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단테 《신곡》 인문학 -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살아가게 하는가
박상진 지음 / 문예출판사 / 2026년 2월
평점 :
단테 《신곡》 인문학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신곡』을 읽기 어려워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저자는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다.
밀도 높은 언어에 대한 이해와 방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현대의 독자들이 자신과 주변을 끈기있게 성찰하려는 성실함이 사라졌다. (13쪽)
그렇다면 『신곡』은 우리에게 어떤 자세를 원하는가?
저자는 역시 이렇게 말한다.
자기가 속한 시대의 맥락을 진지하고 섬세하게 돌아보라.
그러니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신곡』을 통해 우리 시대를 돌아보게 한다.
어떤 면을 돌아볼 수 있나?
저자는 『신곡』에서 용기, 연민, 사랑, 폭력, 분노 등 16가지 키워드를 따라서 각 주제에 맞는 『신곡』의 본문과 그 속에 들어있는 의미를 전해준다.
이래서 『신곡』을 읽는데 안내자가 필요하다.
지옥편 2곡을 읽어보자.
나는 에네아도 파울로도 아니고
나도 그 누구도 내가 합당하다 믿지 않는다. (이 책 42쪽)
이 구절에서 ‘에네아’와 ‘파울로’가 누구일까?
에네아는 로마 건국의 영웅인 트로이의 왕자인 아이네이아스, 파울로는 기독교의 사도 바울이다. 그러니 그렇게 이름을 다시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으로 옮겨 읽어야만 그 구절이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단테가 알려주는 시 쓰는 법
그런데 말해주오, “사랑의 지성을 지닌 여인들”로
시작하면서, 새로운 시구를 끌어낸
그 사람을 내가 여기서 보고 있는지를.
내가 그에게, 나는 사랑이 숨을
불어 넣을 때, 받아서, 안에서 불러주는
그대로, 드러내며 가는 하나라오, (연옥편, 24곡 49-54행) (58쪽)
위의 <연옥> 인용문은 단테의 시 쓰는 법을 건결하게 요약한 구절로 널리 알려져 있다. (69쪽)
이 말을 읽고, 새삼 위의 구절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이 구절이 시 쓰는 법이라니.
해서 내가 읽었던 번역본을 꺼내 대조해보았다,
그런데 지금 내가 <사랑을 이해하는
여인들이여> 하고 시작하는 새로운
시를 쓴 사람을 보고 있는지 말해주오.
나는 말했다. 「나는 사랑이 영감을 줄 때
기록하고, 사랑이 마음에 속삭이는 것을
그대로 표현하는 사람입니다.」 ( 김운찬 번역, 635쪽)
시 쓰는 법이 확실하다.
『신곡』을 읽었다면서 이런 구절조차 모르고 있던 것, 이제 새롭게 알게 된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인간은 빛을 받으면 그림자를 드리우는 존재, 빛이 만든 그림자를 외면하지 않고 자꾸 거기로 눈을 돌리는 존재다. (32쪽)
이 말을 읽으니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말한 등불이 오버랩된다.
이 책을 읽는 독자가 단테의 《신곡》을 천천히 읽고 싶어진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손에 든 등불을 등 뒤로 돌려 다른 이들의 길을 밝혀주면서 앞에 놓인 어둠을 두려움 없이 바라보는 단테를 만나길 바란다. 그의 빛을 따라 걷고 그의 어둠과 함께 나아가면서, 한 걸음씩 여러분의 길을 만들어가면 좋겠다. (8쪽)
분열의 씨를 뿌리는 자들은 늘 상대를 의심의 눈으로 바라본다. 상대를 믿지 못하니 더불어 사는 공생의 원리도 모른다. (171쪽)
우리는 서로의 찢긴 상처를 덮고 아물게 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상처는 계속해서 기억되어야 한다. (183쪽)
그림도 큰 몫을 한다.
저자는 글과 함께 그림을 통해 『신곡』을 살펴보고 있다.
본문 앞서 우선 16점의 그림을 보여준다.
각각의 그림들은 본문의 내용과 연관이 되며, 『신곡』의 내용을 좀더 깊게 성찰할 방법이 된다.
또한 본문에서도 그림을 소개하고 있는데. 각 항목별로 그 의미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다시, 이 책은?
단테의 『신곡』을 읽었다. 『신곡』의 흐름과 줄거리를 파악하고 나니, 단테가 말하고자 한 그 의미를 깊게 살펴보고 싶었다. 이 책의 저자 박상진 교수의 통찰력으로 『신곡』을 잘 살펴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저자는 『신곡』을 옛날의 고전으로만 읽지 않는다.
『신곡』을 우리의 현실과 결부시켜, 단테와 우리 현실을 돌아보게 만든다.
단테의 시대와 지금의 시대, 몇 백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사는 세상인지라 똑같다. 어쩌면 그렇게 인류는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지.
그것을 깨닫자, 마치 단테가 몇 백년 후를 내다본 것 같은 예지력을 발휘해 현재의 우리에게 삶의 나침반으로 사용하라고, 『신곡』을 써서 건낸 것이라는 확신까지 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