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살인사건 - 약이 독이 되는 위험한 화학의 역사
백승만 지음 / 해나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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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살인사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시작은 햄릿부터

 

햄릿이다. 독약에 관심을 갖게 한 것은 다름 아닌 햄릿이다.

햄릿 왕자는 돌아가신 아버지 햄릿 왕의 유령을 만나, 사건의 내막을 알게 된다.

유령은 이렇게 아들 햄릿에게 말한다.

 

들어봐라, 사람들은 내가 정원에서 낮잠을 자다가 독사에게 물려 죽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새빨간 거짓말에 덴마크의 온 백성이 속고 있어.

짧게 이야기하마.

그날도 평소처럼 정원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데 너의 숙부가 몰래 다가와 사리풀에서 뽑은 독약을 병째 들고 내 귀에 부었다. 그 독은 수은처럼 빠르게 온몸 구석구석 혈관을 타고 퍼져, 우유에 식초를 탄 것처럼 피를 단번에 굳게 만든다. 내 몸은 그렇게 굳어버렸고, 부드러웠던 살결은 문둥병 환자처럼 순식간에 부스럼으로 뒤덮였다. 그렇게 나는 자는 동안 동생의 손에 목숨과 왕관과 왕비를 모두 빼앗겼다. (햄릿, 15, 미래와사람 출판, 44,45)

 

더 이상 자세할 수 없다. 약의 이름과 증상까지 자세하게 셰익스피어는 서술하고 있다. 그러한 서술, 과연 맞는 것일까?

 

그러한 것들을 알고 싶어, 이 책을 열었다.

 

햄릿 이야기로 들아가자 햄릿 왕 암살 사건

 

이 책에 내가 궁금해하던 햄릿 이야기가 나온다

햄릿의 아버지 햄릿왕이 어떻게 죽었는가 설명해주고 있다.

<햄릿 왕 암살 사건>이다. (119쪽 이하)

 

이 책의 저자는 한글 번역본이 아니라, 영어 원문에 나오는 약을 언급하고 있으니, 원문 해당부분을 살펴보자.

 

너의 숙부가 몰래 다가와 사리풀에서 뽑은 독약을 병째 들고 내 귀에 부었다. 그 독은 수은처럼 빠르게 온몸 구석구석 혈관을 타고 퍼져, 우유에 식초를 탄 것처럼 피를 단번에 굳게 만든다.

 

Upon my secure hour thy uncle stole,

With juice of cursed hebona in a vial,

And in the porches of my ears did pour

The leperous distilment; whose effect

Holds such an enmity with blood of man

That swift as quicksilver it courses through

The natural gates and alleys of the body,

And with a sudden vigour it doth posset

And curd, like eager droppings into milk,

The thin and wholesome blood.

 

저주받은 헤보나즘 (Juice of cursed hebona) (120)

헤보나는 가지과 식물인 사리풀의 일종이다. 헨베인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지금도 사용하는 단어다. 사리풀은 식물 추출물답게 많은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그중에는 강한 독극물도 있다. 대표적인 물질은 스코폴라민. 자율신경 중 부교감신경을 억제해서 섬망, 환각, 호흡마비, 심장 박동 증가, 실신 등을 유발하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독극물이다. ‘악마의 숨결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왜 하필이면 악마의 숨결이라 불릴까? 불어서 중독시키기 때문이다. (121)

 

, 이렇게 햄릿 왕의 암살 사건 전모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치명적인 독극물인데, 입으로 불어서 중독시킨다는 것이다.

 

저자는 여기에서 햄릿 왕 독살 사건에 대한 자세한 설명 대신 그 물질을 다른 경우에 어떻게 범죄에 이용하는가로 화제를 돌린다. 그러니 저자 생각에는 햄릿 이야기는 불어서 중독시킨다는 말로 충분한 것이다. 불어서 중독이 가능한 정도이니 햄릿 왕의 경우처럼 귀에 부으면 더 치명적인 것이 아니겠는가?

 

, 그렇게 해서 햄릿왕 암살사건의 전모는 밝혀졌다. 셰익스피어는 정확한 약학지식을 토대로 글을 썼던 것이다. 그런 셰익스피어의 글에 그저 놀랄 뿐이다.

