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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유전자를 춤추게 한다 - 호모 사피엔스의 눈부신 번영을 이끈 유전자·문화 공진화의 비밀
장수철 지음 / 바틀비 / 2025년 5월
평점 :
문화는 유전자를 춤추게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저자는 장수철, 생물학자다.
생물학자라는 말은 유전자라는 개념을 자연스럽게 논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말이다.
유전자.
그래서 유전자가 문화와 결합이 된다면 어떤 일이 생길 것인가,를 이 책에서 논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한국인의 삶과 문화가 유전자의 차원에서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가를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유전자와 문화를 다음과 같이 연결시키고 있다.
우리 인간은 문화를 지니고 있다.
이에 유전자가 개입하여 생물학적으로 변화한 유전자는 다시 역으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거나 기존 문화의 빠른 변화를 유도한다. 이처럼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차원에서 유전자와 문화의 상호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그게 ‘유전자·문화 공진화(共進化, coevolution)’의 개념이다.
다시 말하자면, 유전자와 문화가 서로를 끌어당기고 밀어내며, 인간 삶을 이루는 문화 요소들이 어떻게 유전자의 선택을 유도했고, 반대로 유전자의 변화가 어떻게 문화를 다시 진화시켰는지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찰스 다윈에서 시작된 현대 진화론의 최전선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이 책은 그런 공진화의 과정을 여러 가지 상황에서 살펴보고 있는데, 각 항목마다 의미있는 논의들이 펼쳐지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다.
춤과 인류 진화의 관계성.
인류의 음식문화
공정성의 진화.
인간만의 성적 매력과 가족 제도
조리를 통항 인간 문화
농업으로 인한 인류의 변화
목축문화가 초래한 변화가운데 우유를 소화하는 능력.
그리고 인류의 다양한 삶의 방식이 만든 문화의 다양성이 진화와 어떤 관련이 있는가의 논의.
그 중에서 예를 들어, 이런 논의를 살펴보자. 의미있다.
우리 인간의 이기성과 이타성을 논의하다보니, 그 논의의 결론이 공정성에 이르게 된다.
그 과정을 간단하게 짚어보았다.
우리 인간은 이기적이면서 이타적이다.
이기적인 유전자를 지닌 사람이 왜 이타적인 행동을 할까? (108쪽)
혈연선택 :
자신과 유사한 유전자를 많이 남길 수 있다면 다른 개체를 위해 희생도 감수할 수 있다.
호혜적 이타주의
혈연 또는 친족을 향한 이타성을 비혈연 또는 비친족으로 더 확대한 개념으로 이타성의 보편적 특징을 설명한다. (112쪽)
대표적인 사례 : 흡혈 박쥐.
호혜적 이타주의가 성립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하여야 한다. (113쪽)
첫째, 상호작용은 반복적이어야 한다.
둘째, 수혜자의 이득이 기증자가 감당하는 손실보다 훨씬 커야 한다.
셋째, 보답하지 않는 사기꾼(무임승차자)을 가려내야 한다.
인간은 어떨까?
초기 수렵채집 시기에는 이 세가지 조건이 쉽게 충족되었다.
그런데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그런 조건 충족이 쉽지 않게 된다.
그래서 호혜적 이타주의는 직접적인 양상에서 벗어나 영향을 미치는 범위를 한층 확장한 간접적인 호혜성으로 발전하게 된다.
간접적 호혜성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상호 신뢰만으로는 부족하고 신뢰를 어긴 사람에게 대한 제재 수단이 필요하다. (115쪽)
여기에서 무임승차자를 어떻게 가려낼 것인가?
그 기준이 바로 공정의 문제이다.
공정성의 출현과 작동은 무임승차자 제재와 연결된다.
호혜적 이타주의나 간접적 호혜성이 작동하는 사회 즉, 대부분 상대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이 상식인 사회에서 무임승차자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무임승차자에 대한 대응은 호혜성에 기초한 이타적인 사회 유지에 매우 중요하다. (117쪽)
그리고 그 논의는 도덕성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이기적인 면과 이타적인 면이 공존하는 인간 사회에서 그 양자를 균형맞추도록 하다보니, 공정과 도덕이 등장하게 된다는 논의가 유전자 차원의 논의를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공정과 도덕을 윤리학 차원에서 논하는 것과는 색다른 접근이어서 새롭게 느껴진다.
다시 이 책은?
모기와 말라리아, 그리고 변형 혈구증의 관계를 살펴보자.
모기가 감염시키는 말라리아.
그런 병을 막기 위해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데, 우리 몸 역시 그에 대비하고 있다. 바로 돌연변이인 변형 혈구증.
그런데 그게 문제가 될 줄이야.
변형 혈구증은 말라리아는 극복할 수 있었지만, 적혈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어서 빈혈등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235쪽)
공진화,라는 개념이 얼마나 신비한 것인지, 그런 과정을 지금 겪고 있는 게 바로 우리들이라는 것조차 신기한 일이다. 진화론은 물론이거니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많은 사항들이 신천지나 다름이 없으니 바로 여기에 이 책의 진정한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논의는 지금껏 듣지 못한 차원이기 때문에, 나에게는 무척이나 생소한 분야다.
그래서 이 책은 의미가 있다.
모르는 분야, 접하지 못한 분야를 새로 개척한다는 차원에서,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