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떠나는 여행 - 낯선 곳에서 침묵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정원철 지음 / 어깨위망원경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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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떠나는 여행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먼저, 이 책은 다른 여행기처럼 여행지를 이러니저러니 소개하려 들지 않는다.

실상 우리는 해외여행이 일상화되었다. 그래서 이미 해외 여행지에 대한 정보는 많이 가지고 있다. 또한 지금 읽은 책에서 알려주는 현지 정보가 막상 그것을 가이드북으로 삼고 여행을 가려할 때는 오래된 옛날 정보가 될 것이니, 굳이 여행기에서 마치 새로운 것처럼 이것저것 소개할 필요는 없다.

 

바로 이 책이 그런 경향을 충실하게 따랐다,

현지에 관한 정보는 아주 최소한으로 보여주면서, 그곳을 여행하는 저자의 마음은 충실하게 기록해 놓았다. 그러니 이 책은 여행기 보다는 여행 심경일기라 할 수 있다.

 

이런 여행 정보들 대부분은 여행 블로거들의 소개를 통해 얻었다. 한국 여행 블로거의 소개는 대단하다. (38)

 

그런 것을 익히 아는 저자는, 그런 믿음 때문인지 책에 정보라는 것 대신에 심경을 적어 놓은 것이다.

 

저자의 마음 살펴보자면, 이런 글이 보인다

 

이제껏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해 인간은 경계심을 갖게 된다. (47)

 

오지 않는 기차를 기약 없이 기다려본 적이 있는가? (141)


인도에서의 일이다. 저자는 기차나 버스 여행을 하면서 얻은 것을 기다림에 관한 아포리즘으로 많이 남겼다. 인도에서는 교통편 연착은 밥먹듯 하는 것이다.

 

인도는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무언가를 묵묵히 기다리는 일은 맘처럼 쉽지 않다. 밑도 끝도 없이 기다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해보지 않으면 알지 못한다. (........) 언제 올지도 모르는 기차를 기다리고 언제 도착할지도 모른 채 기차를 타고 가야 했다. 때로는 기다리는 것조차 감사한 일이었다. (221)

 

인도 운전자의 급여가 형편 없는 이유(170)

 

저자는 장하준의 책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라는 책에서 읽은 사연을 소개한다.

 

개인의 뛰어난 능력보다 사회 경제 시스템이 생산성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인도의 운전자가 제아무리 실력이 좋다해도, 다른 사회경제 시스템이 잘 갖춰진 나라의 운전자 급여보다 좋을 수 없는 것이다.

 

인도는 딱히 관광을 위해 돌아다닐 일이 없었다. 그냥 그들의 생활 속에 젖어 하루를 보내는 것이 여행의 일상이었다. (178)

 

이게 진짜 여행이다. 사람들이 사는 여행지, 그곳에 푹 스며들어 그들과 동화되어 보고 느끼는 것이 진짜 여행이다. 현지인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 삶의 공기를 같이 마시는 것이다.

 

바라나시에 대한 수많은 정보로 갠지스 강의 신비로움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208)

 

음악도, 그림도 같이 감상하는 기쁨

 

저자는 음악과 그림에 관해 많은 것을 기록에 남겨 두고 있다.

 

영국 런던 내셔널 갤러리

라파엘이 그린 교황 율리오 2세의 초상화 (35)

 

고흐 <해바라기>

밀레 <이삭 줍기>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 (51-52)

 

피카소는 라팽 아질이라는 술집에서 술값 대신에 그림을 그려 주었다. 그때의 그림 <라팽 아질에서>1989년 뉴욕 소더비 경매장에서 4,070만 달러에 팔렸다. (54)

 

이어폰을 끼고 루마니아 피아니스트 클라라 하스킬이 연주하는 모차르트 협주곡을 들었다. (112)

 

하스킬과 모차르트 협주곡

 

영화 <쇼생크 탈출>에 나오는 편지 이중창 (115)

 

영화 촬영지도 등장한다.

 

장유정 감독의 <김종욱 찾기>와 조드푸르 (145)

 

네팔 카트만두 더르바르 광장과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254)

 

그래도 이런 것 새롭게 알게 된다.

 

관광과 여행을 구분하자면.

관광 (투어, tour)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것이고,

여행은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것에 방점이 있다. (24)

 

파리에서는 지하철에서 공연할 자격을 오디션을 통해 심사를 해서 준다.

말하자면 버스킹 라이선스를 주는 것이다. (43)

 

사람들은 대부분 10살에서 30살 사이의 추억을 잘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현상을 회고 절정이라고 한다. (56)

 

쇤브룬 궁전

쇤브른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 궁전이었고, 아름다운 샘이라는 뜻이다. (119)

‘Schonner Brunnen’

또한 쇤브른 궁전은 비운의 황후 엘리자베트 시시의 이야기로도 유명하다. (120)

 

암스테르담

도시 이름이 담으로 끝나는 것도 강둑을 따라 만든 댐에서 비롯된 것이다.

암스테르담도 암스텔 강을 가로지르는 댐이라는 뜻이다. (125)

 

암스테르담의 건물과 창문은

좁고 길쭉한 창문과 건물들 ......도로에 면한 면적에 비례해 세금을 매겼기 때문에 지금의 좁고 긴 창문이 만들어졌다. (125)

 

내 기억에 의하면 베트남에서도 건물들이 길쭉한 모양이어서 맨처음에는 열대지방이라 바람이 잘 통하라고 그렇게 지은 줄 알았는데, 세금때문이라는 말을 들었다. 네델란드와 베트남이 서로 어떤 연관이 있는지 궁금하다.

 

사티 인도의 풍습 사티

남편이 죽어 화장할 때 부인도 산채로 화장했던 풍습 (153)

 

다시, 이 책은?

 

여행기를 읽을 때마다 설렌다.

이 책은 나를 어디로 데려다 줄 것인지, 그런 생각이 나를 설레게 한다.

 

이 책을 읽고 난 소감은?

그 설렘 아주 알차게 경험했다는 것, 그게 이 책을 가장 간단하면서도 제대로 표현한 것이리라.

 

앞에서 말한 것처럼, 여행지 정보보다는 저자의 마음을 따라서 나도 그곳에 다녀왔다. 아주 의미있는 여행이었다. 저자의 글을 따라 그의 마음과 여행지 잘 따라갈 수 있어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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