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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예술가는 무엇을 훔쳤을까
데브라 N. 맨커프 지음, 정상희 옮김 / 서교책방 / 2026년 10월
평점 :
위대한 예술가는 무엇을 훔쳤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해 아래 새것은 없다’는데....
기독교 성경에 이런 말이 있다.
“해 아래 새것은 없다.”
“이미 있던 것이 후에 다시 있겠고 이미 한 일을 후에 다시 할지라 해 아래는 새 것이 없나니” (구약성경 전도서 1장 9절)
해석을 여러 가지로 할 수 있겠으나, 인간의 창조물 중에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해석해도 좋을 듯하다. 그렇다면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은 제아무리 새롭고 독창적이라 할지라도 실상은 누군가가 이미 만들어 놓은 것의 영향 아래 있다는 말이 아닐까?
해서 이 책은 ‘위대한 예술가는 무엇을 훔쳤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은 '이미 예술가는 누군가에게서 무엇인가를 훔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니. 성경상의 말씀 해 아래 새것은 없다,라는 말이 맞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이 책의 저자는 129점의 명작을 살펴보면서 예술가들, 특히 위대한 예술가는 무엇을 훔쳤는가를 추적하고 있다.
해서 독자들은 일단 129점의 명화를 감상하면서 그 작품에 나타난 영감의 흔적을 추적하는 여정에 참여하게 된다. 그러는 가운데 흥미진진한 명작 탄생의 비밀과 화가들의 작업 비밀도 아울러 알게 될 것이다.
훔치는 방법 몇가지
저자는 위대한 예술가들이 흔히 다른 작품에서 영감을 훔치는 방법을 이렇게 분류하고 있다.
실상 훔친다는 말은 어폐가 있다.
작품을 창작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영감을 어떻게 얻느냐 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일단 모방과 훔치는 것, 그렇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저자는 모방과 훔치다라는 말을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용어를 정확하게 규정하는 것은 예술에 있어서 창작의 범위를 정하는데 중요한 것이므로 여기 옮겨본다.
모방이라 함은 일시적인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되돌려줄 의도를 전제로 무언가를 취하는 행위다.
반면 훔친다는 것은 그러한 전제가 붙지 않는다. 일단 취하면 자신의 것이 된다. 정당하든 그렇지 않든 훔친다는 것은 새로운 소유를 의미한다. (8쪽)
여기에서 이런 결론이 나온다.
단순한 모방은 강력한 창작에 이르지 못한다.
이 책의 구성은?
저자는 영감의 기원부터 시작하여, 예술 창작의 과정을 몇 가지 거론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다.
배움의 여정, 아이디어의 순환, 영향의 흔적, 연결의 순간, 변형의 기술.
그렇게 예술은 창작으로 새롭게 거듭난다.
각각의 항목을 저자는 구체적으로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배움의 여정 – 모네의 양딸 블랑슈
이 경우는 매우 특이한 경우이다.
모네는 첫 번째 아내 카미유가 죽은 후에 같이 지내던 알리스와 자연스럽게 한 가정을 이루게 되는데 이는 알리스의 집안이 파산이란 혹독한 시련을 겪은 후에 자녀들과 함께 모네의 집에 얹혀살게 되는 특이한 과정을 거친 후이다.
여기 살펴볼 블랑슈는 바로 알리스가 데려온 자녀 중 한 명으로 그녀는 모네가 그림을 그릴 때에 옆에서 시중을 들면서 자연스럽게 그림을 배우게 된다. 배움의 여정을 그렇게 시작한 것이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그녀 블랑슈는 나중에 모네의 아들 장과 결혼하여 며느리가 된다.
며느리가 된 후로도 블랑슈는 자주 모네가 살고 있는 지베르니에 들러 같이 그림을 그린다.
그녀는 모네의 대표적인 작품 속 주제를 자신만의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해석하고 재창조했다. 그녀만의 그림을 그린 것이다.
블랑슈 오슈데 모네의 그림 <수확>을 살펴보자.
언뜻 보면 모네의 작품 <건초더미>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런 자세히 보면 차이가 있다.

이 책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바로 블랑슈라는 화가를 알게 된 것이다.
인상파 화가 중에 여성이 몇 명 있는데, 베르트 모리조와 메리 카사트가 바로 그들이다.
그런데 바로 모네 지척에 있는 여성화가 블랑슈 오슈네 모네를 이제야 알게 된다.
모네를 다루고 있는 많은 책들이 그녀를 언급하고 있지 않은 것이 이상할 지경이다.
다행스럽게도 그녀의 모습은 모네의 그림 속에 남아있다. 그것도 그림을 그리는 브랑슈의 모습이니. 그녀가 그림을 그렸다는 완벽한 증거라 할 수 있다.
클로드 모네 <지베르니의 숲 속에서>(1887년)
이젤 앞의 블랑슈 오슈데와 책을 읽고 있는 수잔 오슈데.

연결의 순간 – 벨라스케스에서 체이스로
윌리엄 메릿 체이스의 <시네콕의 홀>이란 그림을 살펴보면, 벨라스케스의 흔적이 보인다.
여러 가지로 검토할 사항이 많은데 그 중 가장 확연한 것 하나만 꼽으면 바로 뒤편 장식장의 유리에 비친 모습이다. 벨라스케스가 <시녀들>이란 그림에서 거울을 이용했던 것처럼 체이스도 유리에다 벨라스케스를 연결고리를 삼아 자신의 모습을 그려넣은 것이다.
벨라스케스의 <시녀들>과 윌리엄 메릿 체이스의 < 시네콕의 홀>을 비교하면서 살펴보자.


다시. 이 책은?
피카소는 “좋은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정말 궁금하다. 그러나 궁금하고말고를 떠나 그의 작품 세계를 살펴보면, 그 말이 본인의 체험에서 나온 게 아닐까.
그가 현대 미술계에 남겨놓은 굵직한 모든 발자국에 바로 그런 흔적이 보인다.
<배움의 여정, 아이디어의 순환, 영향의 흔적, 연결의 순간, 변형의 기술.> 이 모두 보이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위대한 작가들의 영업비밀을 잘 밝혀놓았다.
독자들은 '위대한 작품은 이렇게 탄생하는구나' 하는 예술 과정을 알게된 셈인데. 그것은 바로 예술 작품 이해로 이르게 되는 첩경이 아닐까.
해서 이 책을 예술이해의 지름길이라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