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애 소설이 나에게 - 좋은 연애 소설, 어쩌면 그것은 작은 구원이다 ㅣ 나에게
오정호 지음 / 몽스북 / 2026년 1월
평점 :
연애 소설이 나에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연애와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은 연애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더하여 사랑까지.
그런데 연애는 무엇이며 사랑은 무엇일까, 그 두 개가 서로 다른 것일까?
저자는 다르다고 한다. 이렇게!
육체적 행위나 관계를 의미하는 연애(affair)는
감정 상태인 사랑(love)과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83쪽)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데, 저자는 이미 그 말 앞서 이런 말로 운을 뗀 적이 있다.
기본적으로 연애는 육체적 행위다. 그런데 연애가 길어지면, 연애는 육체적 행위라는 의미 위에 육체적 관계라는 뜻을 더하게 된다. 이 확장된 개념 때문에 연애는 사랑과 비슷해 보이고, 사랑만큼 복잡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39쪽)
이 책에는 이런 것들이
그러므로, 이 책 『연애 소설이 나에게』에는 육체적 행위에 관련된 다양한 것들이 들어있다.
예컨대 이런 것들이다.
손, 살, 가죽, 그리고 방이 그런 것들이다.
먼저 생각해보자, 손은 어떻게 연애와 연관이 있는 것일까?
누군가의 손을 잡을 때 그 사람이 간직해온 내밀한 지도가 내 손 위에 펼쳐진다.
누군가의 손을 만질 때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따뜻한 해류가 내 삶 속으로 조용히 밀려 들어온다. (44쪽)
음미할만한 대목이다. 그러니 ‘손에 손잡고’는 함부로 할 일이 아니라는 말씀(?)이다.
이런 장면, 이 책을 말해준다.
그 다음 ‘방’은 어떤가?
방은 연애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이 책에서 단 하나의 장면을 꼽으라 하면, 단연코 이 대목이다.
연인들은 세상과 완벽한 차단을 원한다. (76쪽)
그렇게 차단된 장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이런 것들이다.
그림으로 살펴보자.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철학으로의 여행>이다.

두 남녀가 침대에 있다. 끝났다, 정사는, 기울어진 오후 햇살이 창으로 환하게 새어 들어온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우드 블라인드는 감미로운 어둠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하략) (79쪽)
여기 감미로운 어둠이라는 글자 밑에 굵게 밑줄 긋자.
방은 그런 용도로 사용된다. 어둠을 만드는 방이다.
그런데 왜 호퍼는 그림의 제목에 ‘철학’이라는 말을 집어넣었을까?
침대 위에는 책 한 권이 생뚱맞게 펼쳐져 있다. 펼쳐진 모양이 여성의 엉덩이를 묘하게 닮았다. 육체와 정신, 엉덩이와 책, 세속과 철학의 데칼코마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철학으로의 여행>은 잘 지은 제목이다. (79쪽)
그런 설명이 붙어있지만 그게 조금 아쉬워서 더 찾아보니, 그 책은 플라톤의 책이라는 정보가 있다. 철학자 플라톤 말이다.
그러니 이 책을 읽으면서 세속에만 관심을 가질 게 아니다. 물론 세속도 필요하지만, 저자는 거기에 철학을 가미한다. 해서 이 책은 한 단계 격을 달리하게 된다.
좋은 책은 이렇게 진행이 되는 법이다.
다시, 연애가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어디 그뿐인가. 저자는 연애의 격을 한층 더 높여 보여준다.
연애를 할 수 있는 자는 인생의 지도에서 지중해를 발견하는 사람이다. 모든 인간의 지도에는 지중해가 숨어 있다. 연애란 무엇일까. 낯선 섬을 꿈꾸며 거친 지중해를 항해하는 것. 우리는 기꺼이 오디세우스가 되어야 한다. (139쪽)
오디세우스가 누구인가?
오로지 오매불망 고향에 있는 부인 페넬로페를 향하여 뱃머리를 돌린 사나이다.
그런 오디세우스를 소환한 저자, 연애의 개념을 잘 잡았다.
그래서 연애가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그게 정말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