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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말 - 법정에 쏟아진 말들, 그 속에 숨겨진 범죄의 흔적
송영훈.박희원 지음 / 북플랫 / 2024년 12월
평점 :
죄와 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먼저 이 책의 제목인 『죄와 말』의 의미부터 살펴보자.
하나의 사건에도 수많은 ‘사연’이 있다. 누군가의 삶을 뒤흔들 수많은 판단이 오가는 그 현장에선 무수히 많은 ‘말’이 오고간다. 기사에 담을 수 없는 수많은 ‘장면’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래서 기록하기 시작했다. 법정 속 판사, 검사, 변호사 그리고 피고인의 작은 표정부터 그들의 언어까지도. 그리고 그것은 이야기가 됐다. (5쪽)
그래서 이 책은 법정에서 오고간 말을 이렇게 구분, 정리하고 있다.
1부 살인의 말
2부 단죄의 말
3부 국가의 말
왜 이렇게 세 가지 방면에서 말을 살펴보야야 하는지, 이 말에 담겨있다.
피고인의 죄상을 밝히는 것이 법정의 의무이듯이 피고인의 변명을 듣는 것도 법정의 의무다. (27쪽)
살인 현장, 사건 현장의 모습, 알 수 있다.
이혼소송으로 별거중이던 아내를 둔기로 때리고 목을 졸라 살해한 사건 (26쪽 이하)
목 부위 상처를 보면 상당한 힘이 상당 시간 가해진 것으로 보인다.
조흔이라고 손톱자국도 확인이 된다.
누워있는 피해자의 목을 매우 강한 힘으로 누른 것이다.
경부 압박
* 경부 (頸部) 척추동물의 머리와 몸통을 잇는 잘록한 부분.
목이 졸려 사망한 경우에는 설골(목뿔뼈)이 쉽게 부러진다.
목을 조르면 사망하는 이유는 동맥이나 정맥이 막혀서다. 정맥이 바깥에 있고 동맥이 안쪽에 있는데 목을 누르면 정맥부터 압박돼 피가 얼굴에 모이게 된다. 그러면 작은 모세혈관이 터지면서 얼굴, 눈꺼풀 점막에 붉은 점이 생기는데 이를 일혈점이라 부른다.
이런 것들을 통해 사람의 목을 누르면, 강하게 압박하면 어떤 변화가 생기고 결국은 목숨을 잃게 되는지 알 수 있었다.
간병하던 아내를 죽인 남편의 사례 (47쪽 이하)
아내는 파킨슨병이 악화되면서 체력 저하로 매일 넘어진다. 아내 다리와 무릎 아래는 멍투성이였고, 매일 붉은 색 멍이 들었다. (51쪽)
피해자가 6년간 투병생활을 하다 최근들어 갑작스레 건강 상태가 악화되어 증세가 심해지자 정신적으로 지쳐 범행을 저지르게 된다.
이런 사건의 피고인은 어떤 형벌을 받았을까?
국가와 사회가 보호해야 할 가장 존엄한 가치인 생명을 뺏는 살인죄는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되거나 용납될 수 없다. 형량은 징역 4년이다. (57쪽)
일하러 간 엄마와 굶어 죽은 아기 (78쪽 이하)
안타까운 사연이다. 아이가 죽었다. 아이가 죽은 시간에 엄마는 일터에 있었다. 그런데 일터에서 집까지의 거리는 걸어서 10분 거리, 그렇다면 아이를 홀로 방치하는 대신 가끔씩 아이를 보러 집으로 올 수는 없었을까?
이런 사연이 있는 죽음에 대해 법정에서는 어떤 말이 오고 갔을까?
아이는 다른 원인으로 사망한 게 아니라 굶주림과 영양 결핍으로 사망했다. 이는 쉽게 회피할 수 있는 피고인 지배 범위의 일이다. 피고인이 조금만 주의했다면. .......먹이고 돌봤다면 사망이란 결과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85쪽))
재판부의 말이다. 결국 피고인은 징역 15년에 처해졌다.
단죄의 말에서 듣게 되는 말
갭투자로 전세 사기를 친 피고인들 (113쪽 이하)
빌라왕 사건이다, 주범과 그를 도왔던 사람들 모두 공범인데, 그들을 죄가 되는 줄 몰랐다 한다. 피고인 최후의 진술 중 이런 말 들어보자.
당시 갭투자는 관행이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정말 죄가 될 줄도 몰랐었다. 하지만 현실을 외면했던 것 같다. (139쪽)
피고인은 최후진술에서조차 자신의 행동이 죄가 될 줄 몰랐다고 한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국가의 말도 들어보자. (257쪽 이하)
여기서 말하는 국가란 국가가 주체가 되어 개인의 삶을 파괴하고 심지어 그 책임과 배상조차 외면하는 기관으로서의 국가를 말한다.
국가가 주연으로 등장한 사건, 즉 진범들의 무고에 성폭행범이 된 아버지의 사연이 등장한다,
진범들은 태연하게 죄를 저지르고 대신 무고한 사람이 죄를 뒤집어쓰고 옥살이를 했다.
이 때 국가의 책임은?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무고하게 범죄자가 된 사례에서 그 사람의 딸이 겨우 아버지가 무고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무죄를 받아낸 다음에 이제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수사기관의 잘못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으로 패소했다.
이 때 그 사람의 딸은 이렇게 말했다한다.
“아버지의 무죄를 증명했더니, 이제는 수사기관의 잘못을 증명하라고 합니다.” (265쪽)
다시, 이 책은?
법정드라마에서 보는 사건들은 실제 그런가?
그건 어디까지나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다.
사건은 실제 어떻게 진행이 되는가?
그런 진짜 사건 진행을 보고 싶다면, 이 책을 펼치면 된다.
실제 일어난 사건 모습 그대로 그리고 있는 게 이 책이다.
이 책에서는 법정에서 쏟아진 말들을 살펴 숨겨진 범죄의 흔적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런 가운데 어떤 말들이 오고갔는지 알 수 있다.
웬만한 범죄물,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법정드라마보다 더 리얼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이 책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