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하는 공간 제작의 기술
김재선 지음 / 가능성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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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하는 공간 제작의 기술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 읽기를 잘했다.

 

먼저 말해둔다. 이 책, 읽기를 잘했다.

제목에서는 그리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인테리어 이야기인가 보다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공간과 빛에 대한 총체적인 그림을 그리게 해주는, 다시 말해서 내가 있는 공간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안목을 선사해준, 대단히 의미있는 책이다.

 

이 책은?

 

공간에 철학이 들어있다.

물론 우리 살아가는 데 모두 철학이 있어야겠지만, 특히나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공간, 거기에 철학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그래서 이 책은 철학책이다. 철학의 사용처가 공간이라는 점, 그것이 확실하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이 세가지 방향으로 읽을 수 있다.

 

첫째, 공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준다.

둘째, 심리학과 철학의 유용성을 알게 된다.

셋째, 나만의 공간, 철학이 있어야 제대로 만들어갈 수 있다.

 

첫째, 공간이란 무엇인가?

 

사람들이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곳이 있다. 예컨대 살고 있는 집이 바로 그런 곳이다.

해서 집에 들어가면 일단 편안해야 한다. 편안한 마음이 들어야한다.

 

왜 그런가?

그것을 저자는 다음과 같이 풀어내고 있다.

조망 피신 이론 (다른 말로 하면, 조망과 은신) (27, 60)

 

인간은 주변을 잘 살필 수 있으면서도 (조망), 위협으로부터 몸을 숨길 수 있는 (피신) 공간을 본능적으로 선호한다. 이는 초원에서 생존해야 했던 인류의 오랜 전략에서 기인한다. (27)

 

그다음 등장하는 것이 영역성 이론이다.

내 방 가구를 바꾸거나 책상을 정리하는 행위는 단순히 청소를 넘어, 공간에 대한 통제감을 확인하며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 과정이다. (27)

 

그런 조망과 피신(또는 은신), 그리고 영역성을 가장 잘 인식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집인 것이다.

 

그런 집, 과연 기분 좋고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인가, 아니면 마치 남의 집처럼 여겨지는 곳인가? 저자는 이런 공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둘째, 심리학, 철학의 유용성을 깨닫게 된다.

 

저자가 사례로 들어, 설명하는 한 부부의 경우가 있다.

아파트를 이렇게 사용하고 싶다는 부부다.

거실은 비움의 미학으로, 주방은 홈카페처럼, 그리고 침실은 호텔 스위트룸처럼.(16)

 

그런데 저자는 그 부부에게 공간의 형태가 아닌 삶의 내용을 먼저 묻는다.

과연 그러한 집에서 어떤 삶을 영위하고 싶은지 묻는다.

 

여기에서 저자가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를 말한다. (18)

이 이론은 욕구가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기초부터 순차적으로 쌓아올리는 구조물이라는 것이다.

해서 자아실현의 욕구을 바로 채워갈 수는 없고, 기초 단계인 안정성이 있은 다음에, 또 소속감과 사랑의 욕구를 거쳐야만 그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데, 그 해당 부부의 삶에는 그러한 전단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다른 철학도 여기 등장한다.

 

바슐라르는 집을 우리의 최초 우주라 하면서 집에서의 경험이 세상을 인식하고 상상하는 방식의 원형이 된다고 본다. (25, 30)


우리가 세상에 대한 근원적 신뢰와 안정감을 배우는 장소가 바로 집인 것이다. (143)

 

저자는 그래서 집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회복의 공간이다.

영감의 공간이다,

몰입의 공간이다.

 

이 세 가지를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을 대입해보자.


우리는 외부에서 지치고 힘들어진 몸을 끌고 어디로 가는가? 쉼을 얻기 위해 집으로 간다. ? 집에 가면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는? 회복한 마음과 몸을 가지고 무언가 계획을 하고, 생각을 만들어 다시 외부로 나가게 된다. 그게 영감의 공간이라는 의미다.

그리고 세상의 잡다하고 번잡한 소음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몰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또한 집인 것이다.

 

그렇게 집이라는 공간은 철학과 심리학이 적용되는 곳이다.

 

그래서 세 번째 단계인 나의 공간을 철학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그런 철학으로 집을 채우는 대신 집의 규모나 어떤 가구로 채워간다.

밖으로 보여지는 것으로만 채우는 것이다.

그렇게 살아가면, 집은 집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거주자는 자기 집이 아니라 하숙생으로 살다 갈 뿐인 것이다.

 

다시 더하여, 이런 것도 고려할 필요

 

,

빛과 그림자.

소재와 질감.

 

집에 이러한 것들도 고려해야 한다.

빛을 예로 들어보면, 창문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하는 점도 크게 고려해야 한다.

저자는 창을 능동적인 큐레이터라 한다.

 

창문은 단지 풍경을 보여주는 액자가 아니다.

무질서한 외부 세계를 의도적으로 잘라내고 편집하여 실내로 들여오는 능동적인 큐레이터.(55)

 

저자의 시적 언어 표현이 빛난다.

 

이건 책의 내용과 언뜻 보면 별 관계가 없는 듯 하지만, 오히려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 하나가 있다. 바로 저자의 글이다.

 

저자의 글은 거의 모두가 이미지로 번뜩인다.

저자의 글을 읽으면, 그 글이 우리 머릿속에 그림이 되어 들어온다.

 

창문은 존재의 우주와 바깥 세상이 만나는 경계이자, 몽상과 사유를 위한 시적인 도구이다. 우리는 창이라는 매개를 통해 빛 이상의 것을 경험한다. (54)

 

가구에 대하여,

장인이 만든 가구는 단순히 물건을 소유하는 것을 넘어, 그 물건의 역사에 참여하는 행위가 된다. (154)

 

역사라는 단어는 보통 추상적이다.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이 문장을 읽다보면 가구를 통해 그것을 만들어내고, 다시 집으로 옮겨지며 쓰여지는 그 시간의 역사가 가루로 치환되어 이미지로 보이게 된다.

 

인테리어에 대하여,

인테리어는 막연한 꿈을 예산이라는 구체적인 숫자로 번역하는 현실적인 과정이다. (218)

 

다시, 이 책은?

 

이 책을 읽어가면서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였다.

 

이 과정은 단순히 집을 꾸미는 행위를 넘어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의 삶을 긍정하며 미래를 그려나가는 창조의 과정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130)

 

저자는 끝으로 이런 말을 한다. (271)

 

이 책을 덮고 당신의 공간으로 돌아가, 그곳의 침묵에 스스로 귀기울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당신의 소파는?

당신의 창문은?

당신의 식탁은?

 

한번 들어보고 싶다. 말도 걸어보고 싶어진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공간이 이제 살아났으니까, 그게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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