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역사를 만나다 - 역사에 정도를 묻다
김영수 지음 / 창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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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역사를 만나다

 

저자는 사기 전문가다.

신문에 나는 사건, 사기 말고 중국 역사를 살펴보는 역사책 사기전문가다.

저자의 책을 거의 읽어온 독자로서, 이 책을 새로 접한다.

저자는 사기를 그저 중국의 역사로만 읽어가는 게 아니라 그것을 우리 현실을 날카롭게 벼리는 숫돌로, 우리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보는 거울로 사용한다. 그게 저자의 책을 계속해서 읽어가게 하는 가장 큰 동력이다.

 

그럼 책 속으로 들어가보자. 어떤 글들이 우리 현실을 보여주고 있을까?

 

01.일인지하(一人之下), 만인지상(萬人之上) - 재상(宰相)의 현재적 의미

 

이 책의 첫 번째 글이다.

그 첫 번째 글에 들어서는데. 첫 번째 문단이다. 읽어보자.

 

정치권력 구조에서 2인자에 해당하는 재상은 최고 권력자 1인자와의 관계와 관련하여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매우 정치적인 단어이다. 예컨대 유능한 1인자와 유능한 2인자, 무능한 1인자와 유능한 2인자, 유능한 1인자와 무능한 2인자, 무능한 1인자와 무능한 2인자의 경우의 수가 있기 때문이다. (20)

 

저자는 덧붙인다

이 경우의 수들 중 가장 바람직한 관계는 당연히 둘 다 유능한 경우일 것이다. 그러나.....

 

그러나, 우리말에서 그러나가 붙으면 그 뒷말이 항상 중요한 법이다.

 

그러나 이 조합은 1인자의 뛰어난 안목, 즉 유능한 2인자를 택할 수 있는 안목을 전제로 한다. (20)

 

그렇게 시작한 저자의 재상론

어떤 역사적 증거들을 내놓고 있을까?

 

유방을 도와 천하를 도모하게 한 진평(陳平)이란 인물이 있다.

그가 젊은 날 마을 제사를 지낸 후에 고기를 나누어주는 일을 맡았는데, 거기에서 유래한 단어가 바로 주재(主宰)하다, 이다. 고기 나누는 일을 주관한다는 뜻인데, 재상(宰相)에서 재()는 본래 고기를 나누어준다는 이 글자에서 비롯한 것이다. (21)

 

그 다음에 저자는 역대 명재상들을 소개한다. (24쪽 이하)

중국 역사에서 활약한 역대 명재상들을 소개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단순하게 역사적 지식을 알고 있으라는 말은 아닐 것이다.

저자는 중국의 역사를 들어, 우리더러 우리 역사의 명재상이 누구인지, 또한 재상들이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지 단단히 살펴보라는 것이다.

 

03.여불위의 야망, 성완종의 꿈 - 야망의 질적 차이는 안목의 차이

 

여기에서는 우리나라의 정치인 성완종이 실명으로 등장한다. 그것도 중국의 진시황을 존재하게 했던 여불위와 동급으로 말이다, 가문의 영광인가?

 

여불위, 굳이 설명할 필요없다. 그가 그린 빅픽쳐에 의해 진시황이 만들어졌다. 문자 그대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 정도로 중국역사에서는 대단한 존재다, 그러나 그는 끝이 좋지 않았다. 자살로 생을 마친 것이다.

 

그렇다면 성완종은?

그 역시 자살했다. 수많은 의문점을 남기고.

그렇다면 이런 논리가 가능해진다. 진시황을 만든 여불위는 자살했는데, 그 이면에 있는 사연들이 역사에서 모두 드러난다. 그러면 성완종은?

 

현재까지 성완종이 주는 교훈은?

저자는 몇 가지를 거론한다.

돈으로 산 의리가 의리일 수 있겠는가?

그의 리스트가 세상에 나왔을 때 단 한 인간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을뿐만 아니라 성완종을 야멸차게 내쳤다. 다 자업자득이었다. (68)


자업자득, 그게 그가 역사에 현재 남기고 간 교훈이다. 물론 언젠가는 더 큰 교훈을 주게 될 것이다.

 

끝없이 인구에 회자될 사자성어들

 

지록위마 (指鹿爲馬) (90)

지난 2천년 동안 스테디 셀러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정치적 술수의 하나다

 

투기소호 (投其所好) (114)

아부의 기술 중 하나.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던져준다는 것.

 

차도살인 (借刀殺人) (119)

 

실제 사례 :

불과 몇 년전 입법부 집권당의 원내대표가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 앞에서 코피를 쏟으며 일하겠습니다.”며 닭살 돋는 아부를 했다. (123)

 

누구인가? 그가?

 

사기앞에 거론된 우리나라 상황과 인물들

 

저자는 우리 현실을 살펴보면서 사기를 조목조목 들이댄다.

사기에 등장하는 중국의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먼저 거론된 다음에 우리나라 인물들도 등장하고 있으니, 일대일 미팅을 하는 모습이랄까?

 

그런 인물들, 행적도 일일이 적어야 하겠으나, 그냥 등장한 인물 이름만 적어둔다.

 

황교안 국무총리 (36)

성완종 (54)

몇 년 전인가 집권 여당의 대표(124)

 

아니, 더 이상 적기도 괴롭다. 그저 부끄러울뿐이다.

 

다시, 이 책은?

 

사기는 그래서 저자의 글로 지금 이시대, 우리나라에서 살아난다. 살아있다.

 

이런 문장, 새겨보자. 심상치 않은 저자의 결기가 느껴진다.

 

<정치, 역사를 만나다>

<역사에 정도(政道)를 묻다.>

<백성을 힘들게 하는 통치자는 누가 되었든 벌을 받아야 한다. - 강태공>

<민심은 잠복한 채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누구에게 벌을 내릴 것인가 판단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

 

책 앞표지에 써있는 글들이다.

맨 윗글은 책의 제목이지만 책 제목이 벌써 무언가 암시, 아니 공포하고 있지 않는가?

 

뒷표지에는 어떤 글이 있을까?

<역사 공부는 역사의 법정에 서는 행위이다.>

 

이 말 의미가 깊은데, 저자는 이렇게 이 말을 풀어내고 있다,

 

다만, 그 법정에서 나는 과연 어떤 역할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에 따라 역사공부의 방향, 의의, 교훈, 현재와 미래가 달라질 따름이다. (5)

 

역사의 법정에서 나는 어떤 역할인가?

이 책을 읽으면서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로 하여금 역사에 대해 곱씹게 만드는 이 책, 꼭꼭 씹어가며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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