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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담아, 제인 오스틴 - 제인의 사람과 사랑, 문학에 대한 가장 내밀한 생각을 나눈 편지들
제인 오스틴 지음, 유혜인 옮김 / 이일상 / 2026년 3월
평점 :
사랑을 담아, 제인 오스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제인 오스틴, 영국의 소설가인 제인 오스틴의 서간집이다.
그녀가 써서 보낸 편지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편지를 써서 보낸 대상은, 주로 그녀의 언니 커샌드라다.
그리고 그녀 이외에 조카들에게 보낸 편지가 있다.
소설가는 역시 소설가 - 제인이 이런 말을?
제인 오스틴이 쓴 소설을 읽어본 적이 있다. 소설 속에서도 편지글이 있겠지만, 제인이 실제생활에서 쓰고 보낸 편지는 어떨까? 소설과는 다를까?
이런 편지글에서도 그녀의 소설가적 기질은 유감없이 발휘된다.
방금 받은 장문의 편지에 언니의 잔소리가 너무 심해서 아일랜드 친구와 내가 어떻게 보냈는지 들려주기가 두려울 지경인걸. 함께 춤을 추고 한 테이블에 앉아 있는 모습을 최대한 방탕하고 충격적으로 상상해 보도록 해. (20쪽)
글을 쓰는 제인 오스틴은 만면에 미소를 띠며 글을 썼을 것이다. 또한 이 글을 읽는 언니 커샌드라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동생 제인은 항상 이런 식이라니까. 얘는 나에게 편지 쓸 때도 소설처럼 쓴다니까. 속으로 그런 말을 하면서 미소를 지으면서 동생의 편지를 읽는 언니 커샌드라를 독자들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읽어보자. 이런 글은 아무리 사사로운 편지글이라 해도 공개하기 잘한 것 같다. 그녀의 소설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이런 글도 역시 좋아할 것이니까.
오랫동안 하녀를 쓰지 않아 보니 너무 불편해서, 무조건 마음에 들어하기로 결심했다는 얘기야. 그쪽에서 우리 눈 밖에 나고 싶다 해도 웬만한 노력으로는 불가능할 거야. (39쪽)
메리가 자기 자식의 외모에 점점 이성을 찾아가고 있어, 엄청난 미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대. (51쪽)
체셔에서 온 장교라는 굉장히 잘생긴 신사가 나를 무척이나 소개받고 싶어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수고롭게 실행에 옮길 만큼 진심은 아니었나 봐. 사이가 발전할 여지 자체가 없었어. (53쪽)
글 자체가 재미있지 않은가. 해서 이런 편지글은 어딘가 소설 속에서 자리 잡고 있는 것 중 편지글만 따로 추려내 엮은 게 아닌가 생각할 정도다.
언니 커샌드라가 무슨 말을 했길래?
언니 정말로 그 집 가구 중 하나 취급을 받은 거네! 하지만 에저턴 브리지스 씨나 로이드 부인이 언니를 설치한 적은 없잖아. (84쪽)
제인의 편지, 이 부분을 읽으면서 무척 궁금해진다.
과연 언니가 무슨 말을 했길래 제인이 그런 반응을 보였을까.
가구 취급을 받았다는 것은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다는 말이니, 어떤 취급을 받았기에 제인이 그랬을까. 해서 이런 경우는 제인이 쓴 글도 중요하지만, 받은 내용도 궁금해서 읽어보고 싶어진다.
그런데 역자의 해설에 해당 글을 소개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렇다.
언니를 당연한 존재로 여기는 이들을 향해 “언니 정말로 그 집 가구 중 하나 취급을 받은 거네! 하지만 그들이 언니를 설치한 적은 없잖아‘라고 표현한 대목에서는 그녀 특유의 언어유희가 빛을 발한다. (7쪽)
나와는 그 말에 대한 해석이 다르다. 어쨌든 다음에는 제인이 보낸 편지, 받은 편지를 같이 읽어보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조카들에게 보낸 편지
이 책에 이어지는 편지글 중 조카들에게 보낸 편지가 있다.
조카들에게 보낸 편지들은 앞 뒤 파악하기가 훨씬 쉽다.
편지를 쓰는 목적이 분명하니까. 앞뒤 상황을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이다.
애나, 애나는 큰오빠 제임스의 딸이다.
애나는 소설가 지망생이다.
제인은 조카인 애나에게 애나가 쓴 글을 읽고 소감을 써서 보낸다.
고모로서의 정과 성의가 담뿍 담긴 소감이다.
생동감이 쭉 유지되더구나. 캐릭터도 아주 잘 만들었고. (229쪽)
또 다음 편지에서는 애나에게 다정한 어조로 몇 군데 수정할 것을 말하고 있다.
수정한 부분은 있지만 지난번에 비하면 사소해. 말을 줄여야 의미 전달이 잘될 것 같은 표현이 종종 있다는 게 우리의 공통된 의견이야. (233쪽)
그러면서 격려의 말을 잊지 않는다.
세인트 줄리언이 세실리아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그래서 더 좋아. 분별력 있는 여성이 딸들의 데뷔가 주제라면 광기를 보인다고 말하는 대사는 그야말로 보물이다. 표현력이 약해졌다는 느낌은 없었어, 부디 계속 쓰기를. (236쪽)
패니. 패니는 에드워드 오빠의 딸이다.
패니에게는 애정없는 결혼은 안된다고 충고하는 편지를 보낸다.
제인 오스틴이 기뻐하니, 독자들도 기쁘다.
패니에게 보낸 편지 중 이런 글이 보인다.
너도 기뻐할 소식이 있어. 『맨스필드 파크』 초판이 다 팔렸대. (255쪽)
그런 소식에 이어 재판을 찍기 위해 런던으로 오라는 소식도 전한다.
조카에게 이런 소식을 전하면서 제인은 얼마나 뿌듯했을까?
그런 제인 오스틴의 성가는 이미 알고 있지만, 이렇게 조카에게 편지를 보내 기쁨을 표현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이 책의 독자, 제인의 독자로서 기쁘기 이를 데 없다.
다시, 이 책은?
확실히 디데스 씨는 작가의 자질이 있어. 자신의 주제를 충분히 다루면서도 산만하지 않고 명쾌하고 정확히 표현하잖아. 편지 쓰는 능력이 언니와 비견된다거나 그의 편지가 언니 편지만큼 고마웠다는 말은 아니지만 글을 아주 기분 좋게 마무리하고 세상에 진실을 전하는 능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겠어. (133쪽)
이 말, 혹시 본인에 대한 말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라면, 나는 이 말의 주어를 살짝 바꾸어 다음과 같이 고치고 싶다.
확실히 제인 오스틴은 작가의 자질이 있어. 자신의 주제를 충분히 다루면서도 산만하지 않고 명쾌하고 정확히 표현하잖아. 제인 오스틴이 글을 아주 기분 좋게 마무리하고 세상에 진실을 전하는 능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겠다.
소설로만 대했던 제인 오스틴을 이 책에서는 실제 생활에서 만나게 된다. 기쁨도 염려도 하는 제인을 만나고, 또 수다도 떠는 그런 아가씨. 작가를 만나니 신기하다.
또한 그녀의 글은 소설속이나 실제 생활에서나 똑같다는 것, 확인하게 된다.
편지글도 소설처럼 재미있다. 모든 소설가가 그러지는 않을 건데. 제인 오스틴이라서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