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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 서울, 극장도시의 탄생 - 서울올림픽이 만든 88년 체제의 등장과 커튼콜
박해남 지음 / 휴머니스트 / 2025년 6월
평점 :
1988 서울, 극장도시의 탄생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 제목은 『1988 서울, 극장도시의 탄생』이다.
그렇다면 먼저 이런 의문이 생긴다.
서울은 극장도시인가?
극장도시가 된 것이 1988년인가?
위의 의문에 대한 답이 모두 그렇다는 것이면, 그 과정을 자세히 알아볼 일이다.
이 책은 그런 의문을 품은 채 시작한다.
해서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찾아보았다. 왜 저자는 그런 제목으로 책을 쓰게 되었을까?
이런 대목이 보인다.
서울올림픽이라는 공연과 주 무대인 서울의 연출, 그리고 이를 계기로 한 습속의 연출을 중점적으로 분석했다. 그럼으로써 서울올림픽이 사회를 창출하는 과정을 무대로서의 도시를 만들어낸 효과로 설명하고자 했다. (6쪽)
이 말을 다시 이해하면서 읽어보자.
서울올림픽이 사회를 창출했다.
그런 과정을 설명하고자 하는데, 그 방법을 무대로서의 도시를 만들어낸 효과가 있다는 점을 연결해서 설명하겠다는 것이다.
그럼 이 책 내용을 개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목차를 요약해 본다.
서론. 도시가 극장이 될 때 : 1988년 서울올림픽과 공연의 정치
1부. 군인들의 드라마투르기 : 1960~1970년대 군인들의 극작법
2부. 막간 이후 : 재등장한 군인들의 극작법
3부. 스펙터클을 연출하기 : 1988년 서울올림픽을 향해
4부. 동시 상연 : 서울올림픽의 안과 밖
결론. 연극이 끝나고 난 뒤 : 서울올림픽과 88년 체제
이렇게 목차를 요약하고 보니까 큰 의미를 지닌 단어가 보인다.
1988 서울올림픽, 그리고 군인, 그렇게 두 개의 단어가 키워드로 떠오른다,
그러면 이제 서울올림픽과 군인은 어떤 기능을 했을까?
저자는 서울올림픽을 이렇게 본다.
나는 서울올림픽이라는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이 사회의 모든 구성원을 동원해 이들에게 배역을 맡기고 능숙한 연기를 수행하도록 훈련시키는 과정이었다고 본다. (29쪽)
더 읽어보자.
그럼으로써 올림픽은 연출가들이 사회에 ‘질서’를 도입하려는 시도였다고 볼 수 있다. (29쪽)
이 문장에서 연출가는 누구인가?
저자는 리바이어던 개념을 차용해 연출가를 정의한다.
리바이어던은 거대한 권력을 가진 통치 주체를 의미한다. (31쪽)
고로, 연출자는 리바이어던, 리바이어던은 거대 권력의 통치 주체.
즉 연출자는 거대한 권력을 가진 통치 주체다.
하면 1988년에 거대한 권력을 가진 통치 주체는 누구인가?
저자는 리바이어던을 다시 이렇게 정의한다.
다시 말해 무질서를 끝내고 질서를 만들겠다는 명분으로 절대권력을 휘둘렀던 군인들을 설명하는 데 리바이어던 개념이 적절해보인다. (31쪽)
그런 과정을 거쳐 서울올림픽과 군인의 역할을 정리해보니, 이 책의 전체 구도가 눈에 들어온다. 목차에 들어있는 함의를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제 저자가 제시한 몇 가지 가설의 의미가 정확해진다.
첫째, 군인들은 리바이어던이다.
둘째, 서울올림픽은 위기를 배경으로 기획된 공연이었다.
셋째, 서울올림픽은 대안적 정체성의 형성을 목적으로 연출된 스펙터클이자 문화적 공연이었다.
넷째, 연출가들은 서울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극장 국가를 만들었다.
다섯째, 서울올림픽을 위한 준비 과정은 다양한 시각 행위 속에서 이뤄졌다.
여섯째, 이러한 과정애 동원되는 사람들의 반응은 여러 가지였다.
이러한 가설과 가설을 뒷받침하는 저자의 질문들을 통해 이책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유도해내고 있다.
서울올림픽이라는 아이디어는 군인들이다.
그런 군인들이 어떻게 서울올림픽을 진행했는지를 저자는 극작법으로 설명한다.
더 나아가 저자는 서울올림픽의 후과를 성찰한다.
서울올림픽이 한국의 도시와 한국 사회에 남긴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 도시에 살아가는 이들의 삶은 어떻게 변했는지, 그후에 계속된 올림픽이나 엑스포 같은 스펙터클에서 어떻게 지속이 되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다시, 이 책은?
지금껏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나라. 대한민국에서 살면서도 저자와 같은 문제의식을 느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 책을 읽고, 저자의 문제의식 덕분에 비로소 우리 사회를 다른 각도로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사라진 군인들 연출가지만, 여전히 그들이 만들어놓은 체제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소위 ‘88년 체제’
다 읽고 나니, 새삼 이 책이 단순한 책이 아니라, 역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쉽게 하는 말이 아니다. 이런 문제의식을 밀고 나가, 우리나라를 다른 각도로, 색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하다니, 이 책은 보통 책이 아니라, 문제작이며 그래서 역작이라 부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