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구
김이환 지음 / 북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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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소설이다. 장편소설이다.

소설이니 어디까지나 가공(架空)의 이야기가 주가 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가공의 이야기는 과연 어떤 것일까?

제목에서 말하는 구가 등장한다. ()란 동그란 물체를 말하는 것이다,

그 물체가 느닷없이 등장하여 만나는 사람마다 집어삼킨다.

 

지름이 2미터가량 되고, 겉으로 보기엔 표면이 단단한 금속처럼 보였다. 사람이 걷는 속도보다 약간 빠른 시속 4킬로미터의 속도로 움직였으며 속도가 빨라지거나 느려지지 않았다. 또한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들, 이를테면 벽을 통과하는 것 같은,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상황도 관측되었다. (37)

 

그런데 문제는 구가 사람만 쫓는다는 점이다. (37)

 

그래서 그 구를 만나게 된 주인공 남자(이름은 김정수)는 구를 피해 도망다니게 된다.

 

그게 이 소설의 가장 큰 줄거리다.

그 구를 피해다니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 그리고 그 구에서 어떻게 도망칠 수 있는가, 하는 궁리를 하는 사람들 모습을 그려놓고 있다.

 

검은 구는 어떻게 움직이며, 어떻게 변하는가?

 

어느덧 그 구는 숫자가 불어나기 시작한다.

하나가 두 개로 늘어나기 시작하고,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세포 분열을 하듯 검은 구에서 다른 구가 빠져나온다. (52)

 

그래서 그 구는 여기저기 출몰하고 그만큼 피해를 입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난다.

 

어둠의 덩어리처럼 생긴 그것은 소리도 진동도 없이 조용히 바닥을 미끄러져 다가온다. (95)

 

구는 천천히 한결같은 속도로 다가온다. (96)

느리지만 언제나 같은 속도다. (96)

 

구는 다른 구와는 멀어지려는 성질이 있다. 두 개의 구가 같은 장소에서 목격된 경우는 없다. (118)

검은 구는 물 위로도 이동한다. (172)

 

구에 대한 대처 요령

 

구가 언제 등 뒤에서 나타날지 모르니 걸음을 멈출 수도 잠을 잘 수도 없었다. (97)

 

구는 가장 가까운 사람을 향해서만 움직인다. (117)

가까이 있는 사람을 향해 다가가다가 다른 사람이 더 가까이 다가오면, 잠시 멈춘 다음 더 가까워진 사람을 향해 움직인다. 목표가 변경될 때 잠시 멈춘다.

 

그런 구의 성질을 알게 된 사람들, 이런 대처 방법을 생각해낸다.

 

만약 목표가 계속 변경되면 구도 계속 멈춰 있지 않을까. 그래서 사람들이 똑같은 거리에서 구의 사방을 둘러싸면 구에게는 사방에 목표가 있게 되는 것이고, 계속 멈춰 있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게 남자가 도망을 치다가 만난 종교단체 사람들의 대처 방법이다.

 

중요한 것은 끈기였다. 구를 피해 끊임없이 움직이려면 체력을 아껴야 한다. (172)

 

그러니 사람이 지쳐 쓰러지면 구는 그대로 그를 삼킬 것이다.

 

구의 성질에 관한 여러 설들

 

그 구에 관한 여러 가지 소문들이 떠돌아 다닌다.

 

검은 구가 사람을 한번 흡수하면 여섯 시간 동안은 다른 사람을 흡수하지 않는대. (68)

 

뉴스에서는 그런 소문이 절대로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79)

 

서울에는 몇백 개가 돌아다닌다는 소문도 있다. (82)

 

그 가공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무엇을 말하는지,

 

주인공의 도주, 그게 끝없이 펼쳐진다.

그런 도주 행로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다.

검은 구에 관해 사람들은 여러 가지 생각을 가지고, 대처 방법을 여러 가지로 강구한다.

 

그렇다면 이 소설에 등장하는 구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물론 저자는 그게 무엇인지 확실하게 말해주지 않는다.

그걸 생각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그게 이 소설을 대하는 독자의 자세라 할 것이다.

 

그것이 무엇일까?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절망이다.

<절망의 구>이니까, 구가 절망이라는 말인데,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구란 개념은 절망으로 바꿔보자.

 

절망은 사람을 삼킨다.

절망은 계속해서 불어난다.

절망에 대처할 방법은 오로지 그로부터 도망치는 것이다.


그런데 절망으로부터 도망칠 방법은 있을까?

절망는 끝이 아닌가. 해서 구를 절망이라고 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러니 검은 구를 불안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인간은 그 정체가 불분명한 것을 만나면 불안해진다.

과연 이게 무얼까, 나에게 해가 되는 것일까, 이로운 게 될 것인가?

이도저도 아닌 것은 아닐까?

그렇게 무엇인지 모르는 것을 만나면 사람은 불안해진다.

 

그러니 그 검은 구가 불안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것으로부터 끝내 벗어나지 못하기에 절망의 구라 한 것은 아닐까?


하여튼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는 이 책, 그래서 철학이다.

독자들은 검은 구에 대처하는 인간들 군상을 바라보면서, 물론 자기 자신을 바라보게도 될 것이다

그러니 이 책 더더욱 철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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