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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철학 신박한 정리 - 한 권으로 흐름을 꿰뚫는 생각의 역사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25년 4월
평점 :
동서양 철학 신박한 정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철학책이다.
철학이 어떻게 흘러왔는가를 알 수 있다.
이 책은 철학이 어떻게 흘러왔는가를 살피기 위해, 인물을 선택한다.
인물별로 그의 행적을 따라, 철학의 흐름을 살펴보는 것이다.
그런데 그전에 철학의 필요성을 알아야 한다.
대개 이 부분을 건너뛰어 곧바로 철학에 들어가는 게 보통의 철학책인데, 이책은 다르다.
먼저 철학의 필요성을 독자들에게 납득시킨다.
지식은 본질적으로 생존 도구다. 특히 인류에게 지식만큼 유용한 생존도구는 없었다. (8쪽)
모든 구성원이 믿고 따를 수 있는 행동지침이 필요한데, 이런 행동지침은 불변성, 보편성, 절대성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추어야 한다. 우리는 이를 흔히 진리라 부른다. (11쪽)
종교와 철학간의 관계를 살펴보면,
근본적으로 철학이 종교보다 복잡하다. 종교는 그저 믿고 엎드리면 그만이지만, 철학은 머리로 이해하고 언어를 수단으로 논리를 전개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13쪽)
그리고 이어서 철학이 골치가 아픈 이유를 제시한다.
맞다. 철학자가 아닌 나를 포함한 일반인들은 대체로 철학은 골치아픈 학문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그러니 골치아픈 철학, 그래서 철학자 이름 몇 개 외우는 것을 철학이라 여긴다.
그런데 이 책은 왜 그렇게 철학이 골치 아픈가를 먼저 설명한다.
그러니 이 책 그 부분을 좀 더 읽어보자.
철학은 생각으로 이치를 파악하는 과정, 즉 논리 전개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논리를 언어라는 틀을 통해 전개해야 했으니 자연스레 말이 많아지고 단어도 복잡해졌다. 그래서 골치아픈 행동 지침이 될 수밖에 없었다. (13쪽)
이렇게 차근차근 철학의 필요성과 골치아프게 되는 이유를 듣고 보니, 철학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납득하게 된다. 그래서 이제 철학을 하기 위해서는 그 정도는 반드시 넘어야 할, 어쩌면 필수적인 과정이라 생각되어 아예 마음이 편해진다. 그런 것 자체가 철학이라는 깨달음이 온 것이다.
그 다음 본격적인 철학이 시작되는데, 저자는 그 철학의 방법을 철학자를 아는 것으로 시작한다. 철학자들의 삶과 주장을 시대순으로 엮어가면서, 철학의 흐름을 알게 한다.
철학 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당연히 그리스인이다.
이 책은 시대를 관통하는 동서양 철학의 핵심 슬로건을 시간순으로 엮은 것이다. (17쪽)
시간순으로 따지자면 이 세상에서 철학을 맨먼저 시작한 사람은 그리스인 탈레스이다.
탈레스는 철학의 아버지라 한다.
음악에서도 음악의 아버지, 어머니를 거론하는데 철학에서도 아버지가 있다니, 재미있는 설정이다. 물론 철학의 아버지라는 말은 그가 철학의 선두주자였기 때문인데, 그렇게 부른 사람은 뜻밖에도 아리스토텔레스다. (22쪽)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를 철학의 아버지라 불렀으니, 이건 인정해줘야 한다.
자, 이제 이 책의 특징을 언급할 차례다.
이 책의 특징이 무언가 하면, 가장 먼저 언급할 게 간단하다는 점이다.
어떻게 간단한가?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에 관해 설명한 분량이 3쪽이다.
그리고 그 다음에 소개되는 피타고라스는 5쪽, 헤라클레이토스도 역시 5쪽.
그런 식으로 해서, <이오니아의 자연철학자들>에 포함된 6명의 철학자를 설명하는 데 겨우 26쪽이다, 평균으로 치면 한 사람당 4-5쪽에 불과하다.
그러면 이런 의문이 생길 것이다. 그 정도로 어떻게 철학자를 소개한단 말인가?
그런 의문에는 이렇게 답하면 될 것이다
철학자의 간단한 삶과 주장하는 내용이 있고, 더하여 그 철학자가 가장 잘 알려진 일화도 빠짐없이 소개하고 있으니, 결코 적당히 얼렁뚱땅 넘어가는 법은 없다고.
탈레스의 일화는? 어느날 별을 관찰하다가 웅덩이에 빠진 이야기.(25쪽)
피타고라스에 대해서는 그의 죽음에 관한 여러 설이 있다는 것. (27쪽)
이렇게 각각의 철학자를 잘 알 수 있도록, 저자가 촘촘히 배치해놓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그런 철학자를 어디, 누구까지 소개하고 있는가?
이런 흐름을 읽어보자.
1부 고대 그리스 철학
1장 이오니아의 자연철학자들
2장 아테네의 인간주의 철학자들
3장 헬레니즘 시대의 철학자들
2부 고대 중국 철학
1장 노장사상으로 대표되는 도가
2장 유가
3장 묵가, 명가, 법가
3부 이성 중심의 동서양 철학
1장 신유학 시대를 맞이한 중국 철학
2장 과학 시대를 연 17세기 유럽 철학
3장 칸트와 독일의 관념철학자들
4부 19세기와 20세기의 현대 철학
1장 새로운 질서를 꿈꾼 19세기 철학
2장 객관·존재·실존으로의 전환을 모색한 20세기 철학
3장 프랑스의 구조주의와 포스트구조주의 철학
고대 그리스 철학부터 시작한 이 책은 19세기와 20세기의 현대철학까지 닿는다.
그러니 이 목차에서 보는 것처럼, 동서양은 물론이고, 고대부터 현대까지 철학의 흐름을 이 책 한 권으로 꿰뚫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의 제목을 ‘신박한’이라 했을 것이다
다시, 이 책의 활용방법은?
요즘 부쩍 철학에 관심이 생겨 이 책 저 책 철학책을 읽고 있는 중이다.
백숭기의 『사르트르를 만나다』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사르트르가 누구며 어떤 철학을 하는 사람인지 모르는 형편인지라. 마침맞게 이 책을 참고하면서 도움을 얻었다.
사르트르는 이 책 4부, 2장에 <객관, 존재, 실존으로의 전환을 모색한 20세기 철학>에 등장한다. 그는 휴머니스트를 자처한 자유의 전도사로 소개되고 있다. 그런 소개를 참고로 하여, 사르트르를 일단 알고난 후 그 책을 읽으니, 사르트르에 대한 입문으로 부족함이 없다고 느낄 정도였다.
그런 식으로 다른 책을 읽을 때에 관련되는 인물들을 찾아 읽으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이 책 <철학, 철학자 사전>으로 여겨도 좋을 것이다.
더하여 이 책에 소개되고 있는 64명의 철학자, 그 정도의 철학자만 알고 있어도 철학의 ABC는 뗀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