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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따라 공간 따라 역사 문화 산책 - 신병주 교수의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5월
평점 :
인물 따라 공간 따라 역사 문화 산책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 <인물따라 공간 따라 역사 문화 산책>은 ‘인물따라’라는 말이 있지만, 공간별로 일어난 사건을 기록한 것이다.
이 책의 목차를 살펴보면, 그게 확연하게 드러난다.
1부 왕실의 역사, 궁궐 속으로
2부 갈등과 변화의 공간, 서울
3부 외곽의 역사, 경기도
4부 선비의 고장, 경상도
5부 유배지에서 꽃핀 학문, 전라도
6부 청백리와 천주교의 흔적, 충청도
7부 허난설헌과 김만덕, 강원도·제주도
7부만 제외하고 모두가 장소를 기준으로 역사를 살펴보고 있다.
해서 장소별로 기록하기에 추사 김정희는 <추사 김정희와 과천 과지초당>(166쪽)과 <세한도의 탄생과 제주추사관>(332쪽)으로 이 책에서 두 번 등장한다.
우선 여행안내서로 읽어보자
요즘에는 해외여행이 대세이지만, 국내여행도 쏠쏠한 재미가 있다는 것,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니 공연히 외화 소비하느니 국내에서 볼만한 곳을 찾아, 아기자기하게 여행을 해보는 것도 권할만하다.
그런 여행, 이 책으로 하면 좋을 것이다.
서울에 산다면 훌쩍 저 아래 동네로 가보면 어떨까?
우리나라 남쪽 지방에 가볼 만한 데가 많다.
양산보와 소쇄원 그리고 다산의 흔적이 남아있는 강진
더하여 다산의 형인 정약전의 유배지 흑산도도 가볼만하다.
이 책에는 그곳들에 대한 역사가 자세히 나와있으니, 이 책 들고 가보면 여기저기 선인들의 흔적을 찾아가며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담양에 있는 소쇄원은 정원이다. (242쪽 이하)
조선시대 양산보(1503~1557)가 지은 정원인데, 스승 조광조가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하자 이곳에 정자를 짓고 은거하며 살았다. 그런 삶을 위해 만든 소쇄원은, ‘맑고 깨끗하게 한다’는 뜻으로 그 이름에 걸맞게 정원과 정자가 어울려 있으니, 휴식하며 역사를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여행지가 될 것이다.
특히 강진은 저자가 추천하는 여행지이기도 하다.
여름 휴가철이면 많은 사람들이 여행에 나선다. 필자도 역사와 문화의 향기가 묻어나는 여행지에 대한 추천 요청을 받는데, 남도 답사 1번지라 불리는 전라남도 강진을 추천하곤 한다. 정약용이 유배길에 오른 후, 유배의 시간을 실학의 완성이라는 성과로 승화시킨 공간이기 때문이다. (267쪽)
이번에는 역사 안내서로 읽어보자
우리가 역사를 안다고 하지만 얼마나 알 것인가. 저자는 역사학자이기에 우리가 미처 몰랐던 역사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려주기에, 이 책으로 역사탐방, 역사를 여행할 수 있다.
이런 역사는 어떨까?
명분만 내세우다가 치욕과 굴욕의 시간을 만들어낸 인조. 병자호란 이야기다.
병자호란에 청나라의 군대에 맞서지도 못하고, 인조는 청나라 황제 앞에 엎드려 머리를 아홉 번 찧는 굴욕을 당했다.
게다가 청나라에서는 그걸 기념하기 위하여 승전비를 세우라 했으니, 그게 바로 ‘삼전도비’다.
그 삼전도비는 현재도 남아있는데, 남아있게 된 데에 얽힌 사연도 많다.
삼전도비는 청일전쟁 이후인 1895년 고종의 명으로 쓰러뜨렸으나, 일제강점기인 1913년에 다시 그 자리에 세워졌다. 1956년에는 문교부의 주도로 땅속에 묻는 등 비석의 수난은 이어졌다. 1963년의 홍수로 비석의 모습이 드러나자, 정부에서는 삼전도비를 반성의 역사로 삼자는 의미에서 원래 위치했던 곳 근처인 석촌동으로 옮겼다. 현재의 위치인 석촌호수 쪽으로 옮긴 것은 2010년이다. (106쪽)
그 삼전도비에 얽힌 이야기 중, 이런 게 가장 의미있다.
<정부에서는 삼전도비를 반성의 역사로 삼자는 의미에서 원래 위치했던 곳 근처인 석촌동으로 옮겼다.>
‘삼전도비는 우리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주고 있음이 분명하지만, 한편으로는 명분만을 내걸고 치루는 잘못된 전쟁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생생하게 기억시켜 주고 있다’(106쪽)는 그 역사적 의미를 우리는 가슴에 꼭꼭 새겨야 할 것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으니 말이다.
이런 것 알게 된다.
정약용와 김정희, 그리고 초의선사
그전에 정약용과 초의선사의 관계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책에서 다시 초의선사를 만났다. 이번에는 김정희가 초의선사와 교류가 있었다는 것,
김정희가 제주도 유배시절 가장 많은 편지를 주고받은 사람은 초의선사라는 것이다.(333쪽)
맨처음 이 글을 읽었을 때, 이 초의가 그 초의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사람인가, 하고 말이다.
그런데 같은 사람이었다.
바로 그 글 뒤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초의는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인 강진의 다산초당을 찾아 정약용을 스승처럼 섬기면서 차와 학문에 대한 논의를 주고 받기도 했다. (333쪽)
해서 생몰 연대를 살펴보니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동시대 사람이다.
정약용(1762-1836), 김정희(1786 –1856), 초의 (1786-1866)
다시, 이 책은?
역사를 기록하는 방법중에 편년체(編年體)와 기전체(紀傳體)라는 게 있다.
편년체(編年體)는 연대를 따라 일어난 사건을 기록하는 것이고
기전체(紀傳體)는 인물별로 일어난 사건을 기록하는 방법이다.
편년체는 조선왕조실록, 기전체는 사마천의 <사기(史記)>가 그 예이다.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사건을 기록하되 그 사건이 일어난 장소를 중심으로 하면 어떨까?
예컨대, 지금 사용하지 않는 청와대를 중심으로 해서 일어난 사건을 기록한다든지, 이토 히로부미가 죽은 중국의 하얼빈, 그 중에서도 하얼빈 역을 중심으로 사건을 기록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면 훨씬 현장감(現場感)이 살아날 것이다.
말 그대로 현장에서 일어난 사건을 기록할 것이니, 그 기록의 구체성에서 현장감은 다른 기록방법보다 더 할 게 분명하다. 비로 이 책이 그런 책이다.
이 책은 그래서 현장감이 넘치는 역사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가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