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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셰에라자드 1 : 분노와 새벽
르네 아디에 지음, 심연희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8월
평점 :
새벽의 셰에라자드 1 분노와 새벽
매일 밤 신부를 신방으로 들인 다음, 다음 날 새벽에 목을 매달아 죽이는 기괴한 왕이 있다.
여기 주인공 셰에라자드는 친구인 시바가 그렇게 죽자, 친구의 복수를 하기 위하여 자청하여 죽어야 할 운명의 신부가 되어 궁 안으로 들어온다.
그렇게 이야기가 시작되니, <천일야화>로 알려진 <아라비안 나이트>를 떠올리게 된다.
줄거리 설정이 그렇다.
그러면 그 다음날 아침, 그녀는 과연 새날을 맞이할 수 있을까?
당연히 그녀는 살아있다. 살아 있어야만 이야기가 진행될 테니까.
그런 이야기다. 어찌 보면 뻔할.........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 말해둘 수밖에 없다.
천일야화처럼 신부가 이야기꾼이어서 살아남는 게 아니라는 것, 그래서 이 책은 <아라비안 나이트>와는 차원이 다른 소설이다.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가? 그것을 알아내는 것이 이 책을 읽는 요소가 된다.
그러니 이제 등장인물들을 알아보자.
셰에라자드 (애칭 : 샤지) - 셰에라자드 알 하이주란
시바 : 셰에라자드의 절친한 친구
칼리프 (왕과 동의어) - 할리드 이븐 알 라시드 (24쪽)
(왕은 칼리프, 왕비는 칼리파.)
데스피나 : 시녀
잘랄 알 호리 : 근위대장
아레프 알 호리 잘랄의 아버지
자한다르 : 셰에라자드의 아버지
이르사 : 셰에라자드의 동생
타리크 : 셰에라자드의 친구, 첫사랑
라힘 : 타리크의 친구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익숙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
등장인물의 이름과 칭호를 책이나 별지에 적어 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또 왜그리 이름 뒤에 붙는 칭호들이 그리 많은지?
잔 (jan) 친밀함을 나타내는 의미로서 상대방의 이름에 붙이는 접미사로, ‘사랑하는 이’라는 뜻이다. (37쪽)
세이이디 (sayyidi) 칼리프를 부를 때 쓰는 경칭으로 ‘나의 주인’ 혹은 ‘나의 군왕’이라는 듯이다. (40쪽)
시작은 <아라비안 나이트>였다.
그래서 셰에라자드와 칼리프의 만남은 이랬다.
그의 손바닥을 마주한 순간, 셰에라자드의 온몸에 차가운 기운이 확 덮쳐왔다. 마치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가 지금 일어나는 일들을 저 위에서 제3자처럼 지켜보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52쪽)
그런 요청이 통해서 그녀는 다음날 아침을 살아있는 채로 맞이할 수 있었다.
그러면 그 다음날은?
또 다음날은? 이야기가 칼리프에게 먹혀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까?
그녀의 원래 계획은 복수였다.
그녀가 자청해서 하룻밤 신부가 되기로 한 것은 절친 시바의 원수를 갚으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와 같이 지내면서, 이런 말도 듣게 된다.
그대는 참으로 대단했다. 그대가 얼마나 대단한지 매일 놀라게 될 것 같지만, 난 놀라지 않을 것이다. 그게 바로 그대의 본모습이니까. 알면 알수록 끝없이 놀라움을 주는 존재가 그대니까. (217쪽)
그는 한편으로 이런 명령을 내린다. (225쪽)
왕비로 들일 여자들을 더 이상 뽑지 말라고 하시오.
앞으로 왕비를 죽이려는 시도는 하지 마시오.
더 이상 비겁한 술수를 쓰지 마시오.
왕에 의해서는 하루 하루 살아남지만, 왕도 모르는 사이에 셰에라자드에 대한 암살 시도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이제 세에라자드의 죽음은 왕이 바라는 바가 아니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이제 셰에라자드는 죽음의 고비는 넘기게 되는데, 과연 그게 어찌될지?
이제는 그 남자의 비밀이 궁금해진다.
그러니 이제 독자들은 그 남자의 비밀이 궁금해진다. 왜 그는 매일밤 신부들을 맞이하고 다음날 죽일 수밖에 없었던가?
셰에라자드가 칼리프의 정체를 조금씩 알아가면서, 그가 괴물이 아니라는 것, 그렇게 보이는 겉모습 속에는 훨씬 많은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것이 알고 싶어진다. (258쪽)
그는 비밀을 품은 남자였다.
그 비밀을 셰에라자드는 알아야 했다. (259쪽)
이제 부르는 이름이 달라진다.
주남 (joonam) 내 모든 것이란 뜻의 애칭 (198쪽)
어느새 칼리프는 셰에라자드에게 주남이라는 애칭을 붙여 말한다. (198쪽)
칼리프는 또한 세에라자드를 이름 대신 샤지라는 애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호칭이 달라진다는 말은 그 둘 사이의 관계가 달라졌다는 말이기도 하다.
작가의 자료 수첩에는 어떤 것들이 들어있을까?
(할리드의) 오른손에 단단히 잡은 샴시르의 날은 바닥을 향했다.
공격자세였다. (362쪽)
이 책에는 여러 종류의 칼이 등장한다.
지금 할리드가 들고 있는 칼은 다른 칼과는 다르다,
그런데 작가는 샴시르의 날이 바닥을 향하는 것이 공격자세라고 말해주고 있다.
그냥 공격 자세를 잡았다고 표현해도 될텐데, 작가는 그 장면을 좀더 사실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칼날이 바닥을 향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 것을 알기까지 작가는 얼마나 많은 자료들을 섭렵했을까?
새삼 작가라는 직업의 그 무궁무진한 탐구력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다시, 이 책은?
이 책을 읽고나면, 반드시 그 다음 권을 읽어야 한다.
셰에라자드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녀는 과연 억울하게 죽어간 친구 시바의 복수를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칼리프가 하룻밤 여자들을 궁전으로 불러들여, 다음날 새벽에 죽일 수밖에 없었던 사연에 얽힌 비밀을 밝혀내, 그 남자를 왕다운 왕으로 만들 수 있을까?
독자들은 처음에는 괴물로 여겼던 왕의 모습이 세에라자드의 입장이 변화하면서 왕의 모습도 바뀌어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어느새 이 책에 빠져들어가는 기분을 만끽하게 된 것이다.
이름하여 소설 읽는 재미. 그런 재미가 담뿍 들어있는 소설이다.
그래서 다음 권인 제2권 <장미와 단검>이 기다려진다.