 

셰익스피어의 글에만 놀랄 게 아니다.

 

이 책의 많은 부분에 독자들은 놀랄 준비를 해야 한다.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저자는 스토리텔링에 강하다. 약 이야기를 이렇게나 재미나는 이야기로 읽을 수 있다니, 정말 저자는 말 잘하는 약, 글 잘 쓰는 약이라도 처방해서 장기복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이야기 읽어보자.

 

칼 앤서니 코폴리노. 직업은 의사, 마취과 의사다.

그는 엽기적인 살인 사건을 무려 2건이나 저지른다.

그런데 그런 드라이한 사건을 저자는 어떻게 스토리텔링 하고 있는가?

저자의 입담으로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스토리가 진행이 되는 것이다.

 

첫 번째 살인, 등장인물은 이웃집 유부녀 마저리 파머와 그녀의 남편 윌리엄 파머.

칼은 불륜 상대가 된 이웃집 유부녀 마저리를 꼬드겨 그녀 남편을 살해하도록 한다.

사람이 죽었으면 사인이 나와야 한다. 사인은 심장마비.

사인을 조사해야 하는데 사인을 심장마비라고 진단한 사람은 바로 칼의 부인인 카멜라였다. 그 남자의 부인이 바로 내과 의사였던 것.

그리고 심장마비라는 사인에 보호자, 즉 죽은 남편의 아내가 동의하는 바람에 그냥 넘어간다. 그래서 첫 번째 살인사건은 무사통과.

 

이제 두 번째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이번에는 더 엽기적이다.

장소를 옮겨 다른 곳으로 이주한 칼 앤서니 코폴리노. 여기서도 불륜을 저지른다,

이번에는 부유한 이혼녀 메리 깁슨이 상대방 불륜녀다.

칼은 불륜녀와 결혼하기 위해 아내와 이혼하기로 하는데, 부인이 이혼에 동의하지 않는다.

해서 칼은 결심한다. 아내를 죽이기로. 그리고 죽인다.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사인 조사가 시작되었는데, 뜻밖의 제보자가 있었다.

바로 지난 번 살인사건의 공범이었던, 그러니 불륜관계였던 마저리 파머가 자신의 범행과 칼의 범행을 제보해버린다. 불륜 상대였던 그녀가 자신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또 거기에서 다른 여자와 불륜 사건을 저지른 것을 알고 한이 맺혔던 것일까?

 

제보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주치의는 수사팀에 연락했고, 수사팀은 당연히 조사를 시작한다.

여기에서 드디어 저자의 전공 실력이 등장한다.

죽은 아내의 시신에 남아있던 흔적을 검토하는데. 이부분 101쪽에서 104쪽까지 전문적인 지식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한편의 법의학 드라마를 읽는 듯하다.


몇 개의 과정을 거쳐 묻힐 듯 하던 사인, 드디어 반전이 이루어지고, 우리 몸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지 않는 물질이 검출된다.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지 않는 물질이 몸 속에서 검출이 되었다는 것은 곧, 외부에서 주입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반전 드라마가 끝이 난다.

 

이 몇 쪽 짜리 법의학 드라마

독자들은 저자의 스토리텔링에서, 그 결과에 이르는 과정을 읽어가다보면, 전문 분야에 대한 지식을 이렇게도 활용할 수 있구나, 하는 경탄을 금하지 못할 것이다.

 

다시, 이 책은?

 

그런데 이 책에는 약을 이용한 살인사건들만 있는 게 아니다.

 

독을 사용해 인체에게 유용한 약을 만들어내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물론, 약값을 제멋대로 올려 지탄받는 제약회사의 이야기를 읽을 때에는 자기도 모르게 흥분할 수도 있으니. 조심할 일이다.

 

그렇게 이 책에는 약에 관한 모든 것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양한 정보들이 들어있다

저자가 약에 관한 전문 지식을 활용해 약에 문외한인 독자들을 이해의 땅으로 인도하는, 싑게 써내려간 페이지 페이지마다. 드러나는 저자 글솜씨 또한 전문가답다고 경탄을 금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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