그저 먹이를 기다렸을 뿐이다. 몇 시간이고 미동도 없이 앞다리를 모아든 채, 그 정지한 자세 앞에서 어떤 사람을 병법을 떠올리고 어떤 사람을 무의식을 떠올린다. 곤충은 거울이었다. 들여다보는 사람의 얼굴이 거기 비쳤을 뿐이다. (204쪽)
곤충을 거울 삼아 저자는
그렇게 저자는 곤충을 거울 삼아 역사를 살피고 과학도 살펴본다.
이런 것들을 또한 드러내 보인다.
제1장 제국을 무너뜨리다: 전쟁의 승패는 전장이 아니라 병상에서 갈렸다
제2장 문명을 움직이다: 한 종이 산업을 일으키고 한 종이 그것을 무너뜨렸다
제3장 과학의 문을 열다: 사람이 먼저 썼고 원리는 나중에 밝혀졌다
제4장 생태를 지탱하다: 값을 매기지 않은 일은 사라진 뒤에야 계산되었다
제5장 상상력을 빚다: 사람은 곤충에게서 제가 보고 싶은 것을 보았다
제6장 미래를 뒤흔들다: 이들을 데려다 놓은 것은 우리의 배와 비행기였다
곤충이 나폴래옹을 몰락시켰다고 하면 무슨 말이냐고 되묻겠지만, 그 말은 사실이다.
나폴레옹이 러시아로 호기있게 진군했을 때, 곤충은 때를 만난 듯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몸니다. 러시아로 진격했던 프랑스 군대 60만명중 겨우 10만명만 살아돌아왔는데, 거기에서 죽은 병사들은 물론 동사자도 있었지만, 몸니로 인한 발진티푸스로 사망한 경우가 더 많았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26쪽)
그렇게 몸니로부터 시작한 역사추적은 말라리아 모기로, 체체파리로, 또 메뚜기로 거침없이 진행이 된다. 그래서 알고보니, 사람보다 더 곤충이 우리 인류 역사를 움직이고 있었다는 뜻밖의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제국을 무너뜨리고, 문명을 움직이고 있으며, 과학의 문을 열기도 하고
생태를 지탱하는 대단한 존재가 바로 곤충이다.
더하여 상상력을 빚으며 우리 인류 역사의 미래를 뒤흔들기도 하다니. 정말 대단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저자를 존경하게 되는 책, 그 이유
책을 지금껏 꽤나 읽어왔다고 자부하는데. 책을 읽으면서 저자를 존경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상주 저자에게 존경한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여기 실린 글 33편의 글이 모두다 명문이고, 그 안에 들어있는 정보가 실로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문학으로 시작해서 역사, 철학, 예술, 그리고 생물과 천문학까지 섭렵하고 있어 나의 존경심을 자아낸다.
곤충이 인류 역사를 움직였다는 사실에 한번 놀라고, 이런 책을 쓴 분도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실로 놀라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