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기본
오카모토 유이치로 지음, 이정미 옮김 / 로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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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기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철학의 기본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기본은 <철학이란 무엇인가>이다.

 

과연 철학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철학은 놀라움과 의문에서 시작된다. (25)

철학은 세상을 보는 안경이다. (28)

철학은 보는 방법을 다시 배우는 것이다. (31)

 

그렇게 철학하기의 기본을 전제로 한 다음에, 그 다음을 읽어보자.


이런 논의에 대한 설명은 철학의 쓸모를 새삼 확인하게 해준다.

또한 인식의 범위를 넓혀주는 항목이라 하겠다.

 

생물에게도 세계는 있을까? (213)

 

동물과 인간은 같은 세계를 살고 있을까?

생물학자 야곱 폰 웩스웰은 움벨트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생물과 인간은 보는 세계도 사는 세계도 다름을 밝혔다. 이런 사실은 철학에도 영향을 끼치며 현대에는 기본 인식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저자는 거기에 이런 조건을 덧붙인다.

 

생물도 종에 따라 다르므로 한데 묶어 불러서는 안된다. 각각의 생물 종에 따라 자기들 고유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고 말해야 한다.(213)

모든 생물에게는 공통의 세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는 각 생물종에 따라 구분되어 있다. (214)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면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314)

 

그러나 이 말은 원문과 다르다. 원문에서는 이렇게 되어 있다.

 

클레오파트라의 코, 그것이 조금만 짧았더라면, 대지의 전표면은 달라졌을 것이다.’

 

, 원문에는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라는 말이 없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고, 대체 이렇게 중요한 말, 의미있게 인용되는 이런 말에 대하여 원문도 확인하지 않고 사람들은 마구잡이로 인용하고 있는 것일까? 마구잡이로 인용하다 보니, 파스칼이 말한 것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물론, 클레오파트라에 대한 인식도 잘 못 되고 있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세계란 무엇인가?

 

이 책은 철학의 범주를 간단하게 인간, 진리, 세계라는 세가지 항목으로 간추리고 있다.

이 중에서 세계란 과연 무엇일까?

 

이 책에서 세계라는 철학적 개념을 <Chapter 6 세계 : 세계는 수수께끼로 가득 차 있다>에서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먼저 세계라는 말의 다의성을 체크해보자.

 

각각의 철학자들이 똑같이 세계라는 말을 쓰더라도 그들이 가정하는 세계는 다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철학자들은 저마다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철학에 따라 세계를 다르게 정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196)

 

지금껏 철학자들이 세계라는 말을 언급할 때에 단 한번도 그게 어떤 세계인지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 책에서 말 그대로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철학에서는 어느 한 단어라도 그냥 소홀하게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사실, 깨닫게 된다.

 

그래서 이 책 196쪽 이하의 <세계에 관한 논의>는 나에게 철학의 새로운 장을 열어준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진짜 철학의 세계는 다양하고, 심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본래의 뜻과는 다르게 전해진 말들

 

그렇게 이 책을 읽다보니, 그동안 아무런 의심없이 문자적으로 받아들였던 말들을 오해하고 있었던 게 드러난다. 이런 간단한 말조차,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종교는 민중의 아편이다.(180)

 

마르크스는 종교는 아편이니까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즉 믿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아편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 종교를 믿어야 하는) 현실의 상황을 문제 삼았던 것이다. (181)

 

신은 죽었다. (183)


니체가 말한 '신은 죽었다'라는 말에서 신이란 개념이 중요하다.

여기에서 말하는 신은 종교적인 신앙의 대상만을 뜻하지 않는다. 인간이 믿고 있는 모든 것을 가리키는 말로 폭넓게 사용되기도 한다.

니체는 기독교의 신을 향한 신앙이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절대적인 가치에 대한 믿음도 사라지리라고 확신했다. (184)

 

다시, 이 책은?

 

이 책에서 얻은 가장 유익한 점은 바로 철학이 담당하고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알게 된 것이다. 철학 관련해서 여러 사람들의 책을 읽어가고 있는데, 다 제각각 다루고 있는 분야가 천차만별이라, 대체 어디까지 철학이 다루고 있는 분야인지 자꾸만 혼동이 된다는 점이 문제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것을 확실하게 밝혀주고 있다.

철학에서 다루고 있는 분야는 다음과 같다. 목차에서 알아볼 수 있다.

 

Chapter1 인간 : 인간이란 무엇인가

Chapter2 지식 : 무엇을 알 수 있는가

Chapter3 도덕 :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Chapter4 행복 : 무엇을 원해야 바람직한가

Chapter5 종교 : 무엇을 믿어야 할까

Chapter6 세계 : 세계는 수수께끼로 가득 차 있다

Chapter7 자연 : 자연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Chapter8 제도 : 보이는 제도, 보이지 않는 제도

Chapter9 사회 : 타인과 어떻게 공생할 것인가

Chapter10 역사 : 역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인간, 지식, 도덕, 행복, 종교, 세계, 자연, 제도, 사회, 역사.

이렇게 10개 분야가 철학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다.

 

조금더 간추린다면 인간이 있고, 그 인간이 살아가는 세계가 있는데, 그 세계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표준이 바로 진리다. 따라서 위의 10가지 범주를 간추린다면, 인간, 진리, 세계가 될 것이다.

 

그러한 범주를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읽으면, 철학의 기본이 잡히게 된다.

철학의 기본이란 견지에서 철학을 생각하며 철학의 세계로 들어가게 만드는, 가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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