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킹 라오
바우히니 바라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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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킹 라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대체 이건 어떤 책인가?

처음에는 무언가 시작하는가 했는데, 그래서 이야기가 빨리 진행이 된다 싶었는데..

그건 한순간뿐이고 그 다음부터는 독자들을 혼돈의 경지로 몰아넣는다.

이게 무슨 이야기?

 

그렇게 헤매기를 수 차례, 이건 무슨 말, 이건 누구? 이건 또 무슨 얘기?

헤매기를 여러 차례 하다보면 어느 순간 마치 동굴 속을 헤매다가 뻥 뚫린 출구를 발견한 듯, 출구가 보이고 그곳을 나와 보니 거기 신세계가 펼쳐지고 있었다.

 

그래, 바로 이런 게 진짜 소설이다.

 

저자의 깊고 넓은, 혜안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그러니 중간 중간에 이런 글, 문장을 잘 파악하면서 읽어가야 한다.

 

라오 할아버지는 어린아이였을 때 벤카타라는 이름의 어린 소년이었던 시절 브라만 가문의 아들들은 하이데라바드시로 거처를 옮겼다. (49)

 

이 문장이 불쑥 등장하는데, 그야말로 갑자기, 난데없이 불쑥 등장하니 책을 읽다보면 놓치기 십상이다.

이 부분을 놓치면 그 다음 줄거리 파악에 지장이 있게 된다. 갑자기 벤카타라는 이름이 등장하니 누구? 하면서 헤매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벤카타라는 이름을 알게 되면, 그제서야 이 책에서 정성스럽게 만들어 놓은 <인물 관계도>가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그리고 또 있다,

대체 킹 라오는 언제 나오는 거야. 왜 계속 아이로만 나오나, 언제 크나?

이런 의문, 차분하게 기다리면 대답이 나오니 급하게 생각말고 천천히, 차분하게 읽어가야 한다.

드디어, chapter 5 (88)에 드디어, 드디어 킹 라오가 등장한다. 영화 같으면 이부분에서 의미심장한 음악이 한 곡 나올법도 할만한 대목이다.

 

그러니, 이 소설 재미있고, 중간 중간 나오는 독자를 헤매게 하는 그 스킬, 그것마저 흥미를 더하게 한다. 이 소설, 진짜 재밌다.

 

참 이 책 이중 구조로 되어 있다.

한쪽에서는 인도의 가족들 이야기, 한쪽에서는 미국에 있는 킹 라오 이야기.

그러니 챕터가 바뀔 때마다 기대가 된다. 이쪽 인도에서는, 이쪽 미국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등장할까, 하면서 말이다. 

 

소설 속에 들어있는 지구의 미래, 또는 과거

 

지구의 미래, 이제는 과거가 되어 버렸지만, 이런 구절 읽어볼만하다.

지구에 도래한 기후 위기.

 

그때만 해도 찜통 지구 현상은 관념적으로만 느껴졌다. 여러분도 기억할 것이다. 실외에 나가면 여전히 기분 좋았고, 여름이라도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했다. 그때부터 날씨는 이미 이상해지고 있기는 했다. 산불과 허리케인이 잦아지고 일몰은 이상할 정도로 너무 아름다웠다. 그래도 사람들은 기후 변화의 위험성을 실감하지 못했다. 나름 합리적이라는 사람들은 지구가 환경 변화를 이겨낼 수 있으리라 떠들었다. (68)

 

그리고 컴퓨터에 관한 이런 사건, 지구인들에겐 추억이 아닐까.

 

이런 초소형 컴퓨터를 처음 봤다.

세계 최초의 상업용 조립식 개인용 컴퓨터.

각 가정에 컴퓨터가 보급되는 시가가 왔다. (150)

 

그런 시대를 우리는 이미 살고 있지만, 그런 시대가 오기전 누군가 열심히 일해서 그런 컴퓨터 시대를 만들었을 때, 우리는 그걸 모르고 있었다. 우리 앞에, 우리 가정에 혹은 일터의 책상에 아담한 컴퓨터가 놓였을 때, 누군가 그걸 만들었다는 소식 듣지 않았던가. 그게 누구? 하여튼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그 때 우리는 그걸 실감하지 못했으니, 이 책으로라도 그걸 느껴보면 어떨지?

 

그런 식으로 킹 라오의 활약이 우리의 추억을 소환한다는 데, 이 책의 재미가 있다.

 

다시, 이 책은?

 

이 책의 화자는 킹 라오와 관련이 있는 인물이다. 바로 킹 라오의 딸 아테나다.

chapter 2에서 비로소 그녀가 일인칭 화자로 등장한다.

 

아버지가 내게 이름조차 언급하지 않았던 사람들 (........) (36)

 

그렇게 등장한 화자, 킹 라오의 딸이 화자라는 것을 chapter 2에서 알게되니, 이제 다시 앞으로 돌아가 chapter 1로 가보면, 킹 라오의 가족들, 어머니, 아버지 할아버지 등 가족과 친척들이 이미 등장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킹 라오의 부인이며 아테나의 어머니는 누구일까?

왜 아테나는 구치소에 들어가 있을까?

왜 킹 라오는 죽었을까, 어떻게 죽었을까. 등등

 

그런 것들을 맞춰 찾아가면서, 이 소설을 읽어가면 직소퍼즐처럼, 하나씩 틈을 맞춰 가는, 읽는 재미가 있다.

작품 속에 들어있는 모든 것을 하나 하나 찾아가며 읽어가는 것, 그게 얼마나 재미있는 작업인지 느끼게 해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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