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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민정 지음 / 리브르북스 / 2024년 12월
평점 :
언니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세월호, 그 이름 부르기도 힘든, 그런 사건이다.
그래도 시간이 많이 흘러, 세월이 갔다 싶은데, 여전히 세월호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런 사건, 이제 1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새삼 그 날을 떠올리게 된다.
그날 아침, 아마 우리 나라 전국민이 가슴을 쓸어내렸던 뉴스, 학생들을 싣고 제주도로 가던 배가 침몰했는데, 그 아이들 전원 구조했다는 뉴스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충격 그리고 안도했던가. 그러나 그 안도는 잠시뿐, 탄식과 오열로 변했다는 것, 다 아는 사실이다.
그 사건을 다른 문학작품이 있던가?
세월호를 소재로 한 소설이 뭐가 있는가, 생각해보니 한 권 있기는 하다.
김탁환의 『거짓말이다』를 읽은 적이 있다.
물론 김탁환의 『거짓말이다』도 세월호 희생자들의 시신을 인양하기 위해 애쓴 잠수사들의 이야기이니, 세월호 희생자를 직접적으로 다룬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 책이 세월호 희생자를 다룬 첫 번째 작품이 아닐까.
그런 만큼 저자의 노고가 엿보이는 대목이 많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희생된 교사의 동생으로 설정되어 있다. 그 학교, 단원고의 교사 박미나, 주인공 박윤영은 그녀의 동생이다.
그 때 희생된 교사는 모두 11명, 주인공 박윤영의 언니도 그 중의 한 명이다.
박윤영은 세월호에 탑승했다 희생된 언니의 생전 흔적을 찾아, 고시원을 거쳐 병원으로 향한다. 병원의 의사와 나눈 대화, 한토막이 이렇다.
언니분이.... 거기 ...탔었나요?
고개를 끄덕인다. 안산, 세월호, 단원고, 다 같은 말이 돼버렸다.
아직도 배에 있어요. (31쪽)
이 책은 또한 기록물로서도 가치가 있다.
벌써 10년이 흘렀다. 많은 사람들이 잊었다. 또한 사람들이 잊으려고 한다.
말을 차마 꺼내지 못한다. 또한 말 못하게 한다.
그래서 가족들, 해당 사건 관계자 외에는 잊었을지도 모르는 현재, 이 시점에서 이 책은 아주 시의적절하다. 더 이상 잊으면 안 된다는 것, 그래서 이 책은 기록물로도 가치가 있다.
2014년 4월 16일
그리고 4월 17일
그리고 4월 18일 금요일, 3일째
그리고 4월 19일 토요일, 4일째다.
그리고 4월 20일 일요일, 5일째다
저자는 그렇게 날짜별로 기록을 이어간다.
며칠 후
그리고 며칠 후
210일 후
219일 후
‘219일 후’는 이런 일이 있었다.
윤영의 가족에게 체육관을 비워달라는 통보가 전해진다.
아, 그런 일도 있었지. 맞아 그런 뉴스 들었던 기억이 나네..... 고맙다, 기억을 되살려주어서.
살아남아 미안한 사람들
(지호는) 교감 선생님의 책상으로 향한다. 그는 생존자 중 한 명이었지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을 끝내 이기지 못하고 사고 이틀만에 진도 체육관 근처 언덕에서 나무에 목을 맨 채 발견되었다. (157쪽)
유서에는 이런 말이 있다.
“ 200명의 생사를 알 수 없는데 혼자 살기에는 힘에 벅차다.(.......)”
이 부분을 읽으니 한강 작가의 책 『소년이 온다』가 떠오른다.
나는 싸우고 있습니다, 날마다 혼자서 싸웁니다. 살아남았다는, 아직도 살아있다는 치욕과 싸웁니다. (135쪽)
세월호의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과 ‘살아있다는 치욕’은 어디에서 통하는 것일까?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넌 안 무서워?
뭐가?
이 바다가 얼마나 깊길래 검푸른색이야. 보기만 해도 심장이 오그라드는 거 같아. (173쪽)
비극이 어느 만큼 커야 세계가 다 같이 슬퍼할지 모르겠다. (180쪽)
다시, 이 책은? - 애도한다는 것의 의미
이 책은 비극을 반추하는 목적이 분명하다는 것을 밝혔다는 점, 또한 높이 평가하고 싶다.
왜 우리 사회가 이런 비극을 추념하자고, 애도하자고 하면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을까?
이상하다. 심히 괴이한 일이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이 책은 그걸 다시 꺼집어내어 책상 위에 올린다.
비극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고 저자는 말한다. 특히 강조하길, 특정 정파를 비난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음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그 아래 저자가 리스트로 만들어 놓은 부분, 읽으면 읽을수록 가슴이 아파온다,
세월호 사건 앞에 사람들은 왜, 왜, 이상한 가림막을 치려고 하는 것일까?
그 리스트에는 이런 내용도 들어있다.
‘세상이 들으려 하지 않는 이야기들을 삭이며 살아가는 관계자들’
가슴에 응얼이진 한을 풀기 위해서, 밖으로 입을 벌려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
더 이상 가슴에만 품지 말고 밖으로 내보내야만 되는 것 아닐까.
세상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 들어줄 아량이 없는 것일까?
이 책을 통해 그 가슴에만 삭이며 겨우겨우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 헤아려준 저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