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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석 - 김옥균을 깨우치고 대원군에 맞선 사내
김상규 지음 / 목선재 / 2024년 7월
평점 :
오경석
외국물을 먹어본 사람에게 조선이란 나라는 어떤 나라였을까?
답답한 세상이었을 것이다.
그런 답답함을 청나라에 다니면서 매번 느꼈을 선각자 오경석, 그는 과연 그런 답답함을 어떻게 해소하려고 했을까?
그런 질문을 하면서, 이 책을 읽었다.
오경석, 이 책의 주인공이다. 그는 역관이다.
역관이기에 자연스럽게 외국, 당시 청나라를 많이 드나들었다.
(자료를 찾아보니 그는 청나라를 무려 14차례나 다녀왔다.)
그래서 조선이란 나라에서 청나라로 가면 신기한 문물들이 많이 보였을 것이고, 또한 만나게 되는 청나라 사람들의 깨인 생각들과도 접촉을 했다.
그렇다면 청나라에서 다시 조선으로 돌아와 보게되는 조선의 모습과 조선 사람들의 생각을 어떻게 느꼈을까?
여기 그런 답답함을 잘 그려놓은 게 바로 이 책이다.
먼저 주인공 오경석이 청나라에 드나들면서, 그의 인식의 변화가 잘 그려져 있다.
하지만 생각하게 되고, 의심하게 되고, 각성하게 되고, 이상과 신념을 갖게 되는 순간, 중인은 불행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그가 살던 시대는 그런 시대였다. (35쪽)
인력거의 위대함은 그 기술에 있지 않다고 역매는 말했다. 그것은 양반이나 상놈이나 심지어 기생도 돈만 주면 탈 수 있으며, 그 값도 누구에게나 똑같다는 것에 있다는 것이었다. 개화는 서양의 교묘한 물건을 들여오는 일이 아니었다. 누가 먼저 서양과 통교하느냐의 싸움도 아니었다. 개화는 스스로의 손으로 봉건과 구제를 깨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문제였다. (412쪽)
역매는 오경석의 호다. 경석을 어떤 것 하나를 보더라도 그냥 무심하게 넘어가지 않는다. 그 물건의 용도부터 그 물건이 쓰이게 되는 상황까지 살피면서, 그것이 가져다줄 영향까지 생각한다. 우리가 그의 태도로부터 배울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이다.
이런 글, 새겨둘 필요 있다.
서화나 시를 대할 때는 뭇사람들의 관념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만의 느낌과 시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책을 보는 것도 그렇고 세상을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90쪽)
이런 기록들 의미있다.
조부가 본 산천과 사물들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심지어는 곽산에서 조부가 당시 마두 馬頭로 고용했던 장복이란 사람의 손자를 찾아냈고, 그 역시 자신의 마두로서 연행에 합류하게 되는 기막힌 인연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185쪽)
』
연암의 손자 박규수의 사연이다. <열하일기>에 등장하는 마두 장복, 그의 손자를 연암의 손자가 만났다니! 이 일화가 사실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오경석은 아들을 낳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오세창, 그분이다.
오경석은 아들에게 새로운 세상에서 뜻을 꽃피우라는 뜻에서 ‘세창 世昌’이라고 지어주었다. (227쪽)
조선시대에 ‘천하(天下)’, ‘세계(世界)’ 라는 말은 어떻게 쓰였을까?
경석은 ‘천하’라는 말을 쓰지 않고 ‘세계’라는 말을 썼다. 당시만 해도 세계는 불교 어휘였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경석은 점점 천하보다는 세계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에게 있어서 천하는 답답했다. (232쪽)
우리나라 역사에서 ‘천하’와 ‘세계’, 그 두 개념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이런 말도 경석은 했는데, 혹시 그게 경석의 세계관과 관련이 있을까?
경석과 일본의 모리야마(외무대승) 간의 대화 내용이다.
- 전신은?
- 전신은 기차보다 1년 앞서 나가사키와 상하이 구간의 해저 전신선이 개통되었소. 지금은 전국에 종횡으로 깔려있소.
이때 경석이 씁쓸한 얼굴로 뜻밖의 말을 했다.
- 그 정도는 돼야 인간이 살만한 세계라 할 수 있을 것이오. (25쪽)
다시. 이 책은? - 경석과 대치와의 만남, 그리고 박규수.
역매, 대치 그리고 박규수, 이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이다. 물론 대원군 이하응도 주요 인물이지만. 이들만은 못하다.
독자들은 조선시대 말기, 서양과 일본의 줄기찬 침략 야욕에 맞서, 조선을 새롭게 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이런 인물들이 어떻게 그 시대를 헤쳐 나갔는가를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이들의 삶과 21세기 대한민국의 정세를 비교하면서 읽어보고 생각해보면, 깨닫게 될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궁궐 깊숙한 어디선가 조선을 이끈다는 사람들이 모여 기로의 순간에도 고리타분한 말들을 나누고 있을 것이다. 저들은 오백년 동안 조선을 멈춰 서게 한 자들과 그들의 후손이었다. (15쪽)
오경석이 사역원에서 거리를 굽어보면서 궁궐을 바라보면서 느꼈던 마음, 옮겨본 것인데. 당시 오경석이 느꼈던 그 안타까움을 다시 우리가 느껴서는 안 될 것이 아닌가?
그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얼마나 바랐는가. 그런 오경석의 염원이 허사로 돌아가면 안되는데, 하는 안타까움으로 이 책의 책장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