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예술가들 - 창작은 삶의 격랑에 맞서는 가장 우아한 방법이다
마이클 페피엇 지음, 정미나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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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예술가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책을 읽다가 문득 저자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찾아보았다.

 

저자는 마이클 페피엇 (Michael Peppiatt)

<세계적인 미술사가이자 전기 작가, 큐레이터이며 현대미술 분야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는다.

60여 년간 동시대 예술가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교류하며 평전, 인터뷰집, 칼럼, 전시회 카탈로그 등 수많은 글을 썼고

프랜시스 베이컨, 알베르토 자코메티, 크리스티안 샤드, 다도, 아리스티드 마욜을 비롯해 여러 작가의 전시회를 큐레이팅 했다.>

 

, 그래서 그랬구나. 저자는 60여 년간 동시대 예술가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교류했다는 것, 그래서 예술가들에 대해 그렇게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었기에 이 책에서 그런 것들이 잘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프랜시스 베이컨, 알베르토 자코메티, 크리스티안 샤드, 다도, 아리스티드 마욜과는 각별한 사연이 있다, 그들의 작품 전시회를 큐레이팅한 것,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이 책을 통해 여실히 알 수 있다.

 

시작하는 글, 고흐

 

고흐에 대해서는 이런 말이 돋보인다.

 

예술가들의 삶을 조명하는 책을 여는 글이라면 빈센트 반 고흐에게 바치는 헌사만 한 선택도 없지 않을까? 내가 깊은 관심을 가져온 그 모든 예술가 중에서 반 고흐는 특히나 남다른 감흥을 일으킨다. (27)

 

맞다, 나 개인적으로도 예술가 중에서 언제나 반 고흐의 삶과 작품을 선두로 꼽고 있었으니 말이다.

 

여기에 실려있는 27개 꼭지의 글은 다, 글을 쓰게 되는 사연이 있는데,

 

저자는 글의 초입에 그 사연을 밝혀놓았다. 그러니 독자들은 그것을 유의해 읽고 본문을 읽으면 글에 담겨 있는 사연들을 훨씬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5번째 글은 <피카소: 예술가가 세상에 자신을 보여주는 방식>인데, 글의 서두에 이렇게 이글을 쓰게 된 배경을 밝히고 있다.

 

온라인 남성복 쇼핑몰 미스터 포터에서 피카소의 패션 스타일을 주제로 자사의 잡지에 실을 에세이를 써 달라고 의뢰해 왔을 때 나는 글의 주제로는 너무 경박한 얘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90)

 

그러니까 여기에 실린 피카소 이야기는 그의 작품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피카소가 입고 다니는 옷을 주제로 한 패션 이야기인 것이다.


빈센트 반 고흐

 

고흐가 피아노를 배우려고 했었다.


고흐는 폭넓은 독서를 이어가는 한편 음악의 하모니에 들라크루아아 색채 이론을 결부시키기 위해 피아노 치는 법을 배우려고도 했다. (37)

 

고흐가 피아노와 관련되는 것으로는 가셰 박사의 딸 마르그리트가 피아노 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 남아있는데, 고흐에게 피아노는 단순히 그림의 대상이 아니라, 그렇게 치는 것을 배우려 했다는 것, 이 책으로 알게 된다.

 

아리스티드 마욜,

 

(케슬러와 마욜) 두 사람이 대영박물관에 간 이유는 (.........) 마욜은  조각과 미술 전반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며, 이 답사를 깨달음의 순간이라고 밝혔다. (60)

 

피에르 보나르, 오브리 비어즐리,

 

저자에게 이 두 명의 예술가는 아주 의미있다.

저자는 이렇게 밝히고 있다.


피에르 보나르와 오브리 비어즐리에 대한 에세이는 그 뒤에 실린 잡지에 실리게 되는 다수의 예술 및 문학관련 기사를 쓰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71)

 

피에르 보나르, 그는 대단한 끈기를 발휘해 예술 세계를 꾸준히 변화시키고 발전시켰다. 지칠 줄 모르는 열의로 작품의 주제를 가다듬고 또 가다듬으며 여지가 생겼다 하면 언제든 살짝 새로운 변화를 부여하려 했다. (78)

 

그런 결과 이런 일도 있었다.


