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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배하는 자들, 호모 피델리스
한민 지음 / 저녁달 / 2024년 11월
평점 :
숭배하는 자들, 호모 피델리스
그간 궁금한 것들이 많았다.
특별히 신앙을 가진 사람으로, 내가 믿는 종교는 물론이고 그 이외의 것들에 관하여도 궁금한 게 많았다.
다른 종교에서는 내가 믿는 신앙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비롯해 그들은 무엇을 어떻게 믿고 있는지, 무척 궁금했다.
이 책으로 그런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일단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은, 바로 나처럼 신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야 본인이 가진 믿음과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그 믿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신앙이란 것에 대하여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책의 내용
1장 종교와 마음
2장 한국 문화와 종교
3장 무속과 한국인
4장 비뚤어지기 쉬운 신앙
5장 후종교시대
각 장의 소 제목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다.
몇 개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04 신과 괴물은 무엇일까 _신화시대
05 귀신은 무엇일까
05 천도굿의 심리적 기능
06 귀신들림은 무엇인가
07 무속의 신들은 누구인가
이런 통찰 의미있다.
그리스 신화를 비롯한 각종 신화, 그리고 기독교를 비롯한 여러 종교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그 내용에서 의문이 생겼고, 또 어떤 것에서는 해석이 필요했었다.
이 책에서는 그런 나의 의문에 대하여 깊이있는 대답을 해주고 있다.
점차 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고 당황한 사람들은 신을 만나기 위해 신상과 신전을 만들어 신을 부르기 시작했다. (33쪽)
신화에 등장하는 신과 괴물들은 고대인들의 교류 과정에서 경험한 서로에 대한 강렬한 인상이 남은 것이다. (46쪽)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 엽기적 행각에 대한 해석 (56-57쪽) :
대부분의 다신교 계열의 종교에서는 많은 신들이 공존하는 대신에 신들의 세대 또는 위계가 존재한다. 기존의 신들이 있고 새로운 신들이 그들을 대체하거나 추가되는 식이다.
이는 민족의 이동 및 교류, 정복과 피정복으로 여러 집단의 사상 체계가 혼합되었음을 의미한다.
고대 그리스는.......(이하 생략)
그러니 신화 공부를 할 때에는 이 책을 참고로 하거나 먼저 읽고 하는 게 좋을 듯하다.
귀신, 두 종류가 있다. (48쪽 이하)
민원형 귀신 :
아랑의 전설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귀신이 등장하는 이유는 자기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그런 이유로 귀신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귀신을 만나면 무당들이 그 사연을 들어주고 달래서 ‘가야할 곳’으로 보낸다.
영역형 귀신 :
일본의 귀신은 다르다. 이유가 없다. 특정 지역이나 장소에 원래부터 있던 귀신들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곳에 들어가면 귀신에게 해를 당하게 된다.
여기 짚어야 할 점은 그 두 가지 귀신의 원한 표출 방법이 다르다는 것이다.
자신의 신원을 밝히고 명예를 회복하는 데 초점이 있는 한국의 귀신과 달리 일본의 귀신은 자신의 원통함을 표출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 과정에서 희생되는 사람의 원통함에는 관심이 없다, 따라서 일본의 문화에서는 귀신을 소멸하거나 봉인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이는 일본인의 영역에 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명확히 구분해온 일본인은 정해진 어떤 경계를 넘어가는 데 근원적인 공포를 느낀다. 그래서 귀신도 마찬가지로 여겨지는 것이다.
그러면 서양 귀신은?
대표적인 귀신이 바로 헨리 8세의 왕비 앤 불린인데, 그녀는 아들을 낳지 못해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참수된다.
그 뒤로 런던탑에서 목 없는 여인의 유령을 보았다는 목격담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양 귀신인 앤 불린 귀신은 생전에 살던 곳을 배회하거나 하던 일을 계속하는 모습을 보여줄 뿐이지 사람들에게 말을 걸거나 해치려 하지 않는다. 그냥 어디에서 나타났다는 목격담이 대부분이다.
켄타우로스 :
하반신은 말이고 상반신은 사람인 괴물이다.
켄타우로스는 섬과 해안 지방에 살았던 고대 그리스인들이 유목 민족을 목격했을 때의 인상으로 추정된다.
그리스 신화에서 켄타우로스족은 성질이 난폭하고 술을 좋아하며 남의 결혼식에 난입하여 신부를 빼앗아 가는 등 골칫거리로 묘사되는데 이는 유목 민족의 성격과 일치한다.
말이라는 동물도 익숙지 않았을 해양 민족에게 말을 타고 무기를 휘두르며 달려드는 유목 민족의 기병은 공포로 각인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켄타우로스 족이 살았다고 전해지는 그리스 테살리아 지방은 평야가 많아 예부터 기병이 유명했던 지역이다. (45쪽)
무당의 기능 (186-188쪽)
첫째, 무당은 제관이었다.
둘째, 무당은 컨설턴트였다.
셋째, 무당은 상담가였다.
넷째, 무당은 의사였다.
다섯째, 무당은 연예인이었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우리가 무속을 미신이라 폄하만 한다면 우리는 한국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며 어떠한 경우에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188쪽)
특히 4장, <비뚤어지기 쉬운 신앙>은 밑줄 박박 그어가며 새겨 읽어야 한다.
4장, <비뚤어지기 쉬운 신앙>은 기독교인이라면 모두 다 읽어야 한다.
이런 것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니, 대체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01 한국 개신교의 무속적 특징
02 한국 개신교의 긍정적 기능
03 멸공 기독교 _한국 개신교의 보수성과 모순
04 셀프 구원 _한국 개신교의 오만과 이중성
05 그들은 왜 성조기를 드는가
06 신앙은 왜 광신이 될까
07 한국에는 왜 사이비가 많을까
08 사이비 종교는 왜 지속되는가 _확신의 덫
09 사람들은 왜 사이비에 빠질까
물론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읽어야 한다.
대체 왜 저들이 저런 황당한 행동을 하는지 알아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기독교 이외의 다른 종교에서도 모습만 달랐지 같은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어디 한 둘인가?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특히 신앙인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자기가 믿고 있는 신에 대한 믿음, 그게 과연 올바른 신앙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데
그런 필요에 아주 적합한 책이다.
가톨릭의 한스 퀑 신부가 말한 것이 맞다.
“종교 대화 없이 종교 평화 없으며 종교 평화 없이 세계 평화 없다”
이 말은 종교간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개별 신앙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다른 종교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자기가 가진 종교의 실상을 제대로 모르게 되고, 그러니 신앙이 제대로 정립될 수 없다.
해서 이 책은 자기가 가진 종교를 제대로 알고 믿기 위해서 꼭 읽어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