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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아들 산티아고 순례길 - INFP 아들과 ISTJ 아빠가 함게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
양지환 지음 / 하움출판사 / 2025년 7월
평점 :
아빠, 아들 산티아고 순례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아들과 아빠, 앞서거니 뒤서거니 길을 걷는다.
걷고 또 걷는다. 그 두 사람이 걷는 길은 산티아고 길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두 부자가 걷는 것이다.
그런데 걷는 사람의 모습, 부자라고 하기엔 뭔가 다르다. 달라도 한참 다르다.
무엇이 다를까?
요즘 핫한 MBTI에서 다르다. 해서 이 책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기록한 다른 책들과 다르다.
먼저 목차를 살펴보자. 무엇이 다른 책과 다를까?

겹친다. 중복이다. 같은 길을 한번은 아들의 입장에서 또 한번은 아버지의 입장에서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해서 재미있다. 그 둘이 어찌나 다른지, 다른 것을 찿아보며 읽어가니 의외로 재미가 있다.
몇 가지 살펴보자.
아빠는 꼼꼼하고 완벽주의자다. 소위 ISTJ.
그러니 아빠는 항공편, 해발고도, 거리, 마을 이름까지 빠짐없이 분석하며 여정을 데이터로 구축해 낸다. ‘
아들은 어떨까? 그 아빠에 그 아들? 천만에 말씀이다. 그 아빠에 그 아들이 아니다. 아들은 직관에 기대어 ‘가서 부딪히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INFP다.
그러니 서로 다르다.
아빠의 준비물은 철저하다. 아들은 그런 아빠의 방식에 답답함을 느낀다.
지도와 계획표로 가득하게 준비한 아빠와, 머릿속에 지도 한 장 저장한 아들, 그렇게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은 하나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첫날, 그 걸음을 따라가본다.
첫날은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운토(Huntto)까지 걷는 길이다.
아빠의 계획에 따르면 구간 거리는 5km, 그날 5km를 걷고 나면 나머지는 770km이다. (49쪽)

아들의 기록에는?
둘 모두 크레덴시알을 말한다. 순례자 여권이다. 2유로를 내고 받는다.
헌데 여기서는 다르다. 기록이 바뀐 것 같다. 아빠는 간단하게 적어 놓은 반면 아들은 자세하게 기록해 놓았다. 그러니 크레덴시알 관련 기록은 아들이 이겼다.(?)
이기고 졌다는 표현을 용서하시라. 이 판정의 기준은 주관적인데, 나중에 이 책을 읽고 참고할 때에 누구 것을 더 선호할 것인가를 기준으로 해보았다.
그런데 크레덴시알을 발급해주는 사무소에 관한 기록도 다르다. 뭐가 다를까?
아들, 다행히 생장의 순례자 사무소는 열려있었다. 물론 프랑스답게(?) 기나긴 점심시간은 칼같이 지키는 편이니 넉넉할 때 들어가야 하겠다. (24쪽)
아빠, 순례자 사무소에 갔더니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문을 닫는다. 일요일인 관계로 (.........) 일요일에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출발하는 경우에는 비욘 등에서 준비해야 한다. 오후 2시가 지나 산티아고 순례자 사무소애서 봉사하는 분들에게 2유로를 내고 순례자 여권인 크레덴시알을 받았다. (.......... ) 빼곡하게 정리된 자료도 준다. 매우 유용한 자료니 활용하면 좋다. (50쪽)
이 항목에서는 단연코 아빠가 이겼다. 크레덴시알에 관한 기록은 한번은 아들이. 한번은 아빠가 이겼으니 비긴 셈인가?
이런 기록도 흥미롭다.
아들, 아빠는 소음이 산티아고 길에 몰입하는 걸 방해한다고 불평했다. 그러나 나는 거의 항상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걷는 성향이라 더 큰 문제는 소음보다는 매연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했는데 (........) (177쪽)
아빠. 광활한 들판에서 3.5 km의 직선도로는 마을이 눈앞 가까이에 있는데도 거리가 전혀 좁혀지지 않는 묘한 희망고문으로 발걸음을 무척 더디게 하고, 동반한 자동차 소음을 피로도를 급격하게 올리는 구간이다. (195쪽)
아빠는 자동차 소리엔 민감하게 반응하며 불평하는데, 아들은 천하태평이다. 그건 이어폰으로 해결이 되는 것이니까. 이 부분에서 부자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혹시 이런 대화는 하지 않았을까?
아빠. 아, 저 자동차 소리 싫다. 싫어
아들, 저 소리가 어때서요? 그럼 저처럼 이어폰 끼면 돼요.
아빠. 아이구, 난 싫다, 그 소리가 더 시끄러워!
이런 대화를 중간 중간 상상해보면서 읽어가는 두 부자의 산티아고 순례길 답사기. 괜찮다.
다시, 이 책은?
그렇게 여행을 마친 두 부자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아들의 말을 들어보자
한쪽만이 흥미를 가진 여행은 보통 싸움으로 끝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전에도 많은 여행을 함께 하며, 그리고 이번에도 800km를 함께하며 서로의 다른 점을 눈치껏 알아채고 눈치껏 양보하는데 아주 조금 익숙해졌다. (282쪽)
아빠는 뭐라 했을까?
큰 틀의 계획 외에 현지에서 발생하는 상황에 대처하는 과정에서는 서로가 충분히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져 다름의 간격을 좁혔다. (286쪽)
그러므로, 두 부자는 행복하게 여행을 마쳤답니다, 로 끝나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을까?
성격이 다른, 아주 다른 아빠와 아들이 여행을 하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사이를 좁혔다니, 그보다 좋을 수가 있을까? 그런 부자의 모습을 보면서 독자들도 행복해 할 것이다.
그런 책, 읽게 된 것 감사한 일이다. 앞으로도 두 부자, 행복하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