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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뉴의 살아있는 생각
앙드레 지드 지음, 오웅석 옮김 / 서교책방 / 2025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몽테뉴의 살아있는 생각
이 책의 중심은 『수상록』이다. 저자는 미셸 몽테뉴(1533년 ~ 1592년), 프랑스 인문학자인데 이 책과 관련된 그의 경력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프랑스의 광신적인 종교 시민전쟁 와중에 종교에 대한 관용을 지지했고 인간 중심의 도덕을 제창했으며 그러한 견해를 알리기 위해 ‘엣세essai’라는 독특한 문학 형식을 만들어냈다. 1580년 그간 써둔 수필을 간추려 『인생 에세이』(2권)를 보르도에서 간행했고, 신장결석 치료를 겸해 유럽 관광길에 올라 1년 넘게 외국에서 보냈다. 이 여행의 경험을 바탕으로 1774년 『여행기』를 집필했다. 1586년 몽테뉴 성으로 돌아가 『수상록』에 증보와 수정을 가하고 그 뒤에도 집필을 계속해 1588년 3권 107장에 이르는 『수상록』 신판을 간행했다.>
몽테뉴의 『수상록』은 고전으로 인정되어 읽히는 책이다.
이 책 『몽테뉴의 살아있는 생각』 이 기존에 출판된 몽테뉴의 『수상록』과의 차이는 간단히 말해 그 『수상록』과 독자와의 사이에 앙드레 지드가 있다는 점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앙드레 지드의 시선으로 『수상록』의 정수를 읽다!>라는 말이 가능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 책은 몽테뉴의 『수상록』을 그대로 번역해 놓은 게 아니라, 프랑스의 지성인 앙드레 지드가 앞에 나와 몽테뉴의 『수상록』을 해설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1부에 앙드레 지드가 쓴 <몽테뉴는 누구인가?>, 2부에는 <앙드레 지드가 선별한 몽테뉴 사상의 핵심 『수상록』으로 되어 있다.
제 1부에서는 앙드레 지드가 몽테뉴와 그의 책 『수상록』을 해설하고 있다.
앙드레 지드가 보기에 몽테뉴는 어떤 사람인가?
『수상록』의 성공은 저자의 비범한 성격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힘들다. 그는 당시의 세상에 어떤 새로운 것을 가져왔다. 그가 보기에 자기 인식 외에 다른 지식은 모두 불확실했다. 그러나 그가 발견하고 파헤친 인간은 너무 꾸밈없고 너무 진실해서 『수상록』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13쪽)
인간성이라는 관습적인 이름으로 진정한 자아를 덮으려는 시도는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몽테뉴는 본질에 도달하기 위해 이런 가면을 벗어던진다. (13쪽)
여기서 라 보에티의 『자발적 복종』을 만나다.
그보다 세 살 많았던 에티엔 드 라 보에시는 몽테뉴의 마음과 정신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며 그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던 것 같다. 라 보에시는 『자발적 복종』이라는 단 한 권의 짧은 작품의 저자이기도 한데, 이 책만으로는 몽테뉴가 극찬했듯이 라 보에시를 “당대 최고의 인물”이라고 평가하기 어렵겠지만, 이 책은 훗날 수상록을 쓰게 될 몽테뉴가 관대하고 고귀한 이 인물에게 느낀 특별한 애착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14쪽)
이렇게 『자발적 복종』을 만나게 되었다. 『자발적 복종』의 저자는 이 책에서는 라 보에시라고 하는데, 다른 곳에서는 라 보에티라고 한다. 내가 읽은 책도 저자가 라 보에티로 되어있다.
이 책에서 몽테뉴와 라 보에티의 관계를 언습해서, 다시 『자발적 복종』을 살펴보았다.
이제야 이런 글들이 보인다. 그전에 읽을 적에는 보이지 않던 글이다.
중요한 것은 다음의 사항이다. 즉 라 보에티의 글들은 1927년 제네바에서 몽테뉴의 수상록 의 부록으로 간행되었다는 것 말이다. 이 시기부터 라 보에티는 오랫동안 명성을 떨치게 된다. 몽테뉴는 다음 세기의 프랑스 지식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르네상스의 계몽주의 운동은 바로 몽테뉴를 통해서 수용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 보에티 『자발적 복종』, 울력, 187쪽)
제 2부에서는 앙드레 지드가 선별한 몽테뉴의 사상 핵심을 보여준다,
이런 것 알게 된다.
에머슨은 자신의 책 『몽테뉴 혹은 회의주의자』에서 『수상록』이 “그 시인의 서재에 있었다고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책”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시인이란 셰익스피어를 말한다.) (14쪽)
그동안 궁금했었다. 셰익스피어가 어떤 책을 읽었는지. 감사하게도 이 책을 통해서 한 권 찾았다. 몽테뉴의 『수상록』이 바로 셰익스피어가 읽었던 책이라는 것을.
이런 글도 보인다.
대영박물관에는 플로리오가 영어로 번역한 몽테뉴의 『수상록』이 전시되어 있는데, 거기에 『햄릿』의 저자가 남긴 보기 드문 서명이 남아있다. (19쪽)
『햄릿』의 저자라면 당연히 셰익스피어인데, 셰익스피어가 과연 어떤 서명을 남겼을지 궁금해지긴 하지만, 먼저 이런 사실 자체가 매우 귀한 정보라는 점, 적어둔다.
거기에 더하여 셰익스피어의 작품 『템페스트』 또한 수상록과 연관이 있다는 것(43쪽), 이 또한 대단한 정보가 아닐 수 없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이런 기록 의미있다.
당시는 인류가 그리스 로마 문화에 흠뻑 빠져있던 시대여서....(11쪽)
나는 이런 글이 나오길래 당연히 그 뒤에 오는 말은 긍정적인 발언일줄 알았다.
그런데 뜻밖의 내용이 등장하고 있다.
고전 연구는 르네상스의 시작보다 훨씬 앞서 이루어졌지만, 이 고전 연구 때문에 서양의 지적 발전이 오히려 늦어졌다. 당시 작가들은 영감과 자극을 찾기보다는 기존의 모범사례를 찾는데 주력했다. (12쪽)
다시, 이 책은 - 앙드레 지드의 결기가 보인다.
만일 내가 몽테뉴의 생각을 너무 단호하게 해석했다는 비난을 받는다면, 나는 그동안 몽테뉴 해설가들이 그의 생각을 뭉뚱거리기에 바빴었다고 반박하겠다. (49쪽)
그간 읽었던 몽테뉴의 수상록 책들은 몽테뉴에 대해 찬사 일변도였다. 그런데 이 책에서 앙드레 지드는 천편일률적인 찬사 대신에 몽테뉴의 인간적인 면모를 살펴보면서, 그러기에 그의 책 수상록이 더욱 가치가 있다는 점을 설파하고 있다.
앙드레 지드를 통해서 몽테뉴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것, 이 책의 의미가 거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