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말을 걸 때 - 아트 스토리텔러와 함께하는 예술 인문학 산책
이수정 지음 / 리스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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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말을 걸 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 그림이 말을 걸 때는 미술품을 감상하면서 그 그림 속에서 들려오는 말을 듣는 책이다.

 

그런데 과연 그림이 말을 할까?

듣는 방법을 몰라서 그렇지 잘 들어보면 정말 들린다.

그림이 말하는 것이 그리고 그 그림의 작가가 그림을 통해서 하고자 했던 말이 들린다.

어떻게?

 

저자가 했던 (말 듣는) 방법을 살펴보자.

 

검정이 말을 걸던 날 고야를 만났다. (20)

 

고야의 검은 그림 연작들은 그의 말년에 탄생한 작품으로 불안과 절망이 짙게 배어있다.

(.........)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나폴레옹 전쟁과 스페인 내전의 참상을 목격한 고야의 시선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젊은 시절 (.......)

 

저자는 고야의 그림을 보면서 무엇을 느꼈을까. 어떤 말을 들었을까?

바로 이 것이다.

 

고야의 작품들은 삶의 본질이란 과거와 현재, 희망과 절망, 환희와 공허 사이를 끝없이 넘나드는 극적인 이야기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중심에는 변화라는 피할 수 없는 전설이 놓여있다. (24)

 

고흐가 보내온 너무나 외로운 편지 (26)

 

우리는 보통 명화를 감상하며 조형적, 심미적 즐거움을 느낀다. 그러나 고흐의 그림 앞에서는 조금 다른 정서가 밀려온다. 화려한 색채와 거친 붓질은 그의 고단한 삶과 슬픔을 감추기 위한 노력처럼 보인다.

우리가 저마다 힘겨운 인생의 무게를 감내해야 할 때,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바라보자. 눈물이 가득 고인 채 하늘을 올려다보는 고흐 옆에 조용히 서 있으면 그는 담담하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인생은 원래 그런 거야. 기쁨도 슬픔도, 사랑도 상처도, 별빛 아래 고요히 흘러가는 강물처럼 모두 스쳐 지나가는 거야. 하지만 봐, 어둠 속에서도 별은 여전히 빛나고 있잖아. 그래서 괜찮아......괜찮아.’(31) 

 

이 책에서 30명의 화가, 50여점 그림을 만난다.

 

책 속에는 30명의 화가와 50여 점의 작품이 들어있다.

저자는 그런 그림들을 소개하며, 그 안에 들어있는 신화, 문학, 시대 배경과 연결되는 풍부한 예술 서사를 전해준다. 그야말로 대서사시(大 敍事詩).

 

224쪽에서 그림을 보고, 직접 말을 들어보자.

 

제목은 <아침이 가면 밤이 오겠지만 마음은 부서지는구나>인데, 작가는 월터 랭글리다.


그림을 살펴보자. 두 사람이 등장한다.

장소는 바닷가이고 뒤에 등대가 보인다.

뒤에 보이는 바다는 더할나위 없이 잔잔하다.



 

한 사람은 얼굴을 두 손에 묻고 있다. 무엇을 하고 있는 중인가?

아무래도 울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 옆의 나이 든 여자는 옆에서 울고 있는 여자의 등에 손을 얹고 있다.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아니 두 사람 사이에 오고 갔을 목소리가 들리는가?

들린다. 분명하게 들린다. 숨죽여 우는 여인의 목소리도, 또한 그 여자의 슬픔을 함께 하는 다른 여인의 목소리도 들린다. 해서 그림이 말을 하는 것이다.

 

전함 테메레르의 마지막 항해 (240)

영국의 국민화가 윌리엄 터너의 작품이다.




이 그림은 또한 영화 <007 스카이폴>에서도 소개된 바 있으니 찾아볼 일이다.

 

붓을 들고 폭풍 속으로 걸어 들어간 터너가 우리에게 속삭인다.

폭풍을 두려워하지 말고, 온몸으로 통과하라. 비로소 그때 그대의 삶 또한 한 폭의 그림이 될 수 있다.’ (247) 

 

다빈치의 손길도 만날 수 있다.

 

토비아스와 천사 (233)

베로키오의 그림이다.


베로키오 하면 잘 모르겠지만, 다빈치가 피렌체에 와서 그의 공방에서 그림을 배웠다,

따라서 다빈치의 스승인 셈이다.

 

여기에서 다빈치의 솜씨를 볼 수 있다.

토비아스가 들고 있는 물고기가 다빈치가 그린 것이라 한다.





다빈치는 워낙 과작이어서 그의 작품은 모두 다 알 수 있고, 그러니 다 보았는데, 이 그림에서 그의 솜씨를 다시 볼 수 있으니 의미가 있다,

 

이런 것도 알게 된다.

 

극단 미추의 이름 뜻 :

 

극단 미추에 대해서는 많이 들었고, 관련 기사도 자주 보았는데 그 이름의 뜻은 모르고 있었다. 여기서 그 뜻을 듣게 된다.

 

도올 김용옥이 지은 이름으로, 미추(美醜). 즉 아름다움()과 추함()이 서로를 비추며 함께 존재해야만 진정한 예술이 가능하다는 의미를 담았다한다. (21)

 

다시, 이 책은?

 

이렇게 저자의 입을 빌려 우리는 그림이 전해주는 말을 듣는다.

그건 왜 그런 것일까? 어찌 그게 가능한 것인가?

저자의 이런 마음, 태도 때문일 것이다. 저자가 가지고 있는 쓸모에 관한 생각.

 

인간이 먹고 사는데 도움을 주지도 않고, 뚜렷한 쓸모도 없어 보이는 미술이 어째서 이토록 긴 역사의 흐름 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존재해 왔을까?

이것은 미술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음악, 문학, 연극과 같은 예술 등 역시 우리들의 생존과는 무관해 보이는 예술들도 언제나 우리 곁에 존해해왔다. (19)

 

우리 곁에 한결같이 존재해 왔던 예술들이, 실제는 말을 건네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우리가 듣지 못하고 있으니, 그림들이 그저 숨죽이고 있었던 게다.

이제라도 듣게 되었으니, 이제 그림들은 우리에게 즐겁게 말을 건넬 것이다.


그런 기쁨을 쓸모없이 여겼던 것들에게서 받는다.

그러니 어쩌면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이야말로, 우리 삶을 조금 다르게 만들어주는 특별한 쓸모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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