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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의 그라운드, 완투에서 불펜까지 - 야구광 철학자의 한국 야구 50년 관전기
탁석산 지음 / 열린책들 / 2026년 3월
평점 :
낭만의 그라운드, 완투에서 불펜까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아 책은 야구광을 위한 책이다.
야구광이 아닐지라도 야구에 대한 관심이 보통이상이다 싶으면 된다.
저자 탁석산은 철학책만 쓰는 줄 알았는데 야구를 주제로 책을 써서 펴냈다.
야구 관련 책으로 만나니 더 반갑다. 의외라서 반가운 것이다.
철학자가 보는 야구는 어떤 것일까?
이 책의 내용은?
그렇다, 철학자가 보는 야구는 역시 달랐다.
철학자의 보는 눈은 다른가보다.
이것 하나 적어둔다. 철학자가 어떻게 야구를 보는지.
인생에 구원 투수가 어디 있습니까. 어느 정도만 버티면 다음 사람이 기다렸다 도와주려 나타나고, 그 사람이 자기 역할을 다하면 마무리를 하는 사람이 나타나나요. 그런 일은 없고 있을 수도 없습니다. 인생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가 혼자 끌고 가야 합니다. 대타나 구원투수나 마무리 투수는 없습니다. 비바람과 폭설을 혼자 견뎌 내야 합니다. 저는 완투하는 투수를 보고 배웁니다. (47쪽)
인생이란, 그래서 마운드에 올라선 투수와 같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고독과 싸우면서 홀로 견뎌내야 한다. 그러한 진리를 저자인 철학자는 야구에서 건져내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것을 건져낸다.
선발 투수 :
상태가 좋지 않지만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마운드에 올라가지 않을까요.
몸 상태가 좋은 날이라도,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많겠지요. 그래도 선발투수는 끌고 갑니다. (43쪽)
이게 바로 선발투수, 보통 인생의 모습이다.
어디 인생이 마음먹은 대로 되는가. 그렇지 않으니 인생이다.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라서는 투수를 보면서, 인생을 배운다, 다짐한다. 이건 내 인생이야. 결코 구원 투수는 없으니, 어떻든 해보는 거야!
다양한 선구 평가 지표
요즘 야구 경기 중계를 보다보면, 자막으로 현란한 지표들이 많이 보인다.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정도도 그런 지표들은 많이 보인다.
예전에는?
몇 개 없었던 것 같고, 또한 그런 지표들은 대개 한글로 표기된 것들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오히려 한글로 된 게 드물다.
야구 관련 새롭게 알게 된 것들
역(逆)도루는 허용되지 않는다. (71쪽)
이런 게 한때 있었다니 신기한 일이다.
주자가 2, 3 루에 있다고 가정하자. 2루에 있던 주자가 1루로 도루하면, 그 사이에 3루에 있던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고, 다시 그 틈을 타 다시 2루로 도루한다.
어, 이런 방법도 있었네, 할 정도로 대단한 꾀라 할 수 있다. 어쨌든 주자가 움직이면 상대방이 긴장하게 되고, 잡기 위해 볼을 던지든지 할테니까. 그런데 이런 일을 자주한 선수가 타이 콥인데.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역도루는 아웃이라는 조항이 생겼다는 것이다.
아웃이라고 하는 게 지금 생각해보면 타당하다, 왜냐하면 그것을 허용하면 수비하는 선수들의 피로도가 몇 배 증가할 것이니, 서로 서로 그런 역도루까지는 하지 말자는 차원이 아닐까?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스타는 탄생하지 않는다. 팬과 미디어가 만들어낸다. (161쪽)
이 말은 현대의 매스컴이 얼마나 역기능이 많은지 말해준다.
그런 역기능 때문에 속빈 영웅들이 가끔 탄생하기도 하니까.
타자가 타석에서 덤비는지 아니면 기다리는지 등을 구별하여 투구하는 법 (177쪽)
일본에서 온 장명부 선수가 팀의 다른 투수에게 가르쳐준 것 중 하나다.
이 말을 읽고, 야구 경기 중게를 보니, 타자 중에서 마구 치려고 서두르는지. 아니면 차분히 기다리는지 그게 어렴풋이나마 보인다. 티브이를 통해서도 그게 보이는데. 타자 관찰이 제일목표인 투수 눈에도 그것은 보일 것이다.
이런 유머가 반갑다.
왜 야구라고 할까?
저자의 기억에 의하면 <고인돌>이라는 만화에서 이런 게 나왔다 한다.
고릴라들이 두팀으로 나눠 경기를 했는데, 이긴 팀은 <야>를 외쳤고, 진팀은 고개를 떨구고 <구>하고 울었다고. 그래서 야구? (63쪽)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이야 죽자사자 하는 결기로 뛰겠지만, 야구를 관전하는 팬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유머도 가끔씩 나누며 관전하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다시, 이 책은?
읽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저자의 기억력이 무척 좋다는 것, 어떻게 몇 십년 전의 사건들을 그렇게 책을 쓸 정도로 기억할 수 있을까.
게다가 야구는 저자의 전공분야가 아니지않는가. 그런데도 이처럼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것, 하기야 그러니 책도 펴내는 저자의 대열에 들어선 것 아닐까.
하여튼 독자들은 저자의 그런 기억력 덕분에 야구를 낭만적으로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 더하여 야구에서 찾아낸 철학도 배울 수 있었으니 이야말로 일석이조다.
볼 하나 던져 아웃 카운트 늘리고, 스트라이크 아웃 기록도 올린 투수가 된 기분이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