뤽상부르 박물관에서 친구 뷔야르에게 경비원의 주의를 딴 데로 돌려달라고 부탁하고 물감을 꺼내 수년 동안 그 박물관에 걸려있던 자신의 그림을 재빨리 손 본 일도 있었다. (78)

 

반 고흐와 베이컨

 

반 고흐의 <반 고흐, 영혼의 편지>는 베이컨이 침대 머릿맡에 두고 반복해서 읽은 몇 안되는 책 중 하나였다. 베이컨은 반 고흐의 작품을 매우 존중했을뿐만 아니라 그가 쓴 편지에 담긴 자유롭고 다채로운 생각과 깊이 있는 통찰력에 매료되었다. (353)

 

고흐의 편지를 엮은 책 <반 고흐, 영혼의 편지>을 읽어본 적이 있는데 이 책이 베이컨이 그토록 애지중지한 책이였다니, 다시 한 번 읽어볼 가치가 있다는 것 다시 확인한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저자의 친구가) 예전에 했던 말 중 기억난다며 소개한 글이다.

그는 매일 아침 아주 이른 시간마다 좋아하는 고대 그리스나 로마 시대 작가의 글을 원어로 읽는 것으로 하루를 열고 있다. 그리고 나면 그날을 어떤 사람도 자신의 하루를 망치지 못한다고 한다. (7)

 

나도 그랬으면, 하는 생각이 굴뚝같다.

 

그의 작업실에서 거의 하루 종일을 보냈던 일은 정말 멋진 경험이었다. 그와 길게 대화를 나누면서 많은 가르침을 얻기도 했지만, 예술가의 작업실은 그 자체로 예술가에 대한 많은 것을 알려 주기 때문이다. 공간과 빛, 완성되었거나 아직 미완성인 작품들, 예비 스케치, 사방에 흩어진 붓과 도구들, (마치 조리 전의 식재료처럼) 테이블과 바닥에 놓인 이런저런 재료들. 작업실을 나와서는 같은 건물의 또 다른 층에 있는 서재로 향했다. 이 인상적인 서재도 작업실 못지않게 그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 주었다. 타피에스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탐독하는 열정적인 독서가일 뿐만 아니라 동양 철학과 현대 물리학 같은 겉보기에는 전혀 다른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이기도 했다. (322)

 

이 글에서 그는 안토니 타피에스이다.

화가의 작업실과 서재에 한번도 가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저자가 안토니의 작업실과 서재에서 얻었을 영감이 문득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이 책, 27개의 에세이에 화가를 담아놓았다.

 

반 고흐를 필두로 하여 저자는 이 책에서 베이컨, 자코메티, 호안 미로, 앙리 미쇼 등 20여명의 예술가를 소개하고 있다.

 

그 이름을 소개하자면 이렇다.

 

빈센트 반 고흐, 아리스티드 마욜, 피에르 보나르, 오브리 비어즐리,

피카소, 호안 미로, 소냐 들로네, 크리스티안 샤드

도라 마르, 앨리스 벨로니리월드, 존 리처드슨,

앙리 미쇼, 장 뒤퓌페,

브르통에서부터 베케트까지:

자코메티, 발튀스, 살바도르 달리:

니콜라 드 스탈, 조란 무시치, 다도

안토니 타피에스, 프랜시스 베이컨,

베이컨과 자코메티, 루치안 프로이트, 레이먼드 메이슨, R. B. 키타이.

 

안타깝게도 이 중 태반이 모르는 사람이다. 부끄럽지만, 그래서 이 책은 의미있다.

몰랐던 사람을 알게 되었고, 이 책으로 점점 예술가들을 친하게 여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가 사랑했던 예술가들, 이 책을 읽고 난 많은 독자들은 저자의 뒤를 이어 이 책에 등장하는 예술가들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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