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사랑 - 우리가 무뎌진 것에 대하여
고영호.신혜령 지음 / 북스고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럼에도 사랑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읽기 전에 들었던 생각

 

사랑을 과연 사진으로 찍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두 부부의 멋진 인생관, 사랑관을 알아볼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했는데

그 이상이었다.


사진으로 사랑을 찍을 수 있다. 그걸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이 책 그럼에도, 사랑은 사진 작가 고영호가 웨딩사진을 찍으면서 만난 많은 커플들의 사랑 이야기를 아름답게 옮겨놓은 그림같은 글들이다.

 

저자는 그의 직업을 이렇게 표현한다.

 

내가 하는 일은 많은 이들이 사랑으로 빛나는 순간을 사진으로 담는 것이다. (7)

 

그 일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저자의 아내는 이렇게 말한다.

 

이 글은 단지 한 사진가의 작업 일지가 아니다. 시간을 함께 통과한 이들에 대한 기록이자, 삶이라는 본문에 행간마다 등장하는 사랑에 대한 각주이다. 가장 덜 진부한 방식으로.” (226쪽)

- 에필로그 나의 남편, 고영호중에서

 

좋다, 글이 좋다. 이야기가 좋다.

 

무엇보다도 저자의 글이 아름답다. 그저 눈앞에 피사체로 등장하는 커플들의 이야기를 옮겨놓았을뿐인데,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는지. 그 이유는 바로 저자의 아름다운 글솜씨 덕분이다

 

저자는 렌즈를 통해 커플들이 서로 보내는 웃음, 그리고 그 웃음 속에 들어있는 사랑을 잡아내고, 말없이 주고받는 눈빛에서 얼마나 큰 갈망이 숨어있는지 예리하게 포착해낸다. 사진 작가의 감성과 촉각이 이리 멋지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된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둘의 만남이 평범했다고 말하는 그 어떤 커플의 이야기도,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결국 두 사람이 만나 함께 쌓아 온 이야기는 특별했다. 전부 다 특별하기 때문에 특별한 것이 평범하게 느껴진다고 해야 할 정도다.” (8)

 

사랑은 빈틈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어가려는 마음에서 더 깊어진다. (29)

 

무심코 감상하던 명작도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고 다시 보면 그 깊이와 의미가 새삼 다르게 느껴지는 것처럼(.......) (30)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 (56)

 

삶이란 펼쳐보면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이므로 매 순간 환희에 벅찰 수는 없다. (33)

 

느리게 재생되는 익숙한 음악 같은 감정선, 라르고, 아다지오, 반경이 작은 왈츠, 지나온 흔적들은 몸에 리듬으로 남기 마련이니까. (43)

 

프레임에 담기는 건 단순한 외형이 아니라 관계의 결이다. (44)

 

결혼은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배우자를 통해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는 것이다, (214)


책을 읽어본 독자는 알게 된다. 이책은 또다른 의미에서 사랑에 관한 잠언이라는 것을,

그렇다면 밑줄 긋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문장이 거의 없다는 것, 또한 느끼게 될 것이다.

 

감각적인 우리 말들, 새삼 느끼게 되다.

 

물론 다른 데에서도 읽고 느낀 바가 있는데, 이 책은 특별히 사진 작가가 쓴 글이라서 그런지 감각적인 언어들이 도드라진다. 그런 단어, 문장들이 새롭게 느껴지는 이유다.

 

허공으로 흩어지는 백색 소음 속에서 사람들이 각자의 방향으로 걸어가고 (.........) (16)

 

빗소리에 도시의 소음이 묻히고, 우산 위로 뚝뚝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만이 두 사람 사이의 침묵을 채웠다. (19)

 

여유롭던 모네의 그림 같던 두 사람의 풍경이 이제는 한층 격정적이고도 뒤엉킨 피카소의 그림처럼 시끌벅적해졌다. 아이도 챙기랴, 옷매무새도 신경 쓰랴. (69)


모네와 피카소, 그 둘을 들어 두 사람의 환경, 풍경을 그려내다니. 이건 진짜 예술이다. 

 

다시, 이 책은?

 

이런 문장, 이 책을 잘 드러내고 있다.

 

나는 사랑이 속속 새어드는 찰나를 직관하고 있었다. (114)

 

저자는 웨딩 사진을 찍으면서 피사체인 연인들의 모습을 그렇게 그려낸다.

사랑이 속속 새어든다고,

 

그래서 이 책은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페이지마다, 쪽마다 사랑이 새겨져 있는 화보집이다.

모든 글에, 모든 사진에 사랑이 새겨져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