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없는 작가
다와다 요코 지음, 최윤영 옮김 / 엘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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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없는 작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일본 작가 다와다 요코가 쓴 에세이 모음집이다.

그녀는 일본어와 독일어로 글을 쓴다. 뭔가 특이해서 작가 소개를 찾아보니 이런 글이 보인다.

 

독일어와 일본어로 글을 쓰는 이중 언어 작가. 얼핏 범상해 보이는 세계의 기호를 독창적인 시선으로 해독해 나가는 유심한 관찰자. ()어와 외국어의 문턱을 넘어 다니며 몸의 감각으로 낯선 언어의 세계를 유영하는 유목민. 엄격하고 절제된 사유로 신화적 상상의 안팎을 넘나드는 샤먼. 40년 가까이 작품 활동을 하며 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한 다와다 요코를 설명하는 인상 깊은 수식어들이다. (인터넷 서점, 저자 소개글에서)

 

이러한 수식어를 얻게 된 것을 어떤 이유때문일까?

그 이유를 극명하게 표현하고 있는 게 바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왜 영혼이 없다고 했을까?

 

책 제목이 이상했다, 영혼 없는 작가라니?

우리 흔히들 그런 말은 어수선하거나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정신머리를 어디에 두고 왔나, 하는 식이다.

 

그런데 그 뜻이 그게 아니라, 이런 것이다.

 

몇 번 비행기를 타고 오고 가고 했는데 내 영혼이 어디에 있는지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어찌 되었든 그것이 여행자에게 영혼이 없는 이유다. (58)

 

이 점을 이 책을 우리말로 번역한 역자가 좀더 자세히 짚어주고 있다. 들어보자.

 

일본어와 독일어로 글을 쓴다는 것은 경계를 넘나들며 쓰는 과정에서 한 언어에 얽매인 사고를 풀어내고, 다양한 언어와 문화 그리고 사유를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266)

 

해서 저자가 두 개 국어로 쓴 글이 어디있나, 했더니

 

이 책에 그런 부분이 보인다.

110쪽에서부터 137쪽까지에 실린 글이다. 제목은 사전 마을이다.

그 글을 다 읽고 다시 앞쪽으로 와 살펴보니, 이런 글이 보인다.

 

다와다 요코가 일본어로 쓴 글을 독일인이 독일어로 옮긴 글을 최윤정이 한국어로 옮김. (109)

 

왜 굳이 독일어로 번역한 글을 소개하고 있을까?

역자의 말에 이런 게 보인다.

 

작가가 두 언어로 글을 쓰며 경계를 넘나들 듯, 독자들이나 연구자들도 독일어 번역본과 일본어 번역본의 차이를 살펴보며 그 경계를 함께 넘나들면 어떨까? (267)

 

두 가지 언어를 쓰다보니

 

저자는 일본인인데 독일에서 활동했다. 그래서 외국어인 독일어를 배워야 했는데, 어려운 것으로 독일어 단어들이 문법적으로 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어 단어들의 문법 성을 익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44)


해서 어떤 것이 남성이며 어떤 것이 여성인가 알기 위해 고생을 했다. 

 

책상 위에는 여성인 물건이 하나 있었다. 타자기였다.

타자기는 크고 넓적하며 알파벳의 모든 자모를 문신처럼 내보이는 몸을 갖고 있었다. 타자기 앞에 앉아있으면 타자기가 나에게 어떤 언어를 제공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45)

 

그러니 타자기는 여러 글자를 품고 있다가 밖으로 내보내는 기계이니 여성이다. 무척 논리적인 추론이었다. 외국의 단어, 그것도 남성 여성 명사를 가르는 언어에서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는 아주 명확한 논리였다.

 

해서 다른 나라의 단어도 찾아보았다. 이탈리아어도 단어를 남성 여성으로 구분하는데, 타자기를 찾아보니. 오호! 여성이었다. 저자 덕택에 그런 구분이 가능해졌다. 감사한 일이다.

 

dattilografìa (여성형 명사 타자, 타자기로 기록한 문자)

 

나는 나에게 언어를 선물해준, 독일어로 여성 명사인 타자기를 말엄마라고 부른다. (46)

 

저자는 타자기를 말엄마라 부르기에 이 글이 들어있는 항목의 타이틀이 <엄마말에서 말엄아로>이다.

 

이 책의 글들, 재미있다.

 

이런 글 읽어보자.

 

러시아 인형이 일본의 옛 인형을 본떠서 만들어졌다는 것 (32 62)

 

많은 러시아인들은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 인형이 19세기 말에야 일본의 옛 인형을 본떠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모른다. 어떤 인형이 마트료시카의 본이었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 어쩌면 할머니가 옛날에 이야기해준 코케시였을자도 모른다. (32)

 

분명 여기 앞부분에서는 어떤 인형이었는지 모른다 했는데, 여기 잠깐 언급된 부분과  뒷부분에서는 자세하게 나온다.

 

일본의 많은 고장에서는 정말 헤어날 방법이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을 만큼 극단적으로 가난했을 때, 여자들은 그렇지 않았다면 함께 굶어죽었을 아이를 낳고나서 곧바로 죽이기도 했다. 이에 죽은 아이 한 명을 위해서 코케시라는 나무 인형을 만들었는데, 이 말은 아이를 - 사라지게 만들다라는 뜻이다. (62)


또 이런 글 읽어보자. 가급적 따라해보자. 

 

토론토에 도착했다. 토론토라는 지명을 한껏 즐기며 발음해 보았다. 토론토 (Toronto). 어떤 지명에서 O 라는 모음이 세 번이나 나오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다. 나는 이미 O 가 두 번 나오는 지명에 반한 적이 있다. 그런데 세 번이라니 훨씬 더 좋다. (262)

 

나도 토론토를 따라 발음해보았다. 확실하게 O 가 세 번 입에서 나오는 게 느껴진다. 입술을 오무리며 토론도, 해보니 재미있어진다.

 

이런 발상, 참 신선하다.

 

곧 심심하고 피곤해졌다. 얼마 지나자 심심한 것이 편해졌다. (20)

 

이건 경험해 봐서 아는 것이다, 실제적으로 경험한 바가 있다. 그 때는 그걸 어떻게 표현할 줄 몰라서 정확히 느끼질 못했는데, 이 글을 읽자마자 그게 바로 떠올랐다. 그리고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것을 느꼈다. 심심한 것이 무척 편했던 기억, 이 책이 그래서 신선하다.

 

호두까기 인형은 장난감이지만 놀기보다는 일하기를 좋아하는 장난감이다. 그의 임무는 견고한 견과를 깨뜨리는 것이다. (76)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에세이집이다. 그런데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에세이가 이렇게 재미있는 건 처음 본다.

저자의 어머니가 그랬듯이 이 책을 천천히 읽어가면서 저자가 자아낸 말과 문장을 음미해보면, 에세이가 이렇게 재미있다는 것을 신기하게 여기며, 즐거워할 것이다.

 

어머니는 절대 책을 급하게 읽지 않았다. 이야기가 긴장이 되면 될수록 천천히 읽었다. (27)

 

더군다나 이 책은 긴장이 되는 이야기가 하나도 없으니. 천천히 읽으면 읽을수록 즐거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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