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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역사 - 소리로 말하고 함께 어울리다
로버트 필립 지음, 이석호 옮김 / 소소의책 / 2025년 6월
평점 :
음악의 역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요즘 역사책을 읽으면서, 다음 세 가지 면에서 얻는 기쁨이 쏠쏠하다.
첫째, 알고 있던 사건이나 인물을 만나는 기쁨
둘째, 알고 있기는 했지만, 자세한 내용 거기에 새로운 내용을 알게 되는 기쁨
셋째, 모르고 있던 사건이나 인물을 새롭게 만나는 기쁨.
이렇게 읽으면, 내가 그 분야에 대하여 어느 정도 알고 있는가를 알 수 있고, 또한 몰랐던 점을 알게 되어, 그 분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되는 기쁨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 음악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음악을 중심으로 그 역사를 살펴보는 것, 흥미로운 일이고 또한 내가 몰랐던 것, 또는 알았더라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거리가 생긴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기쁜 일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역사책과는 결이 다르다.
뭐가 다를까? 그게 이 책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역사 하면 대개는 시간 순이나, 사건 별로 기록을 하는데 비하여 이 책에서 음악 역사를 다루면서 그런 기존의 역사 서술방법을 따르지 않는다.
기존의 음악 역사서는 어떻게 진행이 되는가?
대부분의 음악 역사는 이런 식이다.
바로크 시대
고전주의 시대
낭만주의 시대
국민주의 음악
현대 음악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순서를 따르지 않는다. 한 가지 주제를 통하여 시대와 지역을 넘어, 음악과 관련하여 기록할 사항을 망라하여 살펴보는 방법으로 음악의 역사를 횡으로 정리해 놓고 있다. 그건 목차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28 가정에서, 해외에서 연주하는 여인들
29 청중 찾기
30 조국을 찾고픈 갈망
각 항목의 타이틀을 보면, 그 안에 역사가 들어있긴 한데 기존의 역사 서술과는 다른 느낌이 들지 않는가? 물론 그것도 음악의 역사 안에 들어있지만 서술 방법이 다른 것이다.
해서 이 책은 역사 서술에 있어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도 여전히 역사책을 읽으면서 체크했던 것처럼 다음 세 가지 면을 주의해서 읽어보았다.
이런 정보는 그간 클래식을 공부하면서, 듣지 못한 정보라서 귀하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거점을 둔 피아노 제작사가 서른 곳을 헤아렸다. (259쪽)
러시아의 에카테리나 여제는 1774년 런던 제작사에서 주문한 피아노를 받아 사용했다.
(259쪽)
악기가 쓸모 있으려면 악보가 필수였다. 그래서 음악가들은?
하이든은 가정용 음악 시장을 노리고 피아노 4중주를 썼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은 비교적 연주하기 쉬운 피아노 곡을 지었다,
로베르트 슈만은 <어린이를 위한 앨범>이라는 소곡집을 펴냈다.
멘델스존의 <무언가>와 쇼팽의 짤막한 피아노 곡중에는 그만저만한 기교만으로도 연주할 수 있는 곡이 꽤 된다.
피아노 음악은 월간지를 통해서 대중과 만나기도 했다.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모음곡 <사계>가 그 예로, 러시아의 어느 월간지에 한 달에 한 곡씩 소개해 1년분을 만들었다. (260쪽)
이런 글을 접하고는 오스틴의 소설을 읽긴 읽었는데, 거기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장면이 기억나지 않으니 책을 헛 읽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제인 오스틴의 가족은 피아노 곡과 하프 곡, 성악곡 악보를 여러 권 소장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오스틴의 소설에는 가정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장면이 자주 보인다. (260쪽)
베토벤은 1810년 현악 4중주 11번 F 단조, 작품 95를 쓰면서 악보에 이런 메모를 덧붙였다,
‘주의, 이 4중주곡은 전문가와 감식가의 자그마한 동아리를 위해 쓰인 것으로 절대 공개적으로 연주하지 말 것.’ (265쪽)
기차의 발달과 관련하여 흥미있는 이야기 거리도 있다.
이전까지는 오케스트라가 자신들이 활동하는 무대를 벗어나 연주하는 경우가 아주 드물었지만, 기차 여행이 가능해지면서 전체 오케스트라가 투어에 나서기도 했다.
슈트라우스 2세도 운송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1847년에서 1848년 사이 그가 이끄는 오케스트라는 헝가리와 루마니아에서 6개월을 보냈고.1856년 여름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신설된 철도회사의 초청으로 러시아를 방문했다. 그들의 러시아 방문은 대히트를 기록하여 향후 9년간 이들은 매년 여름을 러시아에서 보냈다. (271쪽)
슈트라우스 2세는 가장 유명한 왈츠곡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을 1867년 파리 만국 박람회에서 초연했다. (271쪽)
이런 새로운 정보는 귀를 반짝 열게 한다.
네델란드 태생의 바리올리니스트 앙드레 류와 그가 이끄는 요한 슈트라우스 오케스트라는 클래식과 팝을 막론하고 투어 소득이 가장 놓은 그룹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들의 성공 비결은 왈츠와 가벼운 클래식 작품에 집중한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화려한 볼거리를 강조한 무대에 있다. (379쪽)
유튜브를 통해 시청했던 클래식 음악중에 앙드레 류의 프로그램이 있다. 그가 이끄는 음악을 많은 사람이 즐기는 것을 보면서 어떤 사람인가, 어떤 프로그램인가 궁금해했는데, 이 몇 마디 정보로 그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
영화 음악에 대하여
저자는 대중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의도적 시도 외에 모든 사람이 부지불식 간에 음악을 경험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면서 그 예로 TV에서 방영되는 자연 다큐멘터리를 거론하고 있다. 이어서 영화 음악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379쪽)
영화 음악은 다큐맨터리 음악보다도 스케일이 크고 때로 섬세하다. 미국 존 윌리엄스는 영화의 서사와 이미지에 안성맞춤인 음악을 창조하는 거장으로 널리 인정받는다. 그는 <스타워즈>, <ET>, <쉰들러 리스트> 등 수많은 영화음악으로 다수의 상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 전통적인 음악의 만듦새 덕분에 클래식 음악가들의 인정도 얻어냈다.
다시 말하면 존 윌리엄스의 영화음악을 클래식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는 말이다.
다시 이 책은?
이게 진짜 역사책이다.
단순하게 시대별로, 사조별로 주욱 일어난 사건을 나열하는 역사가 아니라 진짜 살아 숨쉬는 역사를 만난다.
해서 음악이 어떻게 기능했는지, 시대마다 지역마다 음악이 어떻게 살아 움직였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생동감이 넘치는 서술 방법과 시대를 횡단하는 안목을 지닌 저자 덕분에 음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 것이다.
더하여 역사를 이렇게도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또하나의 소득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