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정수윤 옮김 / 북다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소설이다. 자전적 소설,

그렇다면 소설 속에 작가는 어떻게 얼마만큼 등장하는가, 그것을 먼저 알고 읽어야 한다.

 

작가가 이제 나이 50이 되어서 이를 기념하기 위해 전집을 간행하기로 한다. (7)


그래서 지난 25년간 쓴 원고를 쭉 한번 훑어본다.

 

지난 세월에 발표한 작품과 일기 등도 해당이 된다.

해서 여러 가지 글들을 열거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다.

 

<미오노산>15, 23

<가을 모기> 15,

<열 여섯 살의 일기> 17, 20

<1다니도슈> 19

<2다니도슈> 19, 23

<유가시마에서의 추억> 19,34,42,43,51, 52,55,70,71

<이즈의 무희> 19, 43, 52

<애도의 시> 20, 21

<백골을 맞이하다> 20

<도손 시집> 22,

<시인이 되리> 22,

<오랜 뜰> 27,

<가난한 사람들> 33,

 

이렇게 작품 목록을 살펴보니, 어떤 맥락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런 작품들이 실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작품인지 알아보기 위해 작가의 실제 작품들을 살펴보았다.

 

이즈의 무희(伊豆踊子), 설국(雪国), 고도(古都), 천우학(千羽鶴)

산소리(), 여자라는 것(であること), 명인(名人)

이즈의 여로(伊豆), 무희(舞姫), 화장(化粧)

잠자는 미녀의 집, 소년(少年) (‘나무위키에 등장하는 작품 목록)

 

역시 나무위키에 있는 정보인데, <이즈의 무희>에 관한 내용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작가의 꿈을 꾸게 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로, 게이한 신보(京阪新報)에 자신의 단가를 올리면서부터이다. 일본문학의 흐름에서 반자연주의 문학의 한 학파로 유명한 신사조파에 들어가 이즈의 무희(伊豆踊子)라는 작품으로 등단하였다.

 

그렇게 자료들을 살펴보니, 이 책에 등장하는 <이즈의 무희>가 바로 작가가 데뷔한 작품이다.

그렇다면 그 두 작품 사이의 관계를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있겠다, 싶었다.

 

다음으로 1916918일부터 1917122일까지 쓴 일기가 있다. 열여덟 살에서 열아홉 살이 되던 1917년 무렵에 나는 중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유가시마에서의 추억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스물네 살 여름에 썼다. 이 이야기의 전반부를 스물여덟 살에 고쳐서 이즈의 무희라는 작품으로 완성했다. 후반부에는 중학 시절 기숙사에서 같은 방을 썼던 소년을 향한 사랑의 추억이 적혀 있다. (19)

 

<소년> 속에 책 <소년>이 있다.

 

이번에 쓰는 <소년>은 소설다운 책이 되지 않는다 해도 역시 <유가시마에서의 추억>이 가진 원형을 되도록 그대로 살리고 싶다. (87)

 

중학 시절 일기, 고등학교 시절 작문으로 쓴 편지글, 대학 시절 <유가시마에서의 추억>, 이것들을 모두 <소년> 속에 모아놓고, 거기에 쉰 살이 된 지금의 언어를 더하고자 한다. (87)

 

재미있는 구조다. 소설 속에 이 소설이 어떻게 쓰여지고, 구성되었는가를 밝히고 있다. 그러니 독자들은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의 창작노트를 같이 읽는 셈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다시, 이 책은?

 

사실, 작가의 작품 <이즈의 무희>는 읽어보지 못했다.

해서 이 책에 실려있는 <이즈의 무희>와 정말 같은 내용인지 확인하지 못했다. 유감스러운 일이다. 작가가 비록 이 소년이라는 소설 속에 그 작품의 창작 경위와 약간의 소설 내용을 실어 놓았다고 해서 과연 그 작품과 어느정도 같은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의 <해설>에 보면 이런 대목이 등장한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미시마 유키오의 가면의 고백과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년을 거론하면서, 바로 그 부분을 짚어주고 있다.

 

세 작품 모두 작가 자신의 실제 유년과 사춘기 시절 고민이 정교하게 투영되어 있어서, 독자로 하여금 '작품 속 주인공 = 작품을 쓴 작가 '라는 환상을 품게 만든다. (177)

 

이 대목에서 무릎을 쳤다. 역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는 달라도 뭐가 다르구나 하는 탄복을 하게 된 것이다. 마치 소설을 자신의 유년 시절을 소재로 하여 쓴 것처럼 독자들을 착각하게 만들고, 그걸 웃으면서 지켜보는 작가, 관록 있는 작가로서의 여유가 느껴지지 않은가?

 

그러니, 독자들은 이 책 소설을 다 읽고, 거기에서 멈추면 안 된다.

<해설>의 끝까지 읽어보면, 이 소설의 또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테니까.


참, 하나더, 이 리뷰 맨 처음에 썼던 것, 이 책은 자전적 소설이다,라는 말은 이제 취소할 수밖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