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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나의 사랑
지연리 지음 / 창해 / 2026년 9월
평점 :
어린 왕자 나의 사랑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저자는 <어린 왕자>를 붙들고 매 장마다 씨름을 한다.
어떤 때는 과거를, 어떤 때는 미래를 생각하면서, 깊은 우물에서 맑은 물을 길어올린다.
독자들은 그런 물에서 철학도, 심리학도, 종교도 맛볼 수 있다.
저자의 이력을 살펴보니, 이런 말이 보인다.
종종 허공에서 건져낸 짧은 문장을 기록하고, 그 문장에서 글과 그림, 삶을 지속할 영감을 얻는다.
그런 저자이니 <어린 왕자>에서 물을 길어올리는 것쯤이야, 누워서 떡먹기 아닐까?
그런 물은 목마른 독자들에게 꿀 같은 맛일 것이니. 이 책 차분하게 읽어볼 일이다.
저자는 저자의 글 뒤에 <어린 왕자> 번역본을 실어놓았는데, 이는 저자가 직접 번역한 것이라 한다. 그러니 독자들은 저자의 글과 동시에 신선하게 번역된 생텍쥐베리의 글도 읽어가면서 <어린 왕자>를 만날 수 있다.
저자의 첫 번째 글
저자가 <어린 왕자>를 읽으며 처음 문을 연 글이 <모자 그림이 무서운 이유>다.
저자는 일단 과거로 돌아간다.
표현도 재미있지. 내가 사과 세 알만큼 작았을 때, 꿈을 꾸었단다. (16쪽)
세알만큼 작았을 때 꿈에서 코끼리를 그린 기억이 있는데 그후 까마득히 잊었다가 다시 코끼리를 보게 되었는데, 그게 바로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코끼리였다는 것이니. 기억은 그렇게 소환되는가 보다.
그렇게 시작한 <어린 왕자>와의 만남.
<어린 왕자> 속의 코끼리는 어느새 불교 설화집에 등장하는 코끼리가 된다.
그런 이야기 끝에 내린 결론은?
세계는 단순히 ‘보는 행위’로만 포착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말로, 그 첫 번째 장을 마무리한다.
눈먼 자들의 나라를 빠져나오니 어느덧 저녁.
다시 찾아온 3월의 창밖은 연초록 잎으로 푸른 물을 입을 준비중이다.(21쪽)
이런! 3월을 보며 쓴 글을 가을을 맞이하는 9월에 읽다니. 시간차가 조금 크게 있다.
해서 이 책을 다시 읽되, 이번에는 3월에 읽어야겠다는 생각 하나를 메모해서 적어둔다.
두 번째 글은?
<조그만 집과 코끼리, 그리고 뱀과 양>이다.
양 이야기가 나오니, 먼저 <어린 왕자>에 나오는 그림 살펴보자.
양이다. 양이 아니라니, 상자 속에 양을 넣어준다.

두 번째 글, 여기에는 어떤 생각이 들어있을까?
저자가 여행 중에 만난 아이의 이야기다.
그날 아이와 나는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 공통으로 아는 단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말을 대신할 표현이 세상에는 많음을 배우게 되었으니. 진심을 담은 작은 선물이 그것이다. (26쪽)
그렇게 진행되는 이야기는 <어린 왕자>를 거쳐 게슈탈트 심리학으로 넘어간다.
‘전체는 부분의 단순한 합이 아니다.’
그리고 나서, 저자가 두 번째 장에서 마무리로 한 말은?
새로운 바다를 발견하려면 오래 붙잡고 있던 해안을 떠나야 함을 경험해 안다. (32쪽)
세 번째, 네 번째.......그리고
그런 식으로 <어린 왕자>를 읽고 길어올린 생각을 모아 놓은 글을 읽어간다.
하나 둘, 어느새 나의 생각도 저자를 따라가며 쌓여간다.
이 모두다 <어린 왕자>에게서 비롯한 것들이다.
그런 것들을 글로 옮기려면, 저자가 한 것처럼 나도 또 한권의 책이 나와야 할 듯하다.
그럴 정도로, 이 책 생각에 차곡차곡 쌓아놓게 한다.
다시, 이 책은?
<어린 왕자>를 읽으며 항상 이런 생각을 했었다.
이건 단순하게 후루룩 읽어버리고 말 책이 아니다.
줄거리나 그 속에 들어있는 에피소드 몇 개 기억하는 것으로 끝낼 책이 아니라는 생각을 매번 했었다.
해서 어떤 때는 낱말 하나를 가지고, 혹은 문장 하나를 붙들고 씨름도 한 적이 있었다.
<어린 왕자>는 분명 그렇게 읽어야 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어른을 위한 동화이니 조금은 다르게, 더 깊게 들어가 그야말로 물을 길어올려야 할 게 아닐까.
그런 나의 바람을 충족시켜 주는 책이다.
<어린 왕자>을 읽으며 미처 챙기지 못했던 생각들을, 비로소 이 책 <어린 왕자, 나의 사랑>을 읽으면서 챙길 수 있었다.
<어린 왕자>는 이렇